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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나쁜 남자로 변신하길 소망한다
기사입력 :[ 2012-02-28 13:05 ]


- 현우 “드라마 촬영, 일이라고 생각 안 해” [인터뷰]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시종일관 반달이 뜨는 눈매에 나직하니 상냥한 어조까지 보태 놓으니 도무지 모난 구석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이젠 ‘나쁜 남자’로 변신하길 소망한단다. 물론 극중에서. 과연 가능할까? 영화 <쌍화점>에서는 꽃미남 호위무사 ‘건룡위’를 시작으로 파릇파릇한 아이돌들과 견주는 KBS2 <뮤직 뱅크> MC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늘 꽃밭이었는데? 하지만 KBS2 <드라마 스페셜-헤어쇼>, KBS2 <국가가 부른다>, SBS 사극 <뿌리 깊은 나무>을 경험하는 사이 그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되짚어 보면 꽃길을 걸을 때도, 착하고 장난기 넘치는 역할일 때도 그에게는 순간순간 순정만화 같은 외모를 뛰어넘는 다부짐이 엿보였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JTBC <청담동 살아요>의 ‘현우’에게서는 언뜻 나쁜 남자의 냉정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외유내강의 연기자 현우, 그를 만나 봤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Q: 요즘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백진희 씨를 보고 있으면 예전 현우 씨와 함께 했던 <드라마 스페셜-헤어쇼>가 생각나요. 지금 시트콤에서 윤계상 씨를 짝사랑하듯 이승효 씨를 짝사랑 했었지요. 그리고 현우 씨는 백진희 씨를 짝사랑하는 역할이었잖아요. 짝사랑이긴 하나 그래도 현우 씨 연기 일생 중 유일무이한 러브라인 아닌가요? 아련한 눈빛이며 눈물도 처음이었죠? 그 벚꽃 휘날리던 장면, 아직도 기억납니다.

A: 제가 되묻고 싶은 질문이에요. 아 정말, 포옹이나 키스는 아닐지라도 손이라도 한번 잡아봤으면 말을 안 하겠어요. 왜 저는 러브라인이 지금껏 없는 걸까요? 아무래도 그동안 남자들과 부딪히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여자 연기자와 만나면 저부터가 낯설고 어색하고 좀 그렇습니다. 어쨌든 백진희 씨도 그렇고, <태희 혜교 지현이> 때 ‘24/7’을 함께 했던 노민우, 이장우 씨도 그렇고 같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성장해가는 느낌이 참 좋아요. 제 뒤를 이어 이장우 씨가 <뮤직 뱅크> MC가 됐잖아요. 누구 하나가 확 잘 되서 끌어주면 좋겠지만 아직은 둘 다 그럴 형편이 아니어서요. (웃음)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격려하고 있죠.



Q: 씨스타의 효린 씨와 KBS2 <불후의 명곡2> 무대에 함께 오른 적도 있잖아요? 음악방송 MC 때의 인연인가요? 늘 그렇듯 웃고는 있지만 엄청 긴장했지 싶던데요.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에도 참여했었죠? 앞으로 음악 활동을 할 계획이 있는 건가요? 예전 ‘24/7’처럼.

A: 효린 씨는 자주 마주치지는 못했지만 워낙 밝은 성격이라서 저와 죽이 잘 맞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응했는데 그 무대,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찌나 떨리던지. 일단 효린 씨가 워낙 바쁠 때라서 연습도 부족했고요. 그러니까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지다 보니 그야말로 후덜덜. 그래도 나름 좋은 경험이었어요. 노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연기도 아직 변변치 않은데 무슨 노래를요. 여유가 생긴다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겨를이 없어요.




Q: 알게 모르게 다양한 작품을 경험했으니 배운 것도 느낀 것도 꽤 많겠어요?

A: 특히 전작인 <뿌리 깊은 나무>나 지금 하고 있는 <청담동 살아요>나 흔하고 빤한 설정은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 즐기는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게 됩니다.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자 공부잖아요. 기회이기도 하고. 그전에는 주로 또래들과 어울리는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까마득한 선배님들과 대사를 주고받고 있으니까요. 순발력이라든가, 시트콤은 무엇보다 웃음을 주는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하거든요. 그런 걸 귀신같이 잡아내시는 선배님들을 보며 매번 감탄합니다. 저는 그저 대본에 충실할 뿐이에요. 미숙할 때는 그저 대본이 답이에요.

Q: 그럼 <뿌리 깊은 나무> 때는 영화 <쌍화점>에서의 연기 경험이 도움이 됐나요? 같은 사극이니까요.

A: 아뇨, 아뇨. <쌍화점>에서는 무술만 실컷 했지 드라마적인 부분을 경험했다고 보긴 어려워요. 고생은 진짜 죽도록 많이 했어요. 연습 기간도 길었고, 위험 부담이 컸죠. 실제로 돌에 떨어져 허리를 다친 친구도 있었습니다. 저도 낙마를 한 서른 번 이상은 한 걸요. (웃음) 그렇지만 대사는 몇 마디 없었어요. 36명 중에 대사 있는 사람이 몇 안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Q: 지금 맡고 있는 ‘현우’라는 캐릭터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캐릭터의 매력은 뭘까요?

A: 일단 여유롭고 마음이 열려 있죠. 비밀스런 부분들이 매력으로 작용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여자 주인공 오지은 씨에게 남자이기 보다는 ‘키다리 아저씨’ 노릇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되요. 실제로 인간 김현우와 극중 ‘현우’는 비슷한 점이 꽤 많습니다. 저 역시 물질에 연연하는 편도 아니고, 저도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뭐 그런 식이거든요. 그래서 연기가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고 ‘현우’처럼 비밀이 있는 건 아니고요.

