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인조 카라, 車 두 대로 나눠 이동하는 이유?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5인조 걸그룹 카라에게 최근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이동 중 타는 밴이 한 대에서 두 대로 늘어난 것이다. 7인조 티아라도 밴 한 대로 이동한다. 오해마시라. ‘생계형 아이돌'인 카라에게 밴을 한 대로 줄여서 타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매니저, 코디네이터 등 스텝들도 같이 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두 대로 운용하는 게 효율적일 때가 많을 것이다.

어쨌건 한 대의 밴으로 이동하던 카라가 두 대의 밴으로 이동한다는 건 ‘생계형 아이돌'과의 완전 결별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보여 진다. 카라에게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은 지는 제법 됐다. 하지만 이제는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콘셉트에서 벗어나 대체 콘텐츠를 개발해내야 할 때다. 일본에서 소녀시대보다도 더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무슨 콘셉트이니, 콘텐츠 타령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특히 한국에서의 카라 인기 유지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생각하면 안이하게 대처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최근 데뷔 후 처음으로 마련한 카라의 국내 단독 콘서트에서 그들의 국내 위상이 어느 정도 감지됐다. 초대권 남발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공연 열기는 뜨겁지 못했다. 이 점에서 소녀시대와는 대조를 이뤘다.
 
멤버 개인무대는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지만 박규리 정도를 제외하면 가창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서인지 퍼포먼스가 힘을 받지 못하는 듯했다. 오히려 나는 카라의 공연을 보면서 다른 차원에서 감동을 받았다.

노래에 충분히 감정이 이입된 건 아니지만 카라의 각 멤버가 열심히 무대를 돌며 최대한 관객에게 가깝게 가려고 하고, 또 자리를 잠깐 비우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준비한 것들이 많으니 가시지 마세요” 하고 귀엽게 애원하는 모습에서 기분이 좋아졌다. 콧대를 높이지 않고 스스로 낮은 자세로 관객들과 호흡하려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카라는 음악을 통해 확실한 국내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콘셉트의 음악이 좋은가와 관련해서는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가 “범용상품으로서 자기 본질에 충실한 트렌드 편승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카라는 2008년 ‘프리티 걸’에는 큐트한 이미지였다가 2009년 2집 ‘레볼루션’의 ‘허니’와 ‘미스터’, 2010년 ‘루팡’에 오면 속도감 있게 계속 달리는 느낌이 제대로 먹였다. 강렬하면서 섹시한 이 흐름은 2011년 3집 ‘스텝’에서도 느낄 수는 있지만 명확한 이미지로 정착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카라 하면 ‘이거다' 할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카라가 일본에서 앨범 ‘슈퍼걸'로 77만여장, ‘걸즈토크'로 53만여장을 각각 팔고, 싱글 ‘GO GO SUMMER'로 24만장, ‘제트코스터 러브'로 23만장을 팔아도 한국에서 인기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한류스타의 흥행을 이어가기 힘들다.
 
카라는 두 대의 밴을 타고 다녀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아니다.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다. 이 점은 일본에서는 ‘카와이(귀여움)'라는 특징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카와이'로 밀고 가기는 어렵다.

카라는 결국 음악적으로 폭발력과 대중적 파장을 남기고 그에 따른 이미지가 구축되어야 롱런할 수 있다. 오는 4월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일본 5개 도시 투어를 갖는 카라의 일본 행보는 당분간은 낙관적이다. 하지만 카라가 일본에서 노출극대화 전략을 펼쳐 소녀시대보다 팬 베이스가 넓다고 볼 수 있음에도 충성도는 약한 것으로 보인다. 또 모국 베이스가 약하면 한류 활동이 불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어필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걸그룹의 가창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효린(시스타) 송지은(시크릿) 등 걸그룹의 메인 보컬의 가창력은 웬만한 솔로가수 못지 않다. 현실적으로 메인 보컬의 부재 등 약점을 지니고 있는 카라가 국내에서 인기를 견인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못하면 계속 ‘카라가 한국서 맥 못추는 진짜 이유' 같은 기사와 분석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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