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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끊임없이 사랑 받는 비결
기사입력 :[ 2012-03-22 15:30 ]


- 박재범 “내 음악 불편한 사람은 안 들으면 돼” [인터뷰2]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분결같은 피부에 솔직하면서도 깍듯한 매너, 적당한 재치까지 두루 갖춘 기분 좋은 청년이다. 반짝이는 눈빛이며 표정만으로는 평생 좌절이라고는 겪어 본 적이 없을 것 같건만 하지만 그는 다들 알다시피 누구도 겪어보지 못할 시련을 이겨냈다. 사실 짐작이나 할뿐 우리가 어찌 그가 통과한 터널의 깊이를 알 수 있겠는가. 말끝마다 가족과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그. 팬들이 이젠 가족 같아졌다는 그. 긍정적인 품성의 기본은 역시 가족에게 있지 싶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Q: 팬들과의 사이가 각별하더군요.

A: 제가 활동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한국에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저를 잊지 않고 똑같이 응원해주시니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일들이 좋지만은 않아요. 제가 좋아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여러 가지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팬들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려고 애를 써요.

Q: '불후의 명곡 2'로 다시 방송 출연을 하게 됐습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감회라는 단어, 이해하나요?

A: 네, 뭔지 알아요.(웃음) 당연히 기뻤어요. 사실 매주 무대를 준비한다는 게 굉장히 힘들어요. 더구나 요즘처럼 음반 활동을 함께 할 때는 정말 심하게 힘들거든요. 대기실에서 노래를 듣고, 가사를 외우고, 새벽에는 퍼포먼스 준비하고. 정신이 없고 시간이 부족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시더라고요. 얼마 전 헬스클럽에서 어떤 아저씨께서 ‘불후의 명곡 2’ 참 잘 봤다고 말씀해주셔서 뿌듯했어요.

Q: 그러나 지금처럼 남이 짜놓은 스케줄대로 사는 건 본인이 원하는 삶이 아니잖아요?

A: 틀에 짜인 스케줄은 반갑지 않죠. 누구라도. 그러나 지금의 스케줄 관리에는 저도 참여하고 있어요. 그룹 때는, 예를 들어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같은 게 사실 맘에 들진 않았지만 팀을 위해 어느 정도 포기하고 활동했어요. 지금은 저 혼자니까요. 스타일리스트와 의논해서 제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편이에요. 음악, 의상, 머리, 스케줄, 모든 부분에 제 의사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따라서 책임이 저에게도 있죠.

Q: 정글과도 같다는 연예계로 다시 돌아왔는데요. 혹시 마음으로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나요?

A: 많아요. 아주. 가족들, AOM 친구들, 비보이 크루, 그리고 한국에 있는 팬들이 깊은 사랑을 주셔서 큰 힘이 되어요. 제가 뭘 하든 무조건 응원을 해주시니 진짜 제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특히 타이거 JK형은 생각과 말이 깊이가 있는 분이에요. 진정으로 멋있는 분이죠. 서로 떨어져 있어도 늘 마음을 써주시는 게 느껴져요. 그게 정말 고마워요. 다이나믹 듀오, 도끼, 비지와 같이 힙합을 하시는 선배님들도 저를 항상 응원해주시거든요. 참 기쁘고, 저로서는 영광이죠.

Q: 머리 스타일 때문이었을까요. 사실 데뷔 당시의 첫 인상은 한때 좀 놀아본 이미지였어요. 혹시 청소년기에 싸움 같은 거 잘 했나요?

A: 잘 못해요. 못할 거예요, 아마. 해본 적도 없어서요. 살아오면서 누가 시비를 거는 상황이 벌어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격투기만큼은 꼭 배워보고 싶어요. MMA, UFC 같은 격투기 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Q: 많이 피곤해 보여요. '불후의 명곡' 무대는 언제까지 서게 되나요?

A: 방송은 4월 중순까지 나갈 것 같아요. 미국에 갈 계획은 아직 없어요. 대부분의 음악 작업은 한국에서 하고 있거든요. 약 한 달 정도 더 활동하고 쉬려고 해요.

Q: 출연했던 영화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A: 물론 잘 됐으면 더 좋았겠죠. 하지만 잘 안된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속상하지는 않아요. 영화 작업을 통해 느낀 점은, 저는 한 장면을 찍으려고 그렇게 오래 대기하는지 몰랐어요. 고작 20분을 찍기 위해 열 몇 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었어요. 대사 외우다가 음악 듣다가 자다가 하면서 기다렸죠. 많은 스텝들과 출연자들이 정말 힘들게 작업해서 만들어지는 거란 걸 알았어요.



