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드래곤, 왜 그렇게 비난하나요?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한국에선 연예인과 스타에 대해 대중의 시선이 매우 엄격한 것 같아요. 프랑스에선 좋아하는 스타가 대마초 흡연을 하거나 불법을 저질렀다고 해도 약간 영향은 있지만 팬들의 사랑과 대중의 시선은 크게 변하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에선 문제를 야기한 연예인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고 엄격하던데 이런 현상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아요.”

K-POP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디스커버리 채널의 프랑스 감독 Herve Delpierre가 인터뷰를 하면서 저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Herve Delpierre PD의 질문에 한국과 프랑스에서 연예인들의 역할과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 차이 등을 들며 답변을 하는데 이 질문과 관련된 세 연예인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첫 번째 스타는 최근 컴백을 하면서 비판과 논란이 증폭된 빅뱅의 멤버 지 드래곤 입니다. 지 드래곤은 지난해 5월 일본에서 대마초를 피웠고 7월 실시한 모발검사결과 양성판정이 나 큰 충격을 줬습니다. 검찰은 상습투약이 아닌 초범인데다 흡연량도 적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요. 그리고 빅뱅이 출연한 SBS ‘힐링 캠프’2월20일 방송에서 지 드래곤이 대마초 흡연에 대한 심경을 밝히자 방송직후 상당수 시청자들은 토크쇼가 면죄부와 동정여론 조성장이냐며 비판과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지난 2월28일 KBS ‘시사기획 창’에선 재벌가와 정관계 인사, 그리고 유명인 등의 평창땅 투기 문제를 다뤘습니다. 여기에 한 스타가 거명됐습니다. 바로 강호동입니다. 재벌가, 대주주 관련 인사들이 구입한 평창 일대의 땅은 1만9858㎡에 달하고 강호동이 산땅은 23만㎡인데도 방송에선 강호동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더군요.

방송 후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블로그에‘불쌍한 강호동’이란 글을 통해 “많고 많은 사람들 중 유독 강호동씨만이 유탄을 맞은 것 같네요. 훨씬 더 부자이면서 훨씬 더 많은 땅을 사잰 사람은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데 그만 인기인이라는 이유로 20억 원의 가치가 있는 땅을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군요. 어마어마한 그 사람들에 비하면 강호동씨는 일개 소시민에 불과하게 보이는데요. 이게 바로 인기인의 설움이지요”라며 종합부동산세 폐지 문제와 더 비판받아야할 재벌 등 기득권층 보다 더 강호동이 집중 비난 받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공무원 시험 등으로 입영을 연기 하는 등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MC몽 역시 떠올랐습니다. 2010년 한 방송에서 MC몽이 군면제를 위해 고의로 발치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논란이 증폭돼 곧바로 KBS‘1박2일’등 방송에서 퇴출됐습니다. 그리고 대중의 집중적인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 비난의 이면에는 우리 특권층의 불공정한 병역면제에 대한 분노와 비판이 투영돼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SBS‘그것이 알고 싶다’제작진이 2010년 11월 군필자, 미필자 성인남성 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현재의 징병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했고 그중 72.5%는 불공정한 이유로 고위공직자와 그 자식, 연예인 등 특정계층의 불법행위를 꼽았습니다. 제작진은 현정부 내각 군면제 비율이 24.1%로 일반국민 평균(2.4%)의 10배에 달하고 지방자치단체장 군면제 비율도 22%에 이른다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스타와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의 현주소와 기대, 문제점을 지 드래곤과 강호동, 그리고 MC몽의 모습 속에서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디스커버리채널의 연출자 Herve Delpierre의 질문의 답 역시 이안에 있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달리 우리 대중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불법행위를 한 연예인과 스타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시선을 견지하는 것은 연예인의 역할과 공인적 성격, 그리고 연예인에 대한 대중이 바라는 당위적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스타나 연예인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 수행자로서 기능을 합니다.

