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3’, 어떻게 끝내려고 이러나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이 이제 막바지에 들어섰다. 전체 120회중 14회를 남겨놨다. 시트콤 ‘하이킥3'는 김병욱 PD의 전작들보다 드라마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 드라마라기보다는 드라마적 상황이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때문에 캐릭터는 약화됐다.
 
6일 방송된 106회에서 황정음이 카메오로 나오자 순간적으로 확 주목을 받았다. 다른 캐릭터들의 주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정음은 ‘하이킥2'를 통해 구축된 ‘캐릭터'로 나왔기 때문이다. 황정음의 상황이 등록금을 제때 내기 힘든 서운대 학생에서 고교재단이사장의 부잣집 딸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뎡음이 쌈따주떼요”라는 혀 짧은 소리나 토끼애교로 윤지석 선생을 유혹(?)하는 모습은 충분히 명랑하고 유쾌했으며 재미도 주었다.
 
‘하이킥3'의 부제는 ‘짧은 다리의 역습'이다. 다리가 짧은 ‘루저'들이 시원하게 하이킥 한방 날리길 기대했다. 아니면 계속 루저로 남더라도 의미와 메시지가 깃든 반전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88만원 세대' 백진희도 밋밋해졌고, 회사가 도산해 하루아침에 망한 안내상도 별다른 계기나 변화 없이 엑스트라 배우들을 관리하는 회사를 그럭저럭 꾸려가는 사람이 됐다.
 
‘하이킥3'는 집안 가장인 안내상이 좀 더 떠야했다. ‘원톱'이 서야 다른 캐릭터들도 자리를 잡기 좋다. 성공한 시트콤에는 오지명 박영규 신구 노주현 이순재 정보석 등 캐릭터 플레이를 통해 뜬 가장이나 할아버지가 반드시 있었다. KBS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도 두 자녀의 아버지 차인표부터 띄워야 한다.
 
‘하이킥3'의 에피소드는 충분히 재미있다. 후반으로 가도 재미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늘은 얼마나 웃길까' 하고 시청하기보다는 ‘오늘은 얼마나 우울할까'를 생각하며 보는 건 왜일까?
 
‘하이킥3'가 풀어나가는 러브라인중 가장 큰 축이었던 ‘윤계상-백지원-김지원-윤종석' 라인은 짠하다. 하지만 답답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계상은 고3 지원과 트라우마를 공유하면서 지원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었지만 지원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지원은 종석의 마음을 못받아준다. 사랑의 엇갈림은 보는 사람을 가슴 아프게 한다.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 상대방의 사랑에 대한 가슴아픈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짠한 마음으로 봐줄 수는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원래 ‘하이킥3'는 윤계상과 김지원의 비중이 가장 컸다. 하지만 이들간의 지지부진한 러브라인이 계속 처지면서 시청률도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신 건진 것이 박하선-윤지석의 러브라인, 일명 ‘지하커플'이다.
 
하선-지석 커플의 에피소드는 ‘개그커플'일때 재미가 배가됐다. 박하선은 귀엽고 온순하고 부드럽다.(실제 성격은 모르지만 캐릭터와 이미지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갈수록 약화돼가는 남자들에게 부담이 적은 여성이다. 일본에서 카라가 소녀시대보다 더 뜬 이유도 완벽함이 덜한, 그러면서도 귀여움을 유지하는 걸그룹이기 때문이다. 일본 남자로부터 소녀시대가 무섭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어(이 말은 너무 완벽해서 부담스럽다는 뜻이었을 게다) 멀지 않아 일본 남자 신세가 될 한국 남자들도 박하선을 더 좋아하게 된다.
 
하선과 지석이 커플임을 만천하에 알리기전 한동안 ‘야구감독 사인'으로 대화하고, 하선이 롤리폴리 춤추기, 고양이 소리로 노래부르기, 귀여운 강아지 표정짓기로 분위기를 확 띄웠다. 계상에게 보복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계속 패하는 ‘묵찌빠' 게임의 벌칙으로 시도한 하선의 롤리폴리춤과 고양이 소리는 또 얼마나 귀여웠던가.
 
지석은 하선이 차에서 놓고 내린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 집을 직접 만들어 분실 흔적이 나지 않게 해 결국 하선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지석은 우유부단한 남자에서 ‘잘생긴 매너남’이 됐다.  
 
어쨌거나 이제 이야기도, 사랑의 감정도 정리해야될 시점이다. 공중보건의 윤계상은 곧 르완다로 의료봉사를 떠난다. 지원은 전교 1등이지만 지원대학을 결정짓지 못하고 르완다에 계상 아저씨와 함께 간다고 했다. 르완다로 가는 이유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게 재미있다. 즐거우니까 하는 거다”고 말한 윤계상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나저나 르완다행 비행기는 잘 뜰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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