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수 “김수현, 무너지지 않을 것” [인터뷰]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배우 김응수(51)는 최근 7년간 제법 비중있는 역으로 출연한 드라마 수만 20개다. 영화에도 자주 출연한다. 올해 개봉한 영화만도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코리아' ‘가비' 등 네 편이다.

김응수를 만나자마자 이런 다작(多作)이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체력적으로 힘든 건 없다. 현장에 가면 신바람이 난다”면서 “창조력이 바닥날까봐 걱정이긴 하다, 새롭게 인물에 접근해 새롭게 보여줘야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에는 악역으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추노'에서 부정한 관리의 표상인 좌의정 이경식으로 악역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부러진 화살'에서 김 교수(안성기)에게 석궁 화살을 맞았다는 판사로 나오고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최민식에게 뇌물을 받는 간부 검사, ‘해가 품은 달'에서는 권력에 눈이 먼 영의정인 윤대형으로 등장하고, ‘가비'에서는 구한말의 미우라 공사를 연기하는 등 모두 악역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에 악역을 연속해서 맡았을 뿐, 착한 역을 훨씬 더 많이 했다고 했다. 김응수는 보수 기득권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배역을 자주 맡았다. 노회하고 야비한 느낌이 나는 캐릭터다. 그는 악역을 어떻게 연기할까?

“인간에겐 선악이 공존한다. 악을 끄집어내느냐, 선을 끌어내는냐에 따라 달라진다. 윤대형도 직접 악한 모습을 그리지 않고 어떻게 표현시킬 것이냐를 고민하다가 품위있고 격조높게 그리자고 한 거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추노'나 ‘해품달'에서도 대사톤은 낮다. 화를 70%는 절제하고 30% 정도만 가지고 연기한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나쁜 놈이라는 걸 다 안다. 시청자의 상상력이 더 낫다.”
 
그가 악역을 맡으면 진짜 무섭게 여겨진다. 하지만 분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만났더니 그냥 아저씨다. 386세대가 50대에 접어든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오랜 독서와 지인들과의 토론으로 다져진 내공이 만만치 않았다. 배우지만 영화감독을 하려고 해서인지 세상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악한 모습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라도 있는가.
 
“첫째는 눈이다. 내면이 결정돼 있으면 눈에 나타난다. 살기가 있어야 한다. 이 살기를 상대방 배우에게 주면 눈치를 챈다. 시청자에게 그런 정보를 살짝 주는 것이다. 대사는 깔고 중저음으로 한다. 사대부는 화가 나도 큰소리를 안친다. 윤대형은 유교덕목을 교육 받은 사람이다. 고모인 대왕대비에게 예의를 지키면서 희노애락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할 얘기는 다한다. 배우도 조선의 윤리 덕목을 읽힌 다음에 사극을 해야 한다. 문앞에서는 기침을 해야 하고, 손은 웬만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윤대형은 악역이지만 멋있는 악역으로 그리려고 했다. 천박한 악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었다. 윤대형이 인상을 쓰지 않고 쓸데없는 행동이 일체 없는 것도 의도된 것이다.”
 
김응수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한 역할은 경찰(형사) 역이라고 했다. “우리는 경찰을 좋지 않게 그리니까, 그러다 보니 악역으로 넘어온 게 아닐까”(웃음)라고 했다.
 
-기득권층을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끊임없이 갈등하고 싸우는 것인데, 싸움이 성숙되지 못하고 질이 낮다. 보수는 진보를 빨갱이로, 진보는 보수를 대화가 답답한 존재로 본다. 중간이 없다. 지혜가 없다. 어제 진보였던 사람이 내일 보수가 된다. 그러니 보수가 진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그냥 좌빨로 몰아붙인다. 대한민국에는 진정한 우가 없다. 그러니 좌도 없다. 반면 일본은 천왕을 중심으로 하는 ‘우'의 역사다. 지식인이 좌다. 한 번도 역성혁명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신영복 교수가 한 ‘생각은 좌로 하고 행동은 우로 해라'는 말이 와닿는다. 맑은 물에는 갓끈을 씻고 흐린 물에는 발을 씻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야 좌우의 밸런스가 맞다. 그렇지 못해 우리는 매일 싸운다.”
 
