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인표, 포장 말고 이대로 놔두자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차인표의 ‘힐링캠프' 출연 후폭풍이 엄청나다. 그의 진솔한 삶의 모습에 대중들이 감동했다. 이는 차인표가 후원하는 국제아동양육기구인 한국컴패션 결연 지원 폭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료 선후배 연예인들도 이례적으로 한결같이 “마음이 따뜻해진 시간이었다”며 차인표에게 삶의 자세를 배우고 싶다는 감사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차인표의 공개입양과 기부, 해외봉사는 이번에 알려진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차인표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토크쇼에서 털어놓자 엄청난 반응이 나왔다.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진 연예인을 소셜테이너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김제동, 김미화, 김여진 등 소셜테이너들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폴리테이너'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 점에서 차인표는 소셜테이너와는 또 다른 휴머니스트로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한국의 소셜테이너가 폴리테이너와 혼동해 사용되고 있어서 그렇지, 기부와 해외봉사에 나서는 차인표나 유기견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는 이효리 같은 연예인이 소셜테이너다. 하지만 소셜테이너나 ‘기부천사' 같은 용어도 단어 자체의 순수성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주위에서 이를 포장하고 홍보하기도 했다.
 
차인표는 자신의 변화된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이전의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해 조금의 반감도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 술을 마시면서 술친구를 만나다 이제는 봉사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지만 자신이 술을 마시는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경규를 술집에 불러내는 최사장 김사장 등의 삶도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한다. 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진심에서 나온다.
 
이전에도 수차례 제기됐던, 정치에 나갈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안나간다. 시트콤에 나와야 되는데”라고 유연하게 말해 정치에 대한 반감도 표현하지 않는다. 정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정하는 자체도 정치적일 수 있다. 차인표는 평소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탈북자의 북송 반대에 대해서도 차인표는 4살 때 집에서 놀다가 머리가 쪽창에 끼어 소리를 질렀지만 소리가 어두운 지하실로만 향했는데 형이 동네가 떠나갈 듯 살려 달라고 소리쳐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경험을 전하며 “우리가 이분들 대신 울어주는 것”이라고 말해 호소력을 높였다.
 
한국의 소셜테이너들이 진보적인 느낌이 나는데 반해 차인표의 기존 이미지는 오히려 ‘보수적'이었다. 그리고 방송초기 나는 차인표를 개념 연예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다. 공개입양도 아내 신애라가 주도해 이뤄진 줄 알았다. 사실 그는 진보와 보수를 벗어난 ‘개념 연예인'이자 ‘실천 연예인'이었다. 
 
차인표는 자신의 삶을 대중에게 전하면서 시청자를 쥐락펴락했다. MC가 묻는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변하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갔다. 심각하게 개념찬 행동을 하나하나 늘어놓는 식이 아니었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격앙, 흥분하기도 했다. ‘가슴'을 활용한 몸개그와 셔플댄스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강 잘하는 명강사의 전형을 보는 듯 했다. 교수나 학원강사, 상담사들이 벤치마킹할만 했다.
 
‘힐링'은 마음과 몸이 피곤한 게스트가 나와 고민을 내려놓고 세족(洗足)을 하는 형식만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하는 차인표식 ‘힐링'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차인표가 하라는 대로 턱걸이를 하고 푸시업을 하면서 치유와 편안을 찾는다.

차인표는 이번 출연으로 자신을 소셜테이너 등으로 포장하는 걸 원치 않는다. 자신이 좋아서, 행복해서 하는 것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은 과거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라 더욱 와닿았다.
 
과거의 삶과 과거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난하지도 않고 자신의 지금 삶을 주위에 강요하지도 않는다. 자신은 성인군자도 아니며, 대단한 신념에서 출발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과거에는 이렇게 살았고, 지금은 이게 더 좋다. 당신들도 이게 괜찮다고 생각되면 한번 해보는게 어때'라는 식의 소통법이다.
 
진심은 진심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전달되는 게 아니다. 이를 차인표의 경험과 표현 방식에서 우리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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