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당과 지옥을 오간 ‘K팝스타’ 생방, 이번엔 성공할까?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승승장구하던 SBS ‘K팝스타’가 첫 생방송 무대인 탑10 경쟁에서 기가 한풀 꺾였다. 그 이유는 해외에서 자란 출연자가 많아 아델이나 비욘세, 브루노 마스, 픽시 로트 등의 팝송을 자유자재로 불렀던 경쟁자들에게 국내 가요를 부르게 했다는 점, 무대가 지나치게 크고 화려해 오히려 큰 무대 경험이 없는 출연자들이 긴장해서 실력발휘를 못했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우리는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스토리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찾아왔다. 허각, 백청강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흔해져버려 시청자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틀이 이미 읽혀졌다. 상대가 내 카드를 다 읽은 것이다. 그만큼 오디션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청자에게 소비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션 예능의 출연자의 스토리를 찾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K팝스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탑10중 최고령자는 백지웅으로 1990년생, 22살이다. 가장 어린 박지민은 1997년생으로 14살이다. 이런 어린 참가자들에게 무슨 인생 스토리가 있겠는가. ‘마이 스토리(My Story)’를 주제로 해 탑10의 경쟁을 펼쳤지만, 그나마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나온 참가자는 백지웅 한 명 정도였다. 부모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치킨집을 하며 그 옥상에서 살고 있는 집안형편상 입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의 노래 실력이다. 프로들의 서바이벌 무대인 ‘나는 가수다’도 가창력이 출중한 참가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듯이 아마추어에게도 마찬가자다.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은 탈락과 합격이라는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을 정도로 음악을 전달하는 힘이 앞세워져 있어야 성공한다. ‘보이스 코리아’의 배틀라운드 듀엣무대에서 둘 중 한명은 떨어지지만 잔혹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가창력과 하모니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K팝스타’는 한 번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음악을, 가창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스’는 충분히 있기 때문에 어떤 기획이 가미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 다음으로 부각되는 건 심사위원이다. 그동안 이승철, 방시혁 등 독설형 아니면, 김태원, 이선희 처럼 마음이 따뜻한 멘토형 심사위원을 보아왔다. ‘위대한 탄생2’는 모두 따뜻한 멘토를 자처해 때로는 독설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K팝스타’가 보여줄 수 있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은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박진영은 심사를 너무 세세하게 많이 하고, 양현석은 다소 두리뭉실하고, 보아는 이 사이에서 실리,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는 듯하다. 생방송에서 이 틀이 완전 고착되지는 않았고 다소 변화될 여지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박진영의 심사는 정확한 지적이 많다. 하지만 심사가 장황하다 보니 심사라기보다는 지적이 되기도 한다. 예리할 때도 있지만 다소 주관적으로 심사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나만 심사위원이다’라는 식이다.
 
첫 번째로 나온 백지웅에게는 “들숨 날숨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들숨 날숨이 없다. 잘한 게 없다”고 말했고, 이미쉘에게 “공기 반, 목소리 반의 이상적인 목소리를 냈다. 들숨 날숨이 계속되며”라고 평했다. 이런 식의 심사는 계속 이어졌다. 신인을 스타를 만든 경험이 많은 박진영의 심사는 공감할만한 부분이 많고 전문성도 인정할만하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인만큼 이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양현석은 생방송에서 긴장한 탓인지 본질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재치와 유머, 인정 넘치는 평으로 참가자의 긴장을 완화시켜 주는 데는 큰 역할을 했다.
 
박진영-양현석의 심사 틀은 이미 이은미-김태원 멘토링에서 경험했다. 심사만 하는 이은미와 심사를 하지 않는 김태원의 구도였다. 박진영-양현석 구도가 이은미-김태원과 같다는 말은 아니다. 박진영과 양현석의 단점만을 부각시킨다면 이은미-김태원 구도와 유사한 부분이 생기지만 두 사람의 장점과 디테일을 확장시킨다면 전혀 다른 조합이 나올 수 있다. 이는 ‘K팝스타’ 심사의 새로운 관점과 포인트가 될 것이다.

보아는 참가자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데다 때로는 따끔하게 지적하는 엄밀성과 냉철성을 보여줘 히트곡을 내놓지 않고도 보아의 재발견이 이뤄졌다. 하지만 약간씩 무뎌져가는 것도 사실이다.
 
‘K팝스타’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재빨리 보강이 이뤄지면 얼마든지 초기의 상승세와 차별성을 이어갈 수 있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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