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링캠프> 최영인 CP “한혜진은 힐링캠프의 보배” [대담]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의 캠핑을 꿈꾼다. 일상을 벗어나, 깊은 밤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보면 그간 하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나 고민도 함께 나누기 마련,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지친 마음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밤의 토크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와 게스트가 함께 치유되는 프로그램, <힐링캠프>의 최영인 CP를 찾아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대담: 최영인 CP,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덕현: 왜 굳이 '힐링'인지가 궁금합니다.

최영인: 뭔가 중심이 되어줄 포인트가 필요했어요. 여성지들이 유행을 한발 앞서 가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힐링'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더라고요.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도 마음의 병 때문에 필요한 힐링이 아닌,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순간 치유되는 개념의 힐링을 생각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힐링' 이라는 단어가 어렵게 느껴져 쓸까 말까 고민도 좀 했어요. 이경규 씨는 '알루미늄 휠링?'이냐며 웃더군요.

정석희: 초반에 마련했던 세족식을 비롯한 어색한 장치들이 불과 몇 회 지나지 않아 사라졌더군요. 사람에게 집중을 하기 시작하면서 한결 나아졌지 싶어요.

최영인: 그때 너무 딱딱했죠? 흔히들 쇼는 하면서 발전한다고 하잖아요? 어느 순간 코너를 나누는 것이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장혁 씨가 승마장에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어왔을 때였어요. 좋아하는 장소에 가는 것이 힐링이겠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슬슬 바꾸게 된 거예요. 우리도 게스트 맞춤형으로 가자는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박칼린 씨는 부산에서, 오연수 씨는 제주도에서 진행하기도 했고요. 이동 때문에 힘은 들지만 바꾸길 잘 했지 싶어요.

정석희: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를테면 <강심장>이나 처럼 진행자가 먼저 정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포맷이 먼저이고 섭외는 그 뒤에 이루어지기도 하잖아요? <힐링캠프>는 어떤 과정으로 탄생되었나요?

최영인: 예전에 맡았던 <야심만만>은 포맷이 먼저 결정된 후 진행자를 캐스팅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포맷의 힘이 중요했죠. 그 후 MC의 역량이 점점 강조되면서 요즘은 대부분 동시에 진행합니다. <힐링캠프>는 애당초 단독 게스트 토크쇼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인지라 진행자가 어느 때보다 중요했죠. 노련한 사람이 필요했어요. 이경규 씨가 맡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경규 씨도 본격 토크쇼에 대한 욕구가 생긴 시점이었나 봐요. 타이밍이 서로 잘 맞았던 거예요. 그 후 의논을 거쳐 김제동 씨와 한혜진 씨도 합류하게 됐습니다. 김제동 씨에게는 그 분만이 가진 진정성이 있어요. 게스트들을 보듬어 주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이경규 씨와 합도 잘 맞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신선한 얼굴이 필요한 거예요. 여자 MC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기왕이면 너무 어리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라던 차에 한혜진 씨가 떠올랐죠. <야심만만>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느낌이 참 좋았거든요. 말을 잘 하기도 했지만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반응 또한 확실하더라고요. 제작진 모두 MC의 재목으로 눈 여겨 봤었어요. 그 후 세월이 꽤 많이 흘렀지만 이 또한 타이밍이 적절했지 싶어요. 다행히 드라마를 끝낸 직후라 어느 정도 새 길을 모색할 시점에 제안이 들어갔고 답답한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 녹화라는 말에 출연을 결정해 주었습니다. 첫 녹화 후 기대보다 더 잘해 뿌듯했어요.

정석희: 사실 뚜껑이 열리기 전엔 한혜진 씨가 뭘 해낼 수 있을까 갸웃거렸는데 시작하자마자 치고 나오는 걸 보고 제작진의 판단에 박수를 보냈어요.

최영인: 저도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해본 끝에 알게 된 겁니다. (웃음) 예전에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검증 없이, 만나서 얘기만 해보고 선택한 적도 있어요. 바로 후회 했죠. 다시는 그렇게 안 합니다. 녹화를 같이 해 보고 느낌이 와야 비로소 섭외에 들어가요.



정덕현: 요즘의 토크쇼에서는 김구라, 한혜진 씨가 제일 눈에 띄어요. 굳이 자기 이야기를 하려 들지 않으면서 열심히 들어주잖아요. 그렇게 흐름을 타다가 순간 이때다 싶으면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더군요. 김정운 교수가 나왔을 때도 센 사람이다 생각했는데 전혀 기죽지 않고 치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최영인: 자기가 궁금한 것을 묻는 거지만 그 질문이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일치하는 거죠. 김정운 교수가 녹화 끝나고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예쁜 사람은 착하다는 선입견을 버리게 됐다고요.(웃음) 기본적으로 착하기 때문에 센 발언을 해도 느낌이 다른 겁니다. 게스트든 시청자든 악의가 있는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 있잖아요.

정석희: 같은 말을 해도 상대방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재주가 있는 거예요. 내숭도 없고 착한 척도 안 해서 좋아요. 이경규 씨를 아버지나 삼촌 보듯이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잖아요. 이경규 씨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 싶어요.

최영인: 처음 녹화하던 날 괜찮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이경규 씨가 무조건 다 받아주더라고요. 예능에서 고참이 안 받아 주면 힘들거든요.

정석희: 그래도 '채시라 편'에서는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더군요. 계속 기색을 살피고 어려워하던 걸요?