-당신은 실제로 보수인가 진보인가
 
“20대에는 진보였겠죠. 한 번도 정의해본 적은 없지만 진보를 거친 보수가 아니겠나. 386들이 목숨을 걸고 군사정권과 싸워, 청춘을 불사르고 민주화에 기여했다. 그런데 이들에게 광화문으로 왜 나가지 않느냐 라고 하면 곤란하다. 그럼 가정은 누가 지키냐. 우리는 이런 식의 만남과 소통이 없으니까 축적이 안 된다. 보수와 진보를 포섭하고 더 앞서가는 건 국민이다. 위정자들이 속이려고 해도 속일 수 없는 게 국민이다. 그들이 우매해보이지만 절대 속일 수 없다. 속이는 정권은 망한다고 정도전 선생도 말했다.”


 
-당신은 공부하는 배우다. 연기 틈틈히 책을 읽는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해품달'이 끝난 순간 나도 끝났다. 내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를 잘 안 본다. 대신 연극은 많이 본다. 대학로에서 청춘을 바쳤으니까. 대학로와는 지금도 인연을 맺고 있다.(그는 극단 ‘목화' 출신이다) 촬영이 없을 때는 집에서 책을 읽는다.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라. 이 깨달음은 본인만 안다. 이 희열이 일주일은 간다. 이럴 때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신다. 책과 벗과 술, 이 세 개를 갖고 있는 분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책은 주로 고전을 읽는다. 쓸데 없는 책들이 넘친다. 진시황의 분서갱유가 이해가 간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고전 독파 없이는 어렵다. 사마천의 사기를 항상 옆에 두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인 것이 모두 다 있다. 인간이 얼마나 치사하고 더럽고 또 아름다운지, 인간의 미추가 모두 다 들어있는 책이다. ‘해품달' 촬영전에는 ‘삼봉 정도전의 건국철학'(김용옥 지음)을 읽으며 캐릭터를 참고했고, ‘샐러리맨 초한지'는 시바 료타로의 ‘항우와 유방’을 읽었다. 시바 료타료의 책이 고증이나 인물의 작태, 사후 해석이 잘돼있다. 나는 진시황과 극적 갈등을 일으키는 장초그룹 회장 오지락이라길래 볼만하겠다고 생각했다. 이 갈등으로 인물들간의 갈등이 벌어지겠구나 했다. 하지만 7부까지 나오고 항우가 나를 배신하고 저 쪽으로 가서 나는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기업을 포기하고 시골로 간 건지, 강태공이 됐는지 설명이 하나도 없다. 언젠가는 다시 나올줄 알았다. 진시황의 친구였으니까 진황이 죽을 때 영안실로 면회까지는 가지 않겠나 생각했다. 사전제작이 아닌 미완성 상태에서 찍기 때문에 오지락의 캐릭터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섭섭했다.”

-윤대형의 중저음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발성과 연기력은 어떻게 다지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물 한 컵 먹고 매일 30분간 발성 연습을 한다. 운율이 있는 시집으로 한다. 김수영 시인의 ‘헬리콥터' 등에는 발성이 어려운 구절이 많다. ‘해품달'에서 중저음이 좋았다는 분들이 계셨는데, 태어날 때부터 갖춘 건 아니었고, 시집을 읽는 발성 연습때문이다. 소리를 내서 읽다 보면 외어지고 발성도 잡힌다. 연기는 나와 동향(서천)인 대학 은사 오태석 교수님의 극단 ‘목화'에서 베이스를 잡았다. 대한민국이 다 번역극을 올릴 때 목화는 창작극만 했다. 대학(서울예술대학) 졸업과 동시에 목화에 들어갔는데 당시 연봉은 30만원이었다. 1년에 두 편 정도 했는데, 작품마다 15만원씩을 받았으니까. 아무 불만이 없었고 행복했다. 연극을 대하는 자세나 작품 분석이 철저했다. 목화 작품들은 토속적이고, 생략과 비약이 있었다. 나는 다행히 오 선생님과 고향이 같아 그 분의 언어를 빨리 캐치했다. 배우는 작품을 철저하고 분석하고, 시간에 늦지 않는 것 모두 그때 배웠다. 세트나 소품도 모두 배우가 만들었다. 부귀영화를 다 포기하고, 세상과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에 투철하고 치열했던 시기였다.”

-해품달에서의 윤대형 캐릭터에 대한 생각은?
 
