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흑인과 동남아인 차별의 주범! 왜?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개그우먼 이경실과 김지선이 만화 ‘둘리’ 캐릭터 마이콜의 흑인 분장을 하고 트로트 ‘신토불이’를 불러 웃음을 줬다. 지난 1월 21일 방송된 MBC ‘세바퀴’ 설특집 방송분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스꽝스러운(?) 흑인 분장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다음 요즘 이 방송이 흑인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한 흑인 소녀가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을 보고 이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흑인 소녀는 “한국인들은 다른 인종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흑인소녀의 ‘세바퀴’에 대한 비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단순한 패러디다. 인종차별 운운은 지나친 것이다”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반박이 이어졌고 “흑인에 대한 명백한 조롱이다”는 일부 외국인의 재반박이 오가는 등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세바퀴’ 박현석 PD는 “흑인을 비하할 의도는 아니었다.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마이콜 캐릭터를 흉내 내 웃음을 드리려고 했던 것인데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죄송하다. 웃음을 주는 데만 신경을 썼지 깊이 생각하지 못한 불찰이다. 앞으로 웃음 소재에 대해서 다각도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사과를 했다.

흑인 소녀의 의미 있는 비판으로 촉발된 ‘세바퀴’의 흑인차별 논란은 단순히 ‘세바퀴’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미디어의 전반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송이나 신문 등 한국 미디어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흑인, 파키스탄 등 아시아국가의 이주노동자 등을 표상하는 방식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흑인이나 동남아 이주 노동자에 대해 드러내는 미디어의 지배적 이미지나 관습적 서사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개그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흑인이나 이주노동자는 웃음의 소재가 된다. 그런데 백인이 웃음의 소재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뉴스나 드라마 등에선 흑인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배적이고 이주노동자는 동정 받아야 할 타자로 표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유럽 등 서구 미디어가 구사하는 지배적인 이미지와 관습적 서사를 통해 동양의 문화를 이국 정서와 야만으로 치부하고 타자로 인식하게 만들며 인종적, 민족적 편견을 이데올로기화한 오리엔탈리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백인중심의 서구는 정상으로 그 외는 정상과 대립되는 비정상의 타자로 그려내는 것처럼 어느 사이 우리 미디어는 흑인과 동남아 이주 노동자들에게 편견과 차별을 보편화한 표상을 자주 구사하고 있다.

우리가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떠올릴 때 학원가 백인 영어강사를 떠올리기 보다는 동남아 유색 동남아 유색인이 먼저 생각나는 것과 미디어의 흑인이나 이주노동자를 표출하는 방식과 무관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각 방송사의 드라마나 뉴스, 코미디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백인 학원 강사와 동남아 이주노동자의 묘사나 규정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TV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다룰 때 백인은 제외시키고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은 불쌍하고 동정 받아야 할 대상, 그리고 게으르고 불법 체류하는 모습 그리고 웃음의 소재로 주로 보여줘 동남아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켜온 것이다.

서구 미디어가 오리엔탈리즘을 유포시키는 첨병이듯 우리 미디어는 또한 한국인을 규범과 정상으로 그리고 흑인과 동남아인은 비정상이나 탈선으로 치부하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켜 상호존중의 문화형성을 가로막고 편견과 차별의 확대재생산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우스꽝스러운 흑인 분장을 한 예능인의 모습에 그리고 동남아인들의 희화화에 웃음 짓고 있을 때 한편에선 그 모습에 굴욕감을 느끼고 분노하며 아파하는 흑인과 동남아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미디어에서 표상하는 흑인과 동남아인들의 모습으로 인해 편견과 차별이 심화되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조차 느끼지 못하게 하는 인식의 마비마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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