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션 광풍, 어두운 그림자는 무엇?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위대한 탄생, K팝스타, 슈퍼스타K, 보이스코리아, 지겨워!” 지난 4일 방송된 KBS‘개그 콘서트-용감한 녀석들’에서 신보라가 던진 한마디. 하지만 “지겨워”라는 말로 오디션 프로그램 광풍의 그림자를 아우를 수 없는 상황이다. 오디션 광풍이 거세어질수록 오디션 병폐의 그림자도 더 짙게 드리워진다.

어린이에서부터 주부에게 까지“당신의 꿈을 이뤄준다”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하며 안방을 점령한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날이 갈수록 홍수를 이룬다. MBC ‘위대한 탄생’, KBS ‘톱밴드’, SBS ‘K팝스타’, 엠넷 ‘슈퍼스타K’ ‘보이스코리아’, JTBC ‘메이드인유’, tvN ‘슈퍼디바’, ETN ‘글로벌 슈퍼아이돌’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송사가 손쉽게 제작비와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막대한 협찬과 광고, 그리고 안정적인 시청률 담보라는 달콤한 이유로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혈안이 돼 있다. 그리고 방송사의 탐욕은 숨긴 채 떠벌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타 등용문이자 실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진정한 꿈의 무대이자 꿈의 실현의 장’이라고.

무한경쟁 이데올로기가 일상화됐지만 경쟁의 과정에서 공정함보다는 불공정과 편법, 불법이 판치는 2012년 대한민국 사회. 그런 사회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실력만으로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공정과 성공 신화의 보루 같은 왜곡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연예인지망생 공화국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상상을 초월하는 연예인 지망열기를 시청률로 연결시켜 흥행면에선 일단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눈길을 끌수록 그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졌다. 다양해야할 예능 프로그램이 오디션 포맷으로의 획일화가 심화되는 병폐를 드러낸다는 지적은 제작진의 탐욕 앞에선 무력하기만하다.

범람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학교마저 외면하고 오디션에 올인 하는 어린이, 청소년 오디션 폐인을 양산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있다. 심지어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최근 자살을 한 여고생의 비극도 넘쳐나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참가자의 감추고 싶은 사생활까지 기가 막히게 포장해 억지 감동 성공신화를 구축하며 교묘하게 참가자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명예나 인권을 훼손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일이라면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참가한 오디션 참가자를 전국민의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다. 악마의 편집이 됐든 착한 편집이 됐든 참가자의 진정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자극의 극대화로 시청자의 눈길끄는 데에만 혈안이 돼 참가자에게는 상처를, 시청자에게는 정서의 황폐를 주고 있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무한경쟁 이데올로기의 더욱 심화시키고 잘못된 공정신화를 구축하는 어두운 그림자를 우리사회에 전반에 드리우고 있다. 참가자의 조건과 상황이 다른 데도 똑같은 경쟁조건으로 대결을 시킨 것만으로 공정한 경쟁이라고 강변하며 잘못된 공정신화를 시청자의 인식에 자리 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디션 광풍의 병폐는 이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꿈과 삶, 성공, 음악에 대한 일그러진 인식의 왜곡을 불러오는 병폐는 정말로 심각하다.

“평생을 피땀 흘려 음악에 바친 뮤지션들의 음악은 어디에 걸려있는지 찾을 수 조차 없고… 음정, 박자에 기본발성도 없는 오디션프로 참가자들은 국민 스타가 되어 차트와 프라임타임에 공중파를 점령한다. 우리나라의 음악계는 썩은 불량식품처럼 변하고 있다. 제발 음악자체로 느끼고 평가해라. 당신들이 지금 듣고 있는 건 음악이란 감투를 쓰고 있는 되도 않는 광대놀이다. 갑자기 짜증이 미친 듯이 몰려온다. 또한 어떻게 이 수많은 가수들이 다 똑같이 랩하고 똑같은 창법에 비스무리한 노래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유명 작곡가 돈 스파이크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광풍이 대중음악계에 미치는 폐해를 적나라하게 적시하고 있다.



“지금 있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매우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난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리 기를 쓰고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지…그냥 매일매일 만들어지는 졸작들, 만들고 좌절하는 음악, 실망스러운 문학작품, 그림들… 그게 다 그 자체로 예쁜 거거든요. 그걸 되지도 않는 잣대로, 박수소리 하나만 갖고 잣대를 매겨서 누굴 상 주고 떨어뜨리고. 그런 걸 즐기는 사람들의 잔인한 속성을 부추겨서 장사를 해먹는 건 나는 반대입니다. 진짜 음악·예술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즐거움을 상품화하는 거니까요.” 한겨레 신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수 김창완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병폐를 질타했다.

그리고 그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무하다 보니 이제는 개개인들이 다 오디션을 받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어요. 세상이 다 오디션중인 거죠. 이게 무슨 삶이고 인생입니까? 나한테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를 해달라는 제안이 왔는데 다 쫓아냈어요. 이제 세상이 갈수록 교활한 오디션을 합니다. 절대 현혹되지 말고 삶의 참뜻을 생각하며 유아독존적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고 거듭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판한 뒤 많은 사람들에게 방송을 넘어 사회전반으로 번지는 오디션 열풍의 폐해를 벗어나는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방송계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한 오디션 열풍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오디션 광풍의 폐해는 더욱 더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그 폐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정말 소중한 것들을 상실하고 있다. 오디션 광풍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사진=MBC, SBS,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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