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 밖에 없다’, 이 곡이 나왔을 때 진영이 형이 저보고 이랬어요. 야, 이건 니 노래다. 네, 정말 그때는 줄 수 있는 게 이 노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군대를 가게 된 이유가 사실 집안 사정이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에요. 한때는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지만 아버지 사업이 IMF를 피해갈 수 없었고 그래서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낼 여력조차 없어서 군대를 가게 됐죠. 제대 후 복학을 하려고 하니까 학자금 대출이 안 되는 거예요. 결국 복학을 못 하고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보컬 트레이닝을 했는데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먹었어요. 그러다 다행히 JYP에 캐스팅이 됐지만 연습하는 동안에도 40분 거리를 매일매일 걸어 다녔고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자리에 서 있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 노래 하나만 가지고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앞으로도 제 목소리로 더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전보다 현재가 점점 더 행복해지고 있어요. 저는 그 얘기가 참 좋아요. 현재도 프레젠트(present)고 선물도 프레젠트(present)라는 얘기요. 선물 같은 현재를 즐기세요.”

- KBS2 <이야기쇼 두드림>에서 2AM 창민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기획의도에 따르면 <이야기쇼 두드림>은 대중이 닮고 싶은 이 시대의 멘토를 초대해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 시대의 핫이슈를 토대로 MC들과 함께 우리 인생의 해답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시대의 멘토’와 ‘인생의 해답’이라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대목 때문일까? 아쉽게도 회를 거듭하는 사이 강사 선정을 두고 이런저런 잡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지난번 원더걸스가 초대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2AM의 경우도 아니나 다를까, 아이돌이 어찌 앞 날 창창한 젊은이들의 멘토가 될 수 있겠느냐, 결국 시청률을 염두에 둔 한 수가 아니겠느냐는 등, 날선 비난이 들려오지 뭔가. 물론 팬들 입장에서야 고까울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지 연치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상황은 아니지 싶다. 아무래도 특강 대상이 대학 등록금 천만 원 시대, 청년 실업 백만 시대와 맞장을 떠야 하는 위기의 청춘들이 아닌가. 실태가 실태인 만큼 과연 나이어린 이들의 얕은 식견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걱정이 뒤따르는 건 인지상정일 밖에.

하지만 2AM 멤버들의 릴레이 특강을 실제로 접하고서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행복은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즐길 줄 아는 것’이라는 첫 주자 이창민의 발언을 필두로 멤버 모두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석 같은 조언들을 쏟아냈다. 한 끼 밖에 먹지 못하며 4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 다니기도 했다니, 연습 기간이 길었던 조권에 비해 쉽게 이 길에 들어섰으려니 했건만 실은 이창민 또한 남모를 역경을 헤쳐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그리고 출발 당시에는 소속사 동료인 원더걸스나 2PM의 그림자에 불과했지만 자구책으로 깍두기 역할을 자처했고 그러한 숨은 노력들로 인해 2AM이라는 이름을 조금씩 알릴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임슬옹. 그는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이처럼 빛을 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성공의 기쁨을 라이벌과 나누는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그림자도 언젠가는 빛을 낼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어머니벌인 나에게도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조언이지 싶다.









그런가하면 기회의 단맛과 탈락의 쓴맛이 수차례 교차되는 사이 깨닫게 된 노력의 소중함에 대해 얘기해준 정진운. 독이라고 여겨 피하려들었던 일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결국엔 자신에게 약이 된다는 사실을 그 나이에 벌써 깨달았다니 대견하지 않은가.

그리고 마지막 주자는 국내 최장수 연습생으로 널리 알려진 조권. 8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도대체 언제 데뷔하느냐는 질문을 숱하게 많이 받는 동안, 또 함께 연습했던 동료들이 하나 둘씩 연습생 신분에서 벗어나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오죽 많이 들었겠나. 설움에 북받쳐 피아노에 머리를 짓찢어 가며 슬피 운적도 있다니 짐작만으로도 너무나 안쓰럽지 않은가. 그러나 ‘이 노래 밖에 없다’를 녹음하는 날 비로소 데뷔가 왜 계속 미뤄졌었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세상을, 소속사를 원망할 게 아니라 세상이 나를 모르는 이유를 찾았어야 옳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8년 연습생과 3개월 연습생이 공존하는 그룹 2AM. 이들이 그 누구보다 장수하리라 믿어지는 이유는 방송 서두의 강사 소개 속에 있다. ‘섹시한 노랫말이나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닌 소박하고 섬세한 멜로디로 진심을 보여주며, 하늘의 별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스타이기보다는 곁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친근한 동네 오빠와 같은 그룹’, 맞는 말이다.

방송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한 촬영 현장에서 엿볼 수 있었던 그들의 일면이 생각났다. 지체된 일정에 지쳤을 법도 한데 곁에서 일을 돕는 스태프들을 한결 같은 웃음으로 대하는 자세가 참으로 보기 좋았던 기억이 난다.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 이해관계에 놓인 사람에게 친절하고 예의바른 건 어느 누구라도 가능한 일이다. 힘과 상관없는 사람을 내내 존중하고 배려해준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삶의 진리를 벌써부터 깨닫고 실천하고 있는 2AM, 누가 이들에게 감히 자격이 없다고 말 할 수 있겠나.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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