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생팬, 인간비애의 새로운 장르?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쾌도난마] ‘스타는 영웅시되고 신격화되며 찬미의 대상 그 이상이다. 스타는 또한 숭배의 주제이기도 하다. 종교의 싹이 스타의 주위에서 형성된다. 팬은 완전히 알려고 한다. 즉 우상(스타)의 모든 모습을 소유하고 조작하고 또 정신적으로 소화하려고 한다. 안다는 것은 주술적인 소화흡수의 수단이다. 그것은 스타에 대한 분석적 내지 종합적인 지식을 구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십, 소문, 경솔한 언행을 모두 굵어 모으려고 하는 것이다.’

‘스타’의 저자 애드가 모랭의 지적처럼 팬들은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스타는 일부 팬들에게 신이자 우상이다. 이 때문에 매일 스타의 사생활을 추적하며 심지어 스타가 죽으면 따라 죽는 극단적인 팬까지 생겨나고 있다. 어떤 사회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인간비애의 새로운 장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JYJ의 멤버 김재중과 박유천이 사생팬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했다는 최근 한 매체의 충격적 보도가 터져 나왔다. 매체가 공개한 JYJ의 사생팬과 관련한 음성파일에선 일부 멤버의 욕설과 폭행, 그리고 팬들의 신음소리 등이 들린다. 충격을 넘어 경악의 수준이다.

JYJ의 사생팬에 대한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사생팬과 JYJ에 대한 비난 역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상당수 언론과 사람들은 사생팬이 등장한 배경과 원인,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살펴보기 보다는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사생팬의 사례를 들며 비난을 퍼붓기에 급급하다.

팬은 한 사회 내에서 특별한 가치, 지위를 가지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사랑을 다양한 형태로 표출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연예인과 대중문화 팬은 연예인의 상품인 음반 및 콘서트, 영화, 드라마 등을 소비함으로서 스타를 탄생시키고 스타의 명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또한 스타의 정보 유통이나 이미지 제고를 통해서 스타의 상품성을 배가시키기도 하고 홍보전령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명이나 신인을 일약 스타로 부상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팬이다. 팬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스타역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팬에게 스타는 사회화의 대리자(Agent)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이성적인 대상 혹은 성적인 대상으로서 기능을 한다. 그리고 팬들은 스타를 인격형성자로 간주하며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스타를 자신의 꿈과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기제로 여기는 팬들도 많다. 그리고 팬들은 현실이 불만족스럽고 고민이 많은 10대 청소년 팬들의 경우, 스타를 현실도피 기제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팬과 스타와의 관계는 차이가 있다. 단순히 스타에게 감정적인 친화나 호감을 드러내는 팬에서부터 자기 동일시, 모방을 하는 팬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에 몰입돼 현실의 자신의 세계를 스타의 세계로부터 도출된 관점으로 구성하며 사는 스타에 대한 투사의 정도가 극단적인 팬까지 다양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생팬 즉 특정 연예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일거수 일투족까지 알아내려고 밤낮없이 해당 연예인의 일상생활을 쫓아다니는 팬은 스타에 대한 투사정도가 큰 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택시를 대절해 스타의 일상생활을 추적하기도 하고 스타가 이용하는 미장원에서부터 주거하는 공간까지 몰래 침입하기도 한다. 심지어 스타의 주민등록번호로 PC방에 가입하기도 하고 숙소나 주택 열쇠를 복사하고, 가족들의 전화번호까지 알아내 통화를 시도하는 일까지 벌인다. “숙소 근처에서 스타의 얼굴을 보기위해 2~3일을 기다린 적이 적지 않다”고 말하는 사생팬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10대 청소년들이 주류를 이루는 사생팬 중 상당수가 스타의 사생활동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상황까지 초래되고 있다. 사생팬으로 인해 일부 스타들의 사생활 침해에서부터 심리적 압박에 이르기까지 스타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이자 피해는 바로 사생팬 당사자다.

입시위주교육, 왕따 문화의 보편화, 경쟁지상주의, 양극화의 문제, 가족의 해체의 심화 등 학교와 가정, 사회의 문제가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고 제약이 많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스타에게 집착하는 즉 사생팬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스타에게 몰입하면서 현실의 어려움이나 골칫거리, 고민들을 잊고자 하는 현실도피 욕구가 스타에게 극단적으로 집착하는 사생팬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타를 건강하게 소비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교육 부재 역시 극단적으로 스타에 집착하는 사생팬들을 양산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에 대한 사회나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고 가정이나 학교, 연예기획사에서 스타를 건강하게 소비하는 교육은 전무하다. 기성세대는 스타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에 대해 이해의 노력보다는 냉소적인 시선을 먼저 보낸다. 갈수록 스타의 역할이나 영향력은 급증하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선 이에 대한 교육은 없다. 연예기획사는 팬들을 이윤창출도구로만 활용 한다. 이러한 상황이 스타의 사생활에 극단적으로 매달리는 사생팬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제 사생팬이 죽일 죄인이라고 비난만 쏟아낼게 아니라 사생팬이 건강한 팬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스타와 연예기획사, 대중매체, 학교 그리고 가정이 머리를 맞대야할 때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씨제이엔터테인먼트,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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