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링캠프> 최영인 CP "배용준·이병헌을 기대합니다"[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좋은 토크쇼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갖춰진 틀 위에 현장의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합니다.” 제작진의 바람보다 때로는 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털어 놓는 스타들, 합이 잘 맞는 MC들과 노련한 제작진이 엮어가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의 최영인 CP를 만나 <힐링캠프>만의 매력과 고민, 발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대담: 최영인CP,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덕현: 오랜 기간 토크쇼를 만들어 오셨는데 요즘의 토크 트렌드는 어떤가요?

최영인: 제가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이 SBS <진실게임>입니다. 그 후 <야심만만>을 했는데요. <야심만만> 이전, 예를 들어 KBS2 <서세원 쇼>나 SBS <이홍렬 쇼>는 대본이 있었어요. 사전 인터뷰를 촘촘하게 한 후 그 틀에 맞춰 녹화를 했었죠. 다른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심만만>이 집단 MC 체제로 가면서 꽉 짜인 틀이 없어졌어요. 주제를 미리 알려준 후 녹화 전 어떤 생각을 해 왔는지 사전 점검 정도만 한 거죠. 그래서인지 제작진들도 게스트들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 궁금해 했습니다. 물론 설문 조사 등 기본 틀은 있었지만 즉흥적인 토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좋았습니다. 시청자들 또한 그런 부분을 즐겨 주셨고요. 그 후 하나 더 변한 게 있다면 망설임 없이 뭐든 말하게 된 겁니다. 김구라 씨를 보면 <야심만만>에서 강호동 씨가 살짝 찔러주던 지점에서 한 걸음 나아가 더 세게 찌르잖아요. 이제는 그런 코드가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게 찔렀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잘 모르던 연예인이 세련되게 보일 수도 있고요. 지금의 토크쇼는 어느 정도 인터뷰가 된 상태에서 현장의 플러스알파가 더해져야 잘 된 토크쇼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어진 대로만 하면 답답해 보이거든요.

정덕현: <힐링캠프>에는 강약 조절이 있어요. 이경규 씨가 찔러주면 한혜진 씨가 받아주는 식으로 말이에요.

정석희: 이경규 씨가 의외로 여성분들을 어려워하는 편이잖아요. 경계를 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이미숙씨나 오연수씨 등을 만난 후 많이 달라지셨어요. 저 또한 그 분들이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걸 <힐링캠프>를 보고 알게 됐습니다.

최영인: 이경규 씨가 처음에는 여성 게스트들을 많이 쑥스러워 하셨어요. 이제는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신경도 많이 쓰시고요.

정덕현: 이경규 씨가 힐링이 되는 느낌도 있어요. (웃음)

정석희: 정치인들을 초대했을 때 어땠나요? 반응도 걱정스러웠을 테고 심리적으로도 긴장이 많이 됐을 텐데요.

최영인: 신경이 많이 쓰였죠. 최대한 중립적으로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자막뿐만 아니라 방송 시간도 똑같이 딱 맞췄어요. 섭외할 때도 두 팀을 다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한 팀만 응하면 안 할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두 분 모두 초대에 응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문재인 씨는 인지도가 올라갔고 박근혜씨는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평을 들었어요.



정덕현: 그 후로 다른 정치인들의 출연 요청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최영인: 많았는데 안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고요. 정치적 입장과는 상관없이 게스트로 오는 사람은 누가 되었든 녹화와 편집, 방송을 할 동안에는 그 사람을 사랑하자,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노력하자가 제작진의 원칙입니다.

정석희: 한혜진 씨는 박근혜 씨나 문재인 씨조차 어려워하지 않더라고요. 신기해하며 지켜봤는데 하기야 어려울 이유가 없죠 뭐. 그 덕분에 재미있었고요. 채시라 씨를 더 어려워했죠? (웃음)

최영인: 그게 인간사입니다. (웃음) 지금이든 예전이든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정치인이 어렵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습니다. 우리는 편하게 방송 했는데 기자 분들이 더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생각보다 후폭풍이 세서 놀랐고요.

정덕현: 우리나라도 더 자유롭게 정치적인 이야기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치인들이라고 특별한 건 아니니까요.

최영인: 개인적으로 박근혜 씨가 '스피드 퀴즈'를 수락했을 때 좀 놀랬어요. 질문 강도가 세다고 팁을 줬는데도 쿨하게 대응하시더군요. 이제 정치인들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석희: 대중의 마음을 얻고자 나름 연구를 많이 했겠죠.

정덕현: 월요일 밤 지상파 3사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최영인: 물론 있습니다. 우리는 게스트가 단 한 분이잖아요? 속 깊은 이야기들을 뚝심 있게 장시간 밀어붙이고 싶지만 그 순간 채널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요. 경쟁 채널에서 상대적으로 더 시끌벅적 활기찬 얘기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채널이 한 번 돌아가면 돌이키기 힘들죠. 두 프로그램 모두 색깔이 명확하고 다 좋은 프로그램들이기에 부담이 더 커요.

정석희: 게스트에 따라 부침도 있겠고요.

정덕현: PD분들 인터뷰를 해보니 그 성격이 프로그램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더군요. KBS2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의 이예지 PD는 꼼꼼하고 섬세하면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성격이 프로그램에 묻어나더라고요.

