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혼 여배우에게 가해지는 고통과 편견은?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쾌도난마] KBS ‘개그콘서트-용감한 녀석들’에서의 신보라 독설개그가 화제가 되고 있군요. 바로 지난 19일 방송에서 신보라는 정태호가 “보라, 너의 용감함을 보여줘”라고 하자 “MBC! ‘해품달’ 한가인, 김수현이랑 안 어울려. 유(You) 유부녀”라고 대응을 했습니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MBC픽션사극 ‘해를 품은 달’ 남녀 주연 김수현과 한가인을 소재로 한 개그였습니다.

이 개그 코너를 본 일부 시청자나 인터넷 매체 등 대중매체들은 일제히 “재밌다” “독설개그의 진수다” “속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해품달’ 방송 전부터 남녀 주연의 나이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요. 전작인 ‘드림하이’에서 고등학생역을 해 아역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24세 미혼의 남자 주연 김수현과 이보다 6세가 많은 30세 기혼자 한가인에 대한 ‘해품달’ 미스 캐스팅에 대한 논란은 방송 전부터 분분했습니다.

여기에 아역부터 성인역으로 넘어가면서 야기 된 한가인의 연기력 논란에도 남녀 주연배우의 나이차가 일정 부분 작용했습니다. 이런 맥락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해품달’ 한가인을 소재로 한 신보라의 독설개그에 대해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신보라가 독설개그를 마냥 웃어 넘길 수만은 없더군요. 왜냐하면 신보라의 독설개그 이면에는 우리 방송, 영화계의 여배우에 대한 편견과 병폐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는 배역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자연인으로서가 아닌 작품 속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와 관객과 만납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펼쳐내는 캐릭터를 놓고 평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여배우의 단순한 나이나 결혼여부에 따라 미스 캐스팅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기혼인 남자 배우가 미혼인 여자 배우와 나이차가 20년 넘어 멜로를 해도 “캐스팅의 부조화다”“남녀 배우가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기자들의 질문과 시청자의 여자 주연의 미스캐스팅 지적을 의식한 듯 한가인은 ‘해품달’ 제작발표회 때 “두 남자 배우(김수현 정일우)와 나이 차이가 꽤 있다.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드라마에는 한가인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극중 역할로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봐주시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실제 결혼은 여배우의 작품 활동 제한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요. “결혼 후 10년간 연기하지 않았다. 결혼하면서 들어오는 배역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배우는 결혼하면 배역에 제한이 있다. 부당한 편견과 싸웠다”라는 중견 연기자 이미숙의 말처럼 상당수 여배우는 결혼으로 인해 특정 배역에서 제외가 되는 등 배역의 제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남자 연기자의 경우에는 결혼이 배역의 한계 요소로 크게 작용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미스 캐스팅 논란은 극중에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잘 살려냈느냐 여부와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 조화부분을 보고 평가 해야 하는 데도 단순히 여배우의 결혼여부나 나이차로 촉발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여배우에 가해지는 또 하나의 편견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한 결혼이 이미숙의 지적처럼 여배우의 배역에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또한 큰 병폐라고 봅니다.

남자 연기자나 여자 배우의 평가나 캐스팅, 남녀배우의 조화 부분을 판단할 때 배우의 나이나 결혼 여부가 아닌 영화나 드라마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배역에도 배우 자신이 잘 맞추었느냐 여부 그리고 극중 모든 행동을 믿을만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했느냐의 여부로만 판단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결혼한 배우라 할지라도 미혼의 캐릭터에 대한 내적 확신과 진정성을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이라는 장벽을 넘어 시청자나 관객의 의식 속에 직접 전달시켰다면 훌륭한 배우인 것입니다.

결혼과 관련해 여배우에 가해지는 배역에 대한 편견과 신보라의 독설 개그를 보면서 떠오른 영화 한편이 있습니다. 로잔나 아케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Searching for Debra Winger) ’입니다. 이 영화는 ‘사관과 신사’ ‘애정의 조건’ 등에서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스타 데브라 윙거가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잠시 스크린을 떠나고 불혹의 나이에 복귀하지만 이내 영화계를 떠나 은둔생활을 택해 많은 충격을 준 사건을 중심으로 할리우드 여자 스타들의 일과 사랑을 보여줍니다. 또한 샤론 스톤, 기네스 펠트로, 맥 라이언, 홀리 헌터, 다이안 레인, 우피 골드버그, 제인 폰다 등이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가해지고 있는 비중 감소와 배역 제한에 대한 입장과 여배우로서의 고충을 진솔하게 전달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대중에게 “나이든 여배우의 주름진 눈을 보지 말고 깊어진 눈빛을 봐 달라”는 배우 이미연의 당부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며 공감한다면 결혼과 물리적 나이가 일방적으로 여배우에게 배역 제한 요인으로 적용되는 병폐는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시간이 흘러 신보라가 결혼을 한 뒤 미혼의 남자 개그맨과 개그연기 호흡을 맞출 때 사람들이 코믹 연기로 판단하지 않고 결혼과 나이차를 들어 어울리지 않는다며 “You, 유부녀!”라는 소리를 할 때 어떤 기분이 들까요? 신보라씨!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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