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배 끝나면 빨리빨리 꺼야 돼요. 아이구 아까워라. 초도 아까워요.”
“후원이라고 해봐야 달랑 서동주(딸) 후원인데, 서동주 후원과 융자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남편이 5만원 한도 내에서 오늘 집을 꾸미라고 했어요. 우리가 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막 쓰면 되느냐고요.”

- SBS <좋은 아침>에서 서정희의 한 마디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어제 아침 SBS <좋은 아침>에서는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서세원 씨 부부의 근황이 소개됐다. 부부의 근황이라고는 하나 이야기의 중심은 새 삶을 살게 된 서세원 씨가 아닌 이런저런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남편을 목사로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부인 서정희 씨에게 있었는데, 그러나 숱한 난관들을 신앙의 힘으로 극복해냈다는 점이야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도무지 공감을 하기 어려웠던 건 끊임없이 계속되는 ‘알뜰’, ‘절약’ 타령이었다.

목회자로서의 새로운 삶과 집안 인테리어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제목부터가 어울리지 않게 ‘새봄! 서정희의 셀프 인테리어‘이었으니까. 보아하니 여기서 ’셀프‘란 바느질이나 가위질 등 본인의 손길이 닿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인테리어 업자에게 디자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는데 어느 가정, 어느 주부든 커튼이며 쿠션 하나 바꾸자고 전문가를 부르는 일은 없지 않나? 원단 시장에 나가 천을 골라 바느질집에 맡기는 일, 사실 주부들에게는 흔한 일상이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흔한 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두어 해에 한 번씩 집안 분위기를 바꿀 마음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일반 주부들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 싶다.

그런가하면 교회에서 꽃꽂이를 할 때도, 손님에게 다과를 내기 위해 식탁 장식을 할 때도, 하다못해 화장실 청소를 할 때도 어김없이 등장한 단어, ‘재활용’. 재활용의 달인인 양 묘사되고 있었지만 마뜩치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건 그녀의 손끝에서 재탄생 되었다는 물건 하나하나의 기본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 때문이리라.

한 마디로 말해 그녀의 재활용은 모두 돈이 없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작업이었으니까. 공짜로 집어왔다지만 숙박비가 꽤 비싼 홍콩 페닌슐라 호텔 론드리백(세탁물을 담는 주머니)이나 값나가는 스니커즈 더스트 백으로 쿠션을 만들어 쓰면서, 그것도 직접 바느질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어찌 재활용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지 원. 분위기 바꾸겠다고 목욕 가운을 잘라 수건으로 만드는가하면 시집 간 딸 방 커튼을 고쳐 거실로 옮겨 달고, 주인 없는 딸 방에는 새 커튼을 하나 더 추가하고, 이게 과연 알뜰하다고 자부할 일일까?









그런가하면 스스로 수납의 여왕이라며 열어 보인 수납장 선반에는 명품 더스트 주머니들이 담긴 박스가 즐비했고 발품을 팔아 마련했다는 거실 가구며 소품 또한 여간해선 살 수 없는 가격이 태반이었다. 가진 재력으로 자기 살림을 어떻게 꾸려가던지 그 점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더구나 집안일에 대한 열정과 노력만큼은 존경할 만하지 않은가. 다만 안 써도 될 돈 써가며 이것저것 바꿔 보는 호사스러운 취미일 뿐이거늘 왜 굳이 ‘재활용’이며 ‘검소’, ‘알뜰살뜰’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냐는 얘기다.

가장 의아했던 건 프랑스 파리에서 마음에 들어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와 활용 중이라는 누군가의 작품이었다. 촬영해온 이미지를 금형을 떠서 커튼이며 블라인드, 거울, 집안 곳곳에 붙이거나, 박아놓고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저작권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작업인 건지 정말 궁금하다. 그런 걸 두고 ‘서정희 표 커튼’이라고 추켜세우는 제작진의 배짱 또한 대단하달 밖에. 서정희 씨 본인 집에도 딸이 그렸다는 스케치들이 있었는데 그걸 누가 가져다 집안 장식에 도용한다면? 열린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방송 중에 서세원 씨가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기만 하면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난다며 한 걱정을 했다.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도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두 사람을 순수한 마음으로 편견 없이 바라보고 싶다. 하지만 진심이 왜곡될까봐 고민이라고, 억울하다고만 하지 말고 왜 매번 비난을 사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부디 누구보다 검소하다느니 알뜰함이 몸에 뱄다느니 하는 식의 서민 흉내만큼은 이제 TV에서 그만 보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KBS2]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