“윤대형은 초반에서는 자기 정적을 직접 칼로 제거하고 중반에는 자기 뜻에 맞는 왕을 내세워, 영의정이라는 막강권력을 쥔다. 또 권력 유지를 위해 자기 딸을 중전으로 앉힌다. 하지만 왕이 윤대형을 의심하고 캐기 시작한다. 윤대형은 밝혀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최후 수단으로 왕의 형인 양명을 찾아가 쿠데타를 제의한다. 왕은 자기 할머니를 온양까지 유배 보내 효라는 덕목을 지키지 못했다. 왕이면서 절대 가까이 하면 안 되는 무녀를 사랑하고, 강령전까지 끌여들였다. 패도한 왕이다. 고로 제거해도 백성이 우리 뜻에 따라줄 것이라고 믿었고 양명도 오케이했다. 왕 제거 순간에 양명이 나를 배신해 내가 죽음을 맞이했다. 윤대형은 초지일관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양명이 정권을 잡더라도 영의정을 달라고 했다. 양명이 왕에 올라도 믿을 수 없다. 양명이 이를 합의했지만 결국 동생 편에 서버린다. 윤대형이 딸 보경을 버린 것으로 아는데, 그건 아니다. 왜 아버지가 막강 권력을 이용해 중전이 되게 해줬는데 남자 마음 하나 못 잡는가, 이런 심정이었다.”


 
-보경의 자살 엔딩에 대해 불만이라고 했는데
 
“보경은 왕을 끝까지 사랑했는데 자존심이 구겨져 자살했다. 그러나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살아야 된다. 권력을 버리고 궁을 나갔다면 속이 시원했을지도 모른다. 얘라 미친놈들 하면서. 그런 보경을 연우가 찾아가든지, 둘은 같이 자라지 않았나. 보경의 자살로 작품에 좋은 영향을 주었을까? 14살 아이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것,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 이 놈의 사회가 썩었다는 엄청난 메시지를 사회에 던진 거다. 보경이 왕비인데 자살로 허망하게 죽으면 아깝다. 양명이 죽는 데에는 시청자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햄릿 같은 운명이다. 양명은 죽어야 한다. 양명이 죽어 부활하는 건 연우다. 하지만 보경은 죽어 아무 것도 부활 시키지 못했다. 보경이 세상을 놔버리지, 눈은 왜 뜨고 죽나. 엔딩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 작금의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젊은 처자를 간단하게 죽인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딸을 가진 부모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윤대형의 죽음에 대해서는
 
“윤대형의 죽음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혁명 실패는 죽을 수 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보고싶은 장면도 윤대영이 죽는 장면일 것이다. 원래 쿠테다를 일으켜 실패하고 감옥에 간다. 형장에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20회 초고에서는 망나니가 나를 죽인다. 나는 너무 잡스럽다고 한 칼에 죽여달라고 했다. 권력이 허망하다고 한다. 죽어서 이를 담았다. 편안하게 죽었다. 죽어서는 모두 다 놓는다.”
 
-윤대형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정말 많이 한 것 같다.  
 
“캐스팅 제의는 늦게 받았다. 크랭크인 일주일 전인데, 원작 소설이 있는지도 몰랐다. 대본 첫 리딩할 때 의성군을 제거하는 악역이란 걸 알고 확신이 안 섰다. 5부까지 대본을 읽고 재미를 느꼈다. 캐릭터 구축을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다. 가상이지만 세종 때가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신문의 한 정치 칼럼에서 ‘남을 정복하고 동화하는 게 스스로의 권력의지'라는 니체의 권력의지를 인용한 게 있었는데, 윤대형 캐릭터가 바로 이거다고 생각했다. 강해지지 않으면 정적에게 당한다. 니체 말 대로 가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할 것 같아 인간의 욕망을 하나 더 추가했다. 왕권과 신권으로 파워게임을 벌이는 윤대형 입장에서는 지극히 ‘선'(善)이다. 권력 안에 들어갔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아야 한다. 강하지 않으면 자신이 당하니까. 권력의지는 인간 모두에게 내재된 것이다. 지금과 똑같다. 오히려 더 하다. 정치판에서도 여야가 진절머리나게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국민들도 정치라면 신물날 정도다. 국민은 누굴 믿을 수 있겠는가. 윤리도 없고 선후배도 없고, 비전, 상상도 없고, 매번 국민만 팔아먹고, 국민은 이 말에 진절머리가 날 것이다. 윤대형을 보면서 스트레스와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저 나쁜 놈 하면서 봤을텐데, 지금이 더하다. 시공간이 다른 사극이지만 현재와 맞닿으니까 인기를 끈 것이다.”