최영인: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일반인을 게스트 석에서 전면으로 끌어 온 뒤 더 잘된 것 같습니다. 콘셉트를 명확하게 잡아 심지를 굳히고 끌어 낸 거죠. 경쟁 프로그램이지만 잘 한 일입니다.

정덕현: 녹화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최영인: 네다섯 시간 정도 걸립니다. 장소 이동이 있는 경우 더 지체되고요.

정덕현: 가끔은 옮기는 게 지루하지 않고 좋더군요.

정석희: 하지만 간혹 굳이 왜 옮겼지? 할 적도 있었어요.

최영인: 옮기면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에 장소를 옮길 때는 최대한 조심하려고 합니다. 방송 초반에는 그림의 변화를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유 없이 옮기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정덕현: 시청자들이 오래 집중하지 않기 때문인지 많은 토크쇼들이 KBS2 <해피투게더>처럼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버라이어티로 바뀌고 있는데요. 토크쇼의 위기라는 생각을 해 보신적은 없나요?

최영인: 버라이어티가 늘 존재하듯이 토크쇼도 함께 존재하기에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토크쇼는 소설책을 보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듣는 거거든요.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처럼 확 치고 나가는 프로그램이 없기는 하지만 토크쇼 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귀를 기울여보면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어요.

정덕현: 게스트가 중복되는 문제도 있지 싶어요.

최영인: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낼 능력 있는 MC가 필요한 겁니다. 물론 제작진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출연자가 마음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것이 노하우죠. 우리부터 애정을 가지고 마음을 열어야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하지 않겠어요? 다음에 방송 될 신은경 씨 같은 경우에도 출연 결심을 하기까지 8개월이 걸렸는데요. 녹화 후 개운하다며 마치 클렌징을 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우리도 게스트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석희: 김정운 교수의 얘기들이 주옥같더군요. ‘마음의 정기검진이 필요하다’라든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라’ 등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았어요.

최영인: 2부는 그분의 인생 이야기 입니다. 오프닝의 '사'자 아니냐는 의심이 우리의 의심이기도 했고 시청자들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하는데 절대 그게 아니더라고요.

정덕현: 그렇게 보일 정도로 어려운 얘기도 쉽게 풀어주시는 분이죠.

최영인: '저런 과거가 있었나?' 했을 정도로 생각보다 더 많은 걸 가진 분입니다. 어쨌든 연예인 은 아니지만 토크쇼의 차별성을 위해서라도 과감하게 2부로 냈습니다.

정석희: '무릎팍 도사'에 쇼트트랙 선수 이승훈이나 역도의 장미란 선수가 나왔을 때의 느낌이 남달랐던 것처럼 자기를 다 바쳐 산 사람들은 진정성이 다른 것 같아요.

최영인: 특히 스포츠 스타는 진심이 있더군요. 감동이 남다른 이유입니다.

정덕현: 아무래도 몸으로 말하는 분들이니까요. 김정운 교수도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부분이 있었죠? 일본에 가신 것은 다시 자신을 찾기 위한 선택이라고 하더군요.

최영인: 잘 나가는 순간 모든 것을 버리고 간 것이기에 더 놀랍죠.

정석희: 시청자들의 보는 눈이 한층 매서워졌죠?

최영인: 그럼요. 방송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실제로도 매력적인 사람이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애를 써보지만 아닌 사람을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거든요. 출연자 선정 기준이 점점 신중해지고 있습니다.

정석희: 특별히 제작진을 힘들게 한 게스트가 있나요?

최영인: 그런 분은 한 분도 없었어요. 아시겠지만 나쁜 사람은 성공을 하기가 어렵거든요. 오래 스타의 자리에 머무를 수가 없다고 봐요. 다만 본인이 아무리 마음을 열려고 해도 어려서부터 배인 습관 때문에 잘 안 되는 부분은 있을 수 있어요. 가식적인 게 아니라 그렇게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안 되는 걸 거예요.



정덕현: 아무래도 그 위치에서 평생을 보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것들이 있을 테죠.

정석희: 요즘 예능의 트렌드는 물건 값을 깎으며 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물건을 제대로 값을 쳐서 사주는 것이거든요. 얼마만큼 대중과 호흡을 같이 할 마음으로 나왔는지 시청자가 꿰뚫어 보잖아요. 대중의 심리를 얼마나 잘 아느냐가 토크쇼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누굴 만날 수 있나요?

최영인: 석탄일 특집으로 법륜 스님이 나오실 예정입니다. 곧 패티 김 씨도 나오시고요.

정덕현: 사심을 가지고 있는 데 아직 섭외가 안 된 인물도 있겠습니다.

최영인: 우리가 바라는 분들은 배용준, 이병헌, 차두리.......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더 좋은 방송이 나온답니다. (웃음) 두드리면 언젠가는 열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은 하고 있어요. 이제는 매번 일등이 되긴 어려우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터뜨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pilogue
<야심만만>, <밤이면 밤마다>를 거쳐 <힐링캠프>에 까지, 굵직굵직한 토크쇼를 도맡아 제작한 SBS의 '최강동안' 최영인 CP. 필요한 얘기를 적재적소에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걸 알아야 하듯, 성공한 토크쇼 뒤에는 역시 토크의 달인이 존재했다!


대담 :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최정은 기자
사진 : 전성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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