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인, 이 땅의 여배우로 산다는 것
- “해품달, 영광과 힘듦 동시에 안겨줬다” [인터뷰]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인터뷰] 나이 서른, 연예계 데뷔 10년, <햇빛 사냥>부터 <해를 품은 달>까지 드라마 8편, <말죽거리 잔혹사> <건축학 개론> 등 영화 2편. 그리고 동료 연기자 연정훈과 2005년 백년가약을 맺은 결혼 7년차… 여자 스타, 한가인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약력이다. 이 간단한 이력은 한가인이 스타로 부상한 과정과 여배우로서 삶, 그리고 한가인의 현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단초다.

올 들어 처음 4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픽션 사극 <해를 품은 달>에서 여자 주연을 맡아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전에 없었던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고 그리고 개봉11일만에 1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순항중인 영화 <건축학 개론>에선 한가인의 또 다른 모습과 함께 한층 진화된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찬사를 받았다.

2012년 상반기를 논란과 찬사로 수놓으며 대중의 시선의 중앙에 선 이가 바로 한가인이다. 대중의 관심의 중앙에 선 한가인을 만나 배우로서의 그리고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들어봤다.

2002년 아시아나 CF모델로 나서 화려한 데뷔의 눈길을 끌더니 드라마 <햇빛사냥>에 모습을 드러내 연기자로서 첫발을 디딘 이후 연기자로서 10년간의 생활을 했다. 그것도 2편 드라마에서의 조연을 거쳐 6편의 드라마와 2편의 영화의 주연을 맡아 단기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2012년 가장 뜨거운 이슈의 주인공이 됐다.

“최근 기자들로부터 연기 데뷔 10년이라는 말을 듣고 10년 활동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10편의 작품에 출연한지도 몰랐어요. 한동안 작품을 안했는데 매년 한편씩 한 셈이 됐어요. 10년이라는 연기자 생활하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10개의 작품모두 기억에 남지만 드라마 <애정의 조건>은 신인이었는데 비중이 높은데다 캐릭터가 강렬해 연기자 한가인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게 해줬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저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준 작품이어서 애정이 갑니다. 드라마 <마녀유희>는 연기자로서 아픔을 줬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했고 <나쁜 남자>는 연기자 한가인의 다른 빛깔을 낼 수 있었던 드라마입니다. <해를 품은 달>은 저에게 영광과 힘듦을 동시에 안겨줬고 <건축학 개론>은 영화의 맛을 알게 해준 작품이지요.”

대중문화 그것도 연기자로서 삶을 살아가는 여배우에겐 결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중의 관심의 정도에서부터 배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은 나이 못지않게 여배우에게 배역의 제한을 가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해를 품은 달> 작품 발표회에서도 기혼자 한가인과 미혼자 김수현과의 조합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미스캐스팅과 연기력 논란에도 한가인이 기혼자라는 사실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제작 발표회 때 많은 기자분들의 질문이 기혼자인 저와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미혼인 김수현과의 캐스팅에 대해 집중됐어요. 그리고 적지 않은 시청자 분들도 이 부분에 관심을 기울였고요. 속상하기도 했지요. 분명 결혼이 여배우의 배역 제한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혼과 상관없이 캐릭터로 평가받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해요. 제가 후배들에게 하나의 모델(기혼자이면서 배역 제한을 받지 않고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연기력에서부터 배우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해요. 여배우들은 결혼 후 제약도 많고 두려움도 많은데, 정말 열심히 연기활동을 하는 연기자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는 여배우로서 이례적으로 매우 빠른 나이, 스물세살에 결혼 그것도 동료 연기자 연정훈과 결혼식을 올렸다. 연기자 부부 그것도 스타부부는 일거수 일투족이 대중매체와 대중의 왕성한 관심권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상생활에서의 누릴 수 있는 일반 부부들의 많은 행복과 기쁨을 누리는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머니는 제가 너무 일찍 결혼해서 서운해 하셨어요. 물론 연기자 부부라 제약이 많아요. 행동 하나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잖아요. 오빠(연정훈)와 함께하는 자리의 모습을 해도 사람들이 뭐라 하고 그렇지 않아도 오해를 하고 속으로 울 때가 많아요. 연기자 부부의 숙명이겠지요. 기자분들과 인터뷰를 할 때도 남편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요. 오빠한테 많이 미안해요. 오빠 역시 저에게 그런 것 같아요.”

한가인은 데뷔 당시 빼어난 외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올리비아 핫세와 비교되며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남자 주인공 처럼 수많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여배우에게뛰어난 외모는 엄청난 자산이다. 하지만 그 외모로 인해 캐릭터에서부터 연기력의 확장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처음 많은 분들이 올리비아 핫세 닮았다고 말해요. 제가 어려서 참 예쁘다고 한 핫세를 닮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고맙고 황송했지요. 그런데 연기자는 외모가 아닌 드라마나 영화에서 캐릭터와 연기력으로 평가받아야지요. 외모만 거론되는 배우가 아닌 연기력과 캐릭터 창출력으로 칭찬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지요.”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스타덤에 오른 한국 여스타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연기자자적 행보를 걷는다. 하나는 스타덤의 과실을 엄청난 수입으로 연결하는 CF모델로서의 활동에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정작 연기자로서 활약 즉 드라마나 영화에선 별다른 성과나 인정을 받지못하는 배우와 또 다른 하나는 스타화의 원동력인 대중성과 함께 작품에서의 연기력 등 연기자 본연의 활동으로서 평가를 받는 배우가 바로 그것이다.



“CF스타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드라마나 영화의 연기자로 더욱 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앞으로 캐릭터나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도록 이전보다 더 많은 드라마나 작품을 하려고 합니다.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다보면 연기력도 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F활동이 제 배역 선택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여자 스타들 중 상당수는 대중과의 거리를 두며 범접할 수 없는 이미지 즉 신비주의적 이미지를 구축해 인기의 원인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의 보편화로 전국민의 기자화가 되면서 신비주의적 이미지를 구축한 스타들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며 친근한 이미지의 스타로 변신해 사랑을 받고 있다.

“저는 굉장히 털털한데 적지 않은 분들이 도도한 이미지로 봐요. 저 정말 도도하지 않아요(웃음). 대중이 편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제가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지요. 저 신비한 이미지 배우 아니에요(웃음)”

한가인은 <해를 품은 달> 그리고 영화 <건축학 개론>을 거치면서 분명 연기자적 진화를 꾀했다. 이 때문에 한가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한가인의 11번째 작품에서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대중의 평가는 어떻게 내려질까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제이원플러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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