- 박명수, 그의 개그 정체는 무엇인가?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요즘 MBC 노조의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스폐셜방송으로 대체돼 박명수의 ‘핫'한 모습을 볼 기회가 줄어들었다. 최근 ‘해피투게더3' 녹화장에서 만난 박명수는 ‘예능핸디'를 조절하는 것 같았다. 박명수는 “‘해투'에서는 재미난 분들이 많이 나오면 그 분들이 주가 되는 것이고 말씀이 별로 없는 분들이 나오면 내가 활기를 만들어 기복이 없게 하는 게 내 역할이다”고 말했다.

박명수의 웃음 방출 능력은 물이 오를대로 올라 있는 상태다. 유재석 같이 받쳐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의 능력은 배가된다. 나는 그의 일명 ‘밑도 끝도 없는 개그'가 언제까지 갈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리얼리티 시대 박명수의 맥락없이 마구 던지는 개그는 일시적인 유행을 지나 장기적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다.

박명수는 ‘라디오스타'가 60분짜리로 확대 개편돼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게스트로 일정 부분 공헌했다. ‘라스'의 MC진은 현란하게 게스트들을 흔들어놓는다. ‘독설' 김구라가 단도직입적으로 치고나오면 ‘깐족' 윤종신이 이를 주워 ‘2단 공격'을 가한다. 나이 어린 규현이 예상을 뒤엎고 제법 강한 질문과 멘트로 마무리한다.
 
그런데 만약 게스트가 이런 MC들에 주눅이 들어있으면 관계의 구도가 다양화되고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주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MC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라스'는 이제 MC진의 현란한 공격에 게스트의 방어의 수(手)도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다. 이런 그림이 나오는 데 도움을 준 게스트가 바로 뜬금 없는 개그의 1인자 박명수다. 박명수가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엉성한 논리의 독설로, 논리를 갖춘 김구라의 독설을 제압해나갔다. ‘라스'는 김구라의 예봉을 꺾으면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 역할을 박명수가 해준 것이다.

박명수에게 예능과 토크를 어떻게 하는지를 한번 물어봤다. “짜는 건 잘못한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순발력과 상상력, 임기응변, 예측불허, 상황을 틀어버리는 것, 허를 찌르는 것,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나는 건방질 수도 있지만 대본을 잘 안본다. 대본은 재석이가 보고온다. 그런데 재석이도 대본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게스트도 대본대로 말하지 않는다. 질문이 나오면 뻔한 이야기는 가지를 친다. 나는 진행을 돕는 게 아니라 진행 속에서 가지를 치는 작업이다. 상황극 속에서 제대로 된 것 하나가 나오면 된다.”



박명수는 우발적으로 나오는 게 많다고 했다. 예상할 수 없는 개그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가령, ‘무한도전'의 직장인 상황극인 무한상사편에서 박명수는 정준하에게 “그랬구나~”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안는 상황에서 “그랬구나~ 그래서 딸뻘 되는 코디를 쥐잡듯이 잡았구나”라고 반전의 독설을 작렬시켰다. 박명수는 정준하가 녹화하기 바로 1시간 전에 의상 문제로 어린 코디네이터를 혼내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이를 토크 소재로 삼았다.

박명수는 방송 중 키워드와 유행될만한 단어를 자주 이야기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했다. ‘급만남', ‘깨알같은 웃음', ‘상황극', ‘1인자', ‘2인자' 같은 단어는 의도적으로 방송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박명수는 나이 들어 움츠러들면 안된다는 말도 했다. “재석이가 나를 좋아해주기 때문에 잘 되고 있는 것도 안다. 재석이가 ‘박번복', ‘10잡스' 등 나의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는 건 나에게는 끝장이지만 재석이에게도 안좋다.”
 
박명수는 “언젠가는 1인자가 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몇 개 말아먹었던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이 말은 다소 의외로 들렸다. 1인자 유재석 밑에서 2인자로 안주하면 안된다는 말로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박명수는 인터뷰도 예측불허의 허를 찌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도 프로그램을 해봐야지. 원래 체질은 우두머리다. 가신 체질이 아니다. 남자가 돼 포부가 없으면 되겠나?”
 
박명수와 짧은 시간의 인터뷰를 끝내고 나서 드는 느낌 한 가지를 말하겠다. 인터뷰도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게 뜬금 없는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던졌는데, 남들이 예측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려는 애드립이 완전히 자기 재산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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