Q: 예능감이 남다르다는 거 알고 있나요? 출연 계획은?

A: 불러주시기만 하면 저야 좋죠. <아이돌 군단의 떳다! 그녀> 때는 매력발산 밖에 저를 어필할 방법이 없으니 그저 죽어라 열심히 준비했어요. 제 또래 동료들과 함께 촬영해서 편하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번 MBC every1 <주간 아이돌>에서 불장난 댄스를 선보여야 했을 때는, 남자 둘이 밀착되어 추다니! 그런 거, 안 좋아해요.(웃음) 하지만 앉아서 얘기만 하는 쇼보다 <주간 아이돌>처럼 자유롭게 방송하는 게 훨씬 재밌고 유쾌했어요. 형돈이 형이랑 데프콘 형이 정말 열심히 에너지 넘치게 하시더라고요. 음, 어떤 프로그램은 하고 싶다, 어떤 건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우리나라 방송 시스템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웬만하면 회사의 의견을 따르고 있어요. 물론 음악만큼은 제 생각대로 하죠. 지금 제가 작업하고 싶은 음악을 제가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Q: 이번 앨범 수록곡 ‘전화기를 꺼놔도’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A: 제가 어린 나이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스물여섯인데요. 그런 가사를 써도 되는 나이에요.(웃음) 외국 음악에는, 특히 힙합에는 그런 가사가 많거든요. 아무래도 자주 듣다보니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억지로 한국 정서에 맞추고 싶진 않았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그게 거북하고 불편한 사람들은 듣지 않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취향에 맞는 다른 음악을 들으면 되죠. 선택하면 되는 거니까.

Q: 그럼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A: 요즘 유행이 일렉트로닉 팝인데 제가 불러 봤을 땐 그냥 그랬거든요. 별 감흥이 없었죠. 그런데 얼마 전 빅뱅 콘서트에 다녀왔거든요. 일렉트로닉 팝을 부를 때 분위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제가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어요. 공연을 위해 그런 곡도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한 스타일의 음악만 추구하지는 않으려고요. 발라드도 불러보고 싶고, 랩도 해보고 싶고, 밴드와 함께 공연하는 것도 좋고요.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Q: 노래가 많이 늘었는데요. 언제부터 자신이 붙은 거죠?

A: 그룹 활동을 할 때는 노래를 잘 못 불렀어요. 혼자서 무대에 설 기회도 많아지고, 노력도 하고 그러면서 실력이 조금씩 향상된 거죠. 아직 멀었지만요. 특히 ‘불후의 명곡’을 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되어서 좋았어요. 처음으로 트로트도 불러보고요. 우리나라에 좋은 곡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죠. 저는 안 좋은 음악은 없다고 생각해요. 취향의 문제일 뿐인 거예요. 제 취향은 물론 힙합, R&B 쪽이지만 그 안에도 여러 가지 장르와 스타일이 있잖아요. 다양하게 해볼 생각이에요.

Q: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군가요?

A: 물론 가족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다음은 단연 팬이죠. 저는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서 음악을 하고 있어요. 혼자 활동하게 되면서 팬들이 제게 주는 그 힘을 더 많이 느꼈어요. 비보이 분들도 저를 응원해주고, 힙합 하는 분들도 그렇고, R&B 하는 분들도 그렇고요. 대중들에게는 제가 비보이 대표 같거든요. 그래서 더 잘해야 돼요. 그 분들이 저를 인정해주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시니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아요.



epilogue
스물여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앳된 얼굴이다. 커피도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가 아닌 카푸치노를 마셨다. 용케도 거품 하나 묻히지 않았지만 신경이 쓰였던지 틈틈이 손으로 입을 닦아가며 연신 마시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았다. 게다가 마음 씀씀이가 어찌나 시원시원한지. 마침 점심 시간대, 사방이 다 뚫린 커피숍에서의 인터뷰. 여기저기서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지만 본인도 매니저도 제지할 생각을 안했다. 그가 팬들에게 인정받고 끊임없이 사랑 받는 비결, 뭔지 알 것 같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soyow@freechal.com
정리: 유리나
사진: 전성환
사진, 일러스트: 정덕주
장소: de Bas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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