최영인: 영리한 거죠. 연기자 라인이니까 약간 어려워했을 수도 있어요. 한혜진 씨는 주로 듣는 쪽이지 나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요, 가끔은 게스트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해서 본인의 이야기로 받쳐 줄 때가 있어요. 옥주현 씨가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할 때도 알아서 상응하는 말을 꺼내더라고요. 말을 많이 해도 모두 편집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혜진 씨 같은 경우에는 쓸 말만 해 주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죠. 우리에게는 보배로운 존재입니다.

정덕현: 김제동 씨가 상대적으로 부진해 보일 수 있겠는데요?

최영인: 김제동 씨는 사실 현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합니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경규 씨는 다소 까다로워 보일 수 있고 한혜진 씨는 여자라서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김제동 씨와 이야기 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더라고요. 특히 젊은 연예인들의 경우 더 그렇죠. 그리고 김정운 교수가 김제동 씨에게는 여자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억압되어 있는 것 같다고도 하고요. '요즘 약간 슬럼프인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분석이 맞는 것 같아 일부러 살렸습니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

정덕현: 이경규 씨가 이 프로그램에 대단한 열의를 가지고 있는 게 느껴져요.

최영인: 저희가 운이 좋았죠. (웃음) 굴곡을 겪은 후 우리 프로그램을 만나신 거잖아요. 또 휴식 개념의 토크쇼이고 야외에서 진행하는 걸 즐기시지 싶어요. 게스트들 또한 짐작했던 것보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고요. 서로가 점점 더 마음을 열게 되는 거죠. 모두들 녹화를 하는 동안 많이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정석희: 그렇죠. KBS2 <해피 선데이> '남자의 자격' 등은 일대 일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가 아닌지라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는 편이니까요. <힐링캠프>에서는 이경규 씨의 연륜이 엿보여서 좋아요. 그런데 처음에는 MC들과 가까운 게스트들 불러다가 했던 얘기 또 하는 프로그램이려니 했는데 어느 순간 놀라운 게스트들이 속속 등장하더군요. 섭외는 어떻게 하는지요?

최영인: 맞습니다. 연륜에서 나오는 핵심이 있죠? 섭외는 순전히 제직진의 몫입니다. 원하는 게스트가 있다면 계속 찾아가야죠. 다른 방법이 없어요. (웃음) 지금 나오시는 분들도 단박에 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몇 개월씩 공을 들인 분들이에요. 결국에는 프로그램 자체가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첫 회 게스트가 가장 어려웠고요, 아무래도 지금은 수월해졌지요. <힐링캠프>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갔을 때 괜찮겠구나, 생각해주시는 거죠. 이제는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문제는 서로 나오고 싶은 타이밍이에요. 그 타이밍을 잡기 위해 미리 지속적으로 인연을 쌓아 두어야 해요.

정덕현: '차인표 편'이 재미있었는데요, 오래 공들이신 건가요? 사전 조사는 어떻게 하나요?

최영인: 차인표 씨는 솔직히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차인표 씨와 친해져서 좋아요.(웃음) 사전 조사와 그에 따른 사전 인터뷰 또한 대부분 작가가 합니다. 인터넷이 자료의 보고예요. 일단 충분한 검색 후 방향을 세워 게스트를 만나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며 강조할 포인트를 잡고 그에 맞춰 꼼꼼히 장소를 섭외하고 촬영하죠.

정덕현: 간혹 인터뷰 과정에서 방향이 바뀌기도 하나요?

최영인: 물론입니다. 기본적으로 1인 토크쇼라서 인터뷰 시간이 넉넉한 편이에요. 두주 정도 선행하는데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틀에 구애 받지 않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얼마 전부터 작가 시스템을 두 팀으로 나눴어요. 최고로 역량 있는 작가들이지만 일주일에 하나는 너무 버겁거든요.



정석희: TV를 보며 저 사람하고 친구하고 싶다, 한 번 이야기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성공한 토크쇼 아닌가요? 요즘 <힐링캠프>를 보면 그런 생각이 종종 들었거든요. 저는 차태현 씨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을 드러내서 좋았어요.

최영인: 차태현 씨의 경우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자기 이야기는 많이 꺼내는 분이 아니거든요. 작가들이 많은 애를 쓰기도 했고 모닥불 덕분인지 분위기가 잘 풀렸어요. 우리도 밤에 이야기 하고 있으면 가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모닥불이 주는 마력이 있더라고요. 확실히.

정석희: '이동국 편'도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부인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뭘 해도 크게 될 분이지 싶은데 뒷바라지를 위해 남편 그림자 노릇을 자처하고 있더군요.

최영인: 우리도 놀랐습니다. 아마 여자들은 다 느꼈을 거예요. 지금까지 한 번도 언론에 노출이 된 적이 없었는데 사전 인터뷰를 해 보니 부인이 정말, 정말 괜찮은 분인 겁니다. 그래서 같이 나오자고 했어요. 단지 월드컵 이야기를 먼저 내놓을 것인지 부인 이야기를 먼저 할 것인지 고민이 됐는데 결국에는 부인 이야기를 먼저 했습니다. 이동국 씨 이미지가 좋아진 상태에서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었죠.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석희: 칭찬이라는 에너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되는 게 '잘 한다 잘 한다' 해 주면 그 사람이 점점 더 잘 되더군요. 이 사람 저 사람의 에너지가 모여 거대한 힘이 만들어지는 모양입니다.

최영인: 녹화 중에도 이동국 씨는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우리프로그램에 나온 이후 더 잘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골 넣으면 제작진 모두 내 일처럼 기뻐합니다. 서로 먼저 문자로 축하해주죠.
(최영인 CP와의 대담은 2편으로 계속 됩니다)


대담 :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최정은 기자
사진 : 전성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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