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드라마 흥행공식? 무식한 소리!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40% ‘해품달’, 국민드라마 흥행공식 있다’ ‘영화의 新흥행공식 떴다’ ‘장르 영화 흥행공식 있다’ ‘‘완득이’ 등 원작영화 대세, 새로운 영화 흥행 법칙’ ‘‘써니’로 살펴본 영화 흥행공식’ ‘‘브레인’, 의학 드라마 흥행공식을 잇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에 대한 기사 제목들이다. 기사 제목에 포함된 흥행공식과 흥행법칙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미안하게도 기사제목은 정확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정말 영화 드라마 음반 등 문화상품의 흥행공식이 있다면 실패한 작품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흥행공식만 충실히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2011년 한 해 동안 개봉한 150여편의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겨 흑자를 낸 작품은 16편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해 ‘강력반’ ‘포세이돈’ 등 한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도 부지기수다. 요즘 종합편성 채널 드라마처럼 수십억원의 제작비를 투여하고도 시청률은 1%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성공하는 작품보다 망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훨씬 많다. 음반역시 마찬가지다.

기사나 보고서에서 열거한 흥행성공 공식에 맞춰 제작을 하더라도 성공하는 영화나 드라마, 음반보다 망하는 작품이 훨씬 많다. 이런 현상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신문이나 보고서에서 흥행 공식이라고 언급한 것은 대부분 시청률이나 관객동원에 성공한 드라마나 영화의 특징이나 인기요인, 경향을 단순히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영화,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한 방송 콘텐츠, 음반 등 문화상품은 일반 제조 상품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으로 인해 정확한 수요 예측이 불가능하고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장동건 오다기리조 판빙빙 등 한‧일․중 톱스타가 최고 스타감독 강제규와 손잡고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 280억원을 들인 영화 ‘마이웨이’는 개봉 전 흥행성공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관객의 외면을 받아 흥행 참패의 쓴맛을 봤다. 새로운 드라마 음반 영화를 대중, 즉 소비자 앞에 내놓을 때 ‘시청률이나 음반 판매수, 관객수는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드라마를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 음반, 영화 등 문화상품은 자신이 직접 소비했야만 그 가치와 질을 아는 경험재적 특성이 있다. 그리고 음반, 영화, 드라마를 한번 소비한다고 생명이 끝나는 것이 아닌 비소모적 성격도 있다. 같은 영화를 처음 볼 때와 두 번째로 볼 때 효용가치가 차이가 나는 것처럼 한번 소비하면 효용이 떨어지는 비반복재적 특성도 있다. 또한 영화 등 문화 상품은 유통되는 창구(영화를 극장에서 볼 때와 DVD방에서 볼 때 그리고 안방에서 볼 때 등등) 역시 그 가치에 영향을 미치며 문화 상품을 소비할 때는 소비자본(돈)과 시간이 소요된다.




영화나 드라마, 음반 등 문화상품의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수요가 불안정하고 정확한 관객수나 시청률, 음반판매수를 예측하기 힘든 것이다. 이 때문에 제작자나 방송사, 영화사 등은 수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수요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하지만 수요 안정화 전략 역시 제대로 작동되기 보다는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

우선 스타 캐스팅 전략을 구사한다. 스타(연기자 가수 뿐만 아니라 스타 작가, 스타PD, 감독 포함)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스타의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팬을 확보하고 있다. 즉 특정 스타가 나오면 영화, 드라마를 묻지마식으로 소비하는 팬들이 있다. 거기에 스타는 문화상품 홍보 마케팅에 유명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스타 캐스팅은 주요한 수요 안정화 전략이다. 하지만 스타 캐스팅을 했다고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톱스타가 출연하고도 망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훨씬 더 많다. 이 때문에 ‘스타는 문제 있는 필수품’라는 말을 한다.

베스트셀러 소설 ‘해를 품은 달’을 드라마로 만들어 성공한 것처럼 다른 미디어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을 활용하거나 재가공하는 전략, 그리고 ‘무한도전’ ‘슈퍼스타K’처럼 성공한 미디어 상품을 모방하거나 속편을 만드는 전략 등을 수요 안정화 전략으로 구사하기도 한다.

또한 영화제를 비롯한 시상식에서 수상한 것을 홍보로 활용하는 것을 비롯한 시상식이나 이벤트를 만들어 상품가치를 창출하고 홍보하는 전략, 평론가, 대중매체 종사자의 평가 시장의 활성화 및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입소문 확대재생산 전략, 그리고 문화상품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타인의 소비량 즉 시청률, 관객수, 음반판매수 홍보기제로 활용전략 등도 제작자나 방송사, 영화사들이 수요 안정화를 위해 구사하는 전략들이다.

하지만 이것은 수요 안정화 전략일 뿐이다. 이 전략들이 절대적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반드시 흥행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와 관객 등 소비자가 문화상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는 스타도, 시상식의 수상도, 그렇다고 기자나 비평가의 호평도 아니다. 바로 상품의 질, 즉 드라마나 영화, 음악의 높은 완성도다. 시청자나 관객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문화상품을 선택할 때 제작자와 출연진에게 최상의 질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그것을 냉정하게 평가해 구입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영화 ‘범죄와의 전쟁’, MBC, SM]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