 
-‘해품달'에 출연한 후배 배우들에 대해
 
“여진구는 잘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현장에서 익혔다. 빨리 배운다. 대나무밭에서 자라는 죽순처럼. 김수현은 왕역을 무난히 잘 소화했다. 기초가 돼있다. 기본이 돼있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나머지는 피나는 훈련이다. 수현이는 한 번도 현장에서 짜증을 낸 적이 없다. 대사 분량이 제일 많고, 잠도 가장 못 잤을텐데, 그래도 짜증 없이 잘했다. 그리고 수현이는 솔직하다. 지금 역량으로도 통한다. 김유정은 집중력이 좋고 차분하다. 명확하고 여유가 있다. 한복과 잘 어울린다. 사대부 학자의 딸처럼 보인다. 자신은 속으로 이미 분석이 다 됐다고 어른들에게 말할지도 모른다. 한가인은 사극을 처음 한다는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사극체 톤이 어렵다. 연우의 말투를 하려고 하다가 위축이 된 거다. 뻔뻔하게 해야 되는데, 연우의 이 말투는 어떡하지 했을 것이고, 또 아역의 말투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극을 처음 하는 배우가 긴장 하면 표현이 잘 안 된다. 사극을 처음 하면 그렇다. 자기가 생각한 만큼 감정 표현이 잘 안돼 잠을 못 잤을 것이다.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김무생 선배가 그랬다. 배우는 모욕을 당한만큼 성장한다고. 다 잘할 수 있나, 하지만 보시는 분들은 항상 잘하기를 바라지.”
 
-추노 때도 악역 정승이 인상에 남는다.
 
“곽정환 PD가 인조실록을 읽고 있다면서 ‘추노' 시놉을 보내줬는데 대길이 재미있었다. 왕이 백성을 버리고 피신했을 때라면 백성들의 삶이 오죽했을까. 그 비참함, 분노를 대길의 칼 끝에 실어라고 했다. 그리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보라고 했다. 무사에 핍박받는 농민을 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노비를 잡는 좌의정이다. 이들을 사람 취급 안하니까 추노에게 돈을 던지는 것이다.”
 
-연기의 원동력이 컴플렉스라고 했는데.
 
“지극히 사적인 얘기다. 시험을 봐 명문고에 들어갔는데, 부친은 공대나 약대를 가길 바라셨다. 당시 책 한권이 나의 인생을 바꿔놨다. 군산에서 산 김찬삼의 책 ‘세계의 나그네'라는 여행기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이에 감동받아 소설가가 되려고 했고 문예창작과나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다. 친구 3명은 모두 잘 됐다. 나는 고교 동창회에 안 나간다. 연극영화과에 간 콤플렉스가 있다. 내가 친구를 이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내가 너희들에게 복수해야겠다면서 열심히 했다.”
 
그는 386세대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며 지금도 골프는 안 한다고 했다. 골프는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실업자가 하는 것이며 운동도 안 된다고 했다. 대신 등산은 잘한다.
 
-‘가비'에서 구한말의 미우라 공사를 맡아 정통 일본어를 구사해 화제가 됐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일본영화학교에 유학은 어떻게 갔나?
 
“극단 ‘목화'에서 오태석 선생님의 연극은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마당의 원리가 깔려있다. 지금 연극과는 다른 개념이었다. 연극은 서울역 세트를 안 만들어도 피켓을 들고 알려주든가, 기차 소리만 내도 된다. 연극의 문법적 한계를 해소시켜주는 게 영화였다. 당시 목화는 일본 페스티벌에 참가하곤 했는데, 2차례 공연 참가 후 일본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거대한 문명이 있더라, 이마무라를 존경한 영화학도였다. 모집요강 기간을 착각했지만 특차로 입학했다.” 
 
-영화감독도 하려고 하는가?
 
“준비하고 있고, ‘미녀농장'으로 제목도 정했다. 시나리오는 내가 쓸 것이다. 감독으로서 세상에 대한 메시지가 있으니까 영화감독을 하려고 한다.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하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이 오직 돈의 논리로, 자본주위의 논리로 몇십 년을 달려온 결과가 우리 모두가 불행해진 것이다. 여기에 일침을 가한다. 전부 여자만 나온다. 여성들의 따뜻한 외침을 들어야 한다. 남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고 연기를 하고 감독을 해서도 잘하고 싶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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