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서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을 때도 있죠. 부상이 너무 심해 내가 배우를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한 적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끝나면 또 새로운 액션을 하고 싶어져요. 사실은 너무 힘들 때도 있잖아요, 그러면 집에 가서 막 울어요. 엄마, 나 다시는 액션 안 할 거야, 이러면서요. 그런데 회복이 또 빨라요. 이틀 지나면 다 잊어버리거든요. 액션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사랑도 아프기도 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그런 것처럼 액션도 나의 일부분이에요.”

-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하지원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MBC <더킹 투하츠>에서 북한 특수부대 교관 김항아로 분해 군인 신분일 때는 여전사로서의 카리스마를, 평상시에는 우리네 처자들 못지않게 미모에 신경을 쓰는가하면 꽃미남 연예인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등 귀여운 여성으로서의 면면을 보이며 열연 중인 하지원. 특기이자 취미가 오직 연기라는 그녀의 선전 덕인지 수목 드라마들의 불꽃 튀는 혼전 속에 <더킹 투하츠>가 당당히 우위를 점하며 앞서기 시작했는데, 따라서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진가를 또 다시 입증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을 보기 전까지는 그녀의 얼굴이 남달리 동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단 한번도. 아예 나이가 몇 살인지 미루어 짐작해본 일조차 없지 싶다. 그러니 상대 연기자 이승기보다 무려 아홉 살이 많다는 소리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리. 하지원은 78년 생 서른넷이고 이승기는 87년 생으로 올해 스물여섯, 경력으로 보아 막연히 연상이겠거니 했지만 그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날 줄이야. 물론 처한 여건이 여러모로 다르긴 하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대 연기자들과 부조화를 이루는 연상의 여배우로 인해 한동안 세상이 다 시끌시끌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 드라마의 경우 나이 차이가 전혀 문제시 되지 않으니 신기할 밖에. 궁금증이 일어 검색을 해봤더니 실전 가능한 액션의 총집합체라 할 스턴트우먼을 연기했던 SBS <시크릿 가든>의 상대역 현빈도 네 살이 어렸었다. 그러나 그때 역시 배우들의 나이가 그다지 의식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왜 하지원의 경우 나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걸까? 아마도 그녀가 그토록 사랑한다는 액션 연기 때문이지 싶다. 아니 액션 연기 자체보다는 혼신을 다한 열정어린 투혼이 결국 나이를 잊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이리라. MBC 퓨전 사극 <다모>의 검술을 시작으로 영화 <색즉시공>에서는 에어로빅을, <1번가의 기적>에서는 복싱을, 또 <7광구>에서는 스킨스쿠버며 바이크를 제대로 선보이고자 매번 기나긴 시간을 자신과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는 그녀. <다모> 때는 한번 와이어에 매달리면 여덟, 아홉 시간 촬영은 기본인지라 아예 매달린 채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니 그 고된 행보가 가히 짐작이 가지 않는가. 급기야 <황진이>의 경우엔 묘기에 가까운 줄까지 대역 없이 직접 탔을 정도라니 유구무언이지 뭔가.

하지만 여느 연기자들과 차별되는 열정과 노력이 가상하긴 해도 한편으론 걱정이 아니 될 수 없다. 이젠 액션이 삶의 일부분이라고는 하지만 듣자하니 부상의 정도가 너무나 지나치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일 중독증인지 작품만 마음에 들면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서슴지 않고 다시 액션에 몸을 던지게 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영화 <형사 Duelist> 촬영 당시 낙법을 연습하다 추락하는 바람에 목뼈가 부러졌지만 두 달이나 경과해 다른 부상으로 응급실을 찾았을 때야 골절 사실을 알게 되었다지 않나. 하도 안 아픈 곳이 없이 온몸이 다 아프다보니 목뼈가 부러지는 정도의 고통은 예삿일이었나 보다.

부디 그녀가 이번 작품을 마치고나면 한 해든 두 해든 휴식의 시간을 갖은 뒤에 다시 돌아와 주길 바란다. 안젤리나 졸리에 필적할 대한민국 최고의 액션 여배우로 불린다 한들 제 몸이 성치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냔 말이다.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잠을 청해보면 알 수 있는 일. 엉킨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은 숙제들이 잠에서 깨어난 후 거짓말처럼 술술 풀려본 경험, 누구나 있지 않을까? 충분한 치유와 휴식만이 훗날 더 큰 감동을 가져다 줄 연기자로 거듭나는 길이라는 점,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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