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분명 대세였다. ‘병풍’ ‘구색맞추기’ ‘無존재감’ ‘2인자 MC’라는 그 간 굴욕의 수식어들은 더 이상 그의 이름 앞에 올수 없게 됐다. 바로 정형돈이다. 정형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출연료가 맞아서 결정했다. 무엇보다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하는 3월28일 SBS <고쇼> 기자 간담회에서의 정형돈 웃기는 모습에선 의미 있는 반전의 낌새조차 알아차릴수 없었다. 하지만 6일 첫 선을 보인 <고쇼>가 끝난 후 수많은 시청자는 정형돈이 더 이상 그 이전의 정형돈이 아님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정형돈 씨 정말 웃겨요. <고쇼> 대세라니까요!” <고쇼> 메인 MC 고현정이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정형돈은 그 말이 찬사를 위한 인터뷰용 허언이 결코 아니었음을 <고쇼> 첫 방송에서 단번에 입증이라도 하듯 미친 존재감을 넘어 대세임을 보여줬다.

<무한도전>에서의 인기와 진화를 발판으로 몇차례 메인 MC로 나섰다가 시청률 저하와 1인자 MC로서 자질 부족만을 노출한 채 퇴진해야했던 정형돈이었다. 하지만 <고쇼>에서의 정형돈은 더 이상의 이전의 정형돈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정형돈이다.

“고현정은 <고쇼>의 처음이자 끝이다”라는 서혜진 PD의 말과 프로그램 타이틀에서 보여지듯 <고쇼>는 메인 진행자인 톱스타 고현정의 퍼스낼러티 토크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현정의 존재감과 역할을 크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시청자는 고현정과 입을 맞추는 정형돈 김영철 윤종신 3명의 MC를 보조 MC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베일을 벗은 <고쇼>에서 토크쇼 진행자로서 첫 도전한 고현정은 거침없고 솔직담백한 직선의 표정과 언어로 강렬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리고 윤종신 등 함께 나온 진행자들 역시 보조적 성격의 한계가 드러났다. 하지만 말이다. 예상과 전망을 완전히 바꿔놓은 MC가 있다. 정형돈이다. <고쇼> 첫 회에 사람들의 예상에 모반을 꾀하고 위대한 반전에 성공해 스타로서의 화려한 비상을 시작한 정형돈은 고현정에 버금가는 강렬한 존재감과 예능감, 그리고 출중한 MC로서의 능력을 보여 진정한 1인자 MC로서의 면모를 굳혔다.

<고쇼> 정형돈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정형돈은 구색 맞추기의 대상에서 구색을 맞추는 주체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꾀함으로서 명실상부한 1인자 MC로 우뚝 설수 있었다.



정형돈은 강렬한 개성과 카리스마, 그리고 강렬한 직선의 표정과 언어를 구사하는 고현정에 대응해 과장과 사실을 넘나들며 기막히게 구색을 맞췄을 뿐만 아니라 <고쇼> 첫 회 게스트인 조인성, 천정명, 길에 대해 이들의 이미지와 스타일, 성격, 개성 등에 따라 때로는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모습으로, 때로는 허술한 면모로 응대하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정형돈은 이처럼 동료MC와 게스트를 완벽하게 파악해 이들에게 각기 다른 최적의 스타일의 멘트와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부분에 전적으로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전체에 공허한 집착을 하지 않은 그야말로 부분과 전체를 아우르는 MC로서의 대단한 능력을 보인 것이다.

정형돈은 또한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를 꾀함으로서 기존의 팬을 유지하고 동시에 새로운 팬층을 확장시키는 놀라움을 연출했다. 그의 존재기반인 MBC <무한도전>에서 드러난 ‘병풍’ ‘무존재감’ ‘웃긴 것 빼놓고는 다 잘하는 정형돈’이라는 캐릭터와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우직한 정형돈은 한동안 못난 우리들의 동일시의 대상이자 연민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이 이미지를 반전시켜 스타들에게 거침없이 대들거나 대항하며 심지어는 무시하는 언행으로 눈길을 끌며 못난 우리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며 ‘미친 존재감’ ‘대세 정형돈’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익숙한 모습과 진화를 <고쇼> 첫 회에서 더욱 더 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직설 화법과 진지 어법에서부터 밉지 않은 허세 연출까지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 이전 정형돈을 더욱 더 확장시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토크쇼의 승패를 좌우하는 토크의 능수능란한 전개에서의 활약은 정형돈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게 한다. 그동안 토크쇼에서 정형돈의 모습은 말을 아끼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고쇼>에서 정형돈은 게스트와 동료 MC의 토크의 물꼬를 트는 기폭제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여러 게스트와 MC의 중구난방식 토크를 정리하는 적극적인 토크로 토크쇼를 유기적으로 흐르게 만드는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 정형돈은 상황극에서의 콩트 연기나 애드리브, 개인기 등 예능감 역시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무장했다.

무존재감의 정형돈은 이제 미친 존재감의 MC가 됐다. 구색맞추기용 정형돈은 이제 구색을 조율하는 구색 조정자가 됐다. 그리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게 됐다. “시청자분들, 보고 있나! 이게 진정한 토크쇼 MC라는 것을” 이렇게 <고쇼>에선 정형돈은 의미 있는 예능인으로서의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