Q: 지금까지 맡았던 모든 캐릭터가, 하다못해 <뿌리 깊은 나무>의 집현전 학사 성삼문조차도 긍정적인 인물이었어요. 어머니나 가족이나 친구를 대할 때도 그렇게 잘 웃나요?

A: 설마요. 늘 밝지는 않아요. 가끔 툴툴댈 때도 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고 믿는 편이어서요. 그냥 좋은 쪽으로 생각합니다. 안 좋은 일은 빨리 잊어요. 일부러 노력하는 건 아닌데, ‘뭔가 있었는데 뭐였더라?’ 뭐 그런 식으로 잘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Q: 헤어스타일 변화가 잦은 편이죠? 어지간하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집할 만도 한데요. 역시 긍정적인 자세로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건가요?

A: 역할에 맞게 머리를 바꾸다 보니 길었다가 짧았다가, 파마머리였다가 이젠 단발입니다. 연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보이는 면의 가치도 없지 않아 있는 거니까요. 밝고 재미있는 역할일 때는 베이비 펌이 어울릴 수 있고 차분한 역할일 때는 짧은 머리가 더 어울리고, 그렇겠죠?



Q: <청담동 살아요>에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연기자들이 많이 나오죠. 황정민 씨라든가 하숙생 삼인방 등, 그분들 연기 내공이 장난이 아니던데요.

A: 이 작품은 저에겐 일이 아니에요. 녹화하러 오는 게 정말 즐겁거든요. 우현이 아저씨랑 상훈이 아저씨랑, 무성이 아저씨랑 얼마나 재미있는지, 녹화할 때 웃다가 TV로 보면서 또 웃어요. 보는 동안 행복해지는 작품이잖아요. 억지웃음을 끌어내지도 않고, 동화 같은 재미도 주고, 연출, 대본, 연기,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졌으니 좋은 작품일 수밖에 없죠.

Q: 현장에선 누구와 잘 맞나요? 대선배 김혜자 씨와 부딪히는 장면이 꽤 되던데 어렵지는 않나요?

A: 괜한 소리가 아니라 모든 분들과 각별히 지내고 있습니다. 라이벌로 나오는 상엽 씨와도 친하고, 지은이 누나, 정민이 누나, 전부 다 좋은 분들이에요. 선배님들은 다들 베테랑이시니까 배울 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고요. 그에 발맞추고자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되는 게 속상합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안 따라주는 면이 있어요. 그게 경험의 차이겠죠? 실력의 차이일 테고요. 제가 아무래도 미숙한 부분이 있다 보니 연습할 때 김혜자 선생님께서 자상하게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십니다. 선생님의 연기를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기회죠 뭐. 이건 정말 일이 아닌 거예요.

Q; 자라는 동안 부모님께서 가장 강조하셨던 게 뭔가요? 혹시 좌우명 같은 거 있어요?

A: 예의죠. 버릇없이 구는 건 용납이 안 됐어요. 그래서 그런지 나름 말썽을 부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활발한 성격이긴 해도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죠. 좌우명이랄 건 없지만 떳떳하게 살고 싶어요. 남부끄럽지 않은 삶이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 있다면?

A: 너무 해맑지 않은 역할이요. 까칠하고 못 된 거. (정색을 하며) 화내는 연기, 저도 잘 할 수 있어요! 겉으론 나쁜 남자이되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속 깊은 그런 인물이 좋아요. 극이든 현실이든 힘들면 문득 떠오르는, 기대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제게도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군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은 질색인가요?

A: 남 이용하려 드는 사람, 남 얘기 많이 하는 사람은 별로에요. 물론 저도 남의 말을 영 안 하고 살지는 않죠. 매니저 형하고 차를 타고 가다가 “걔는 왜 그래?” 뭐 이럴 때는 있지만 그건 정말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고요.(웃음) 형하고 오래 일을 같이 해오고 있는데 마음이 참 잘 맞아요. 그런 점에서도.

Q: 여가 시간이 생기면 뭘 하고 보내나요?

A: 잘 통하는 친구가 몇 명 있어요. 커피 마시며 일 얘기로 시간을 보내죠. 술을 잘 못 마시거든요. 극중 ‘현우’와 그런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혹시 제가 술이 약하다는 걸 알고 그렇게 설정하신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가끔 클럽에 갈 때도 있지만 시끄럽기만 하고 뭐가 좋은지 통 모르겠더라고요. 음악은 ‘션’이라는 제 친구가 작곡을 하거든요. 그 친구 음악을 주로 들어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그 친구 컴퓨터 안에만 들어 있는 음악이죠. 말하자면 ‘현우’ 같은 인물이에요. 재야에 숨어 있는 인재! (웃음) 제가 끌어줄 능력은 안 되지만 서로 잘 되어서 훗날 정상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마 잘 될 거예요.

epilogue
MBC 드라마 <파스타>로 막 인기를 얻을 즈음 화보 촬영 현장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잡지사 측의 실수로 재촬영에 들어간 상황이었지만 짜증을 내기는커녕 미소로 일관해 여러 사람을 감탄케 했다. 더욱이 내키지 않지 싶은 의상임에도 스텝에게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그리고 2년여의 시간이 흐른 후의 만남, 그 환한 미소는 여전했다. 한방을 노리기보다는 느린 걸음일지라도 차근차근 한 걸음씩 발전하는 연기자 현우, 그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는 이처럼 긍정이라는 최상의 무기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건방지고 못된 품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지만 ‘나쁜 남자’로 변신해 등장할 그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유리나 기자
사진: 전성환 기자
그림: 정덕주.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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