우선 엔터테이너로서 영화나 드라마, 예능, 음악 등을 통해 대중에게 즐거움과 행복, 교훈과 의미, 감동을 선사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스타는 대중 특히 청소년들의 사회화의 대리자(Agent)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이성적인 대상 혹은 성적인 대상으로서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타나 연예인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격형성의 모델로 간주되며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줍니다. 심지어 자신의 세계를 스타의 세계로부터 도출된 관점으로 구성하며 사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교수 지적처럼 우리 사회와 대중에게는 스타나 연예인들이 귀감이 되어야한다는 조작적 당위성이 강하게 존재하고 공인으로서의 연예인에 대한 통념들이 개인의 감성과 취향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자기 결정권이 배제되는 보편적 도덕심을 가져져할 자, 혹은 건전 사회 만들기를 위한 내레이터 모델로 보는 시선이 엄존하기도 합니다.

연예인의 역할과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규범적 기대는 연예인에 대한 공인적 성격 부여에서 초래되는 부분이 큽니다.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에 대한 일반인, 전문가, 그리고 연예인 사이에서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상당수가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예인의 문제 있는 행동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태 혹은 불법행동을 했을 때 엄준한 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바로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공인(公人, Public figure)은 ‘공직에 근무하는 사람’ 혹은 ‘사회적으로 널리 명성을 얻거나, 스스로 공론의 장에 자발적으로 관련된 자로서 그에 대한 비판과 품평은 표현의 자유에 의해 널리 보장되는 인물’로 정의돼 있습니다.

대중문화를 소비하고 연예인을 소구하는 대중은 연예인의 공인여부에 대해 공인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연세대 영자신문사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 응답자의 63.2%가 ‘연예인은 공인이다’고 답했고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라고 한 사람은 28.4%에 불과했습니다. 연예인 당사자도 스스로를 공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닌데 오히려 정치인보다 엄정한 잣대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성시경처럼 일부 연예인은 공인적 성격을 부인하지만 한국연예인노조가 탤런트, 희극인 등 노조원 4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선 77.3%가 연예인은 공인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은 엇갈립니다. 연세대 윤태진 교수는 한 매체에 기고한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라는 칼럼에서 “공인을 한두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겠으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 공공에 대한 기여와 역할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함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들이 스스로를 공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관습은 적절치 않다”며 연예인이 공인이 아니라고 주장을 했고 미국의 존 딘 변호사는 “유명성으로 인해 사회적인 일에 역할을 맡거나 공공의 의문을 해결해 낼 것으로 생각하는 이가 공인(Public Figures)이다. 마돈나 같은 연예인은 설득력과 영향력이 매우 커 완전한 공인의 범주에 들어 간다”며 연예인의 공인이라는 논지를 설파했습니다.

우리 법원 판례를 보면 연예인들을 공인적 범주에 포함시킨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법원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론’에 따르면 대체로 선거직이나 그 후보자, 정부의 중요정책 결정자, 검찰·경찰·군 고위 간부 등을 일컫는 공직자(Public Official)와 유명인사로 불리는 연예인, 유명 운동선수, 대기업 총수 등 전면적 공적 인물(Pervasive Public Figure), 공직자나 유명인이 아니지만 어떠한 지위와 관련된 보도에 의해 혹은 특정한 공적 논쟁에 참여함으로써 인지도가 높아진 경우인 제한적인 공적 인물 혹은 논쟁에 관련된 공적 인물(Vortex Public Figure)로 규정해 연예인을 공인적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대중, 연예인, 그리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연예인은 공인이다’라는 입장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불법을 저지르는 연예인과 스타에 대해 엄격한 도덕적 잣대나 비판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대중매체나 대중은 강호동의 경우처럼 사회지도층 인사나 정관계 인사, 그리고 재벌 등의 불법행위나 사회적 물의보다는 연예인에 대해 유독 더욱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집중적으로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MC몽처럼 상당수 대중이 우리 특권층의 불공정한 병역면제를 비롯한 부정과 비리에 대한 비판과 분노를 손쉬운(?) 연예인을 통해 쏟아내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연예인들에게 끊임없이 건강한 도덕적 롤 모델 혹은 건전한 사회의 모범적 공인 모델이기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제 한번쯤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시선의 문제점, 그리고 연예인에게 가해지는 정도 이상의 가혹한 비난과 당위적 요구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대마초를 흡연하고 얼마 안돼 방송에 복귀한 지 드래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리고 엄청난 땅투기를 하고 있는 재벌보다 강호동이 더 많은 비판을 받고 구입한 땅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것에 대해 어떤 시선을 보내나요. 그리고 병역면제에 문제가 많은 특권층을 향한 분노를 연예인 MC몽이 대신해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가요.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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