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C 전도사들에게 권합니다!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아침 공복에 찬물 한 잔이 아니라 제 오줌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오줌은 효소·호르몬·비타민·무기질·단백질·항체 등 생리활성물질이 들어 있어 오줌을 마시면 면역체계가 활발해진다고 주장한다.

엉터리다. 첫째, 효소와 호르몬은 소화기관으로 들어가면 분해·흡수될 뿐이다. 효소도 호르몬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둘째, 요즘엔 과유불급이라는 경고를 유념해야 한다. 과잉 섭취가 문제인 상태에서 오줌으로 배출하는 영양까지 재생할 필요가 없다. 셋째, 몸에 필수적인 성분을 섭취하려면 이왕이면 좋은 식품을 먹는 게 낫다. 넷째, 면역체계는 종합적으로 작동한다. 오줌을 마신다고 해서 좋아지지 않는다.

독일 의사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은 이 보조요법에 대해 “절대 이해할 수 없다”며 “난 신체의 지혜를 존중한다”고 말한다. 그는 “신장이 무언가를 배출하려 한다면, 신장을 믿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제가 열심히 일해 내보낸 오줌을 주인이 마신다면) 신장은 바보 취급 당하는 느낌일 것”이라고 덧붙인다.

오줌을 마시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왜 나는 오줌 요법을 비판하나? 오줌 요법을 전혀 믿지 않는 사람 중 상당수가 우리 몸의 기능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일정량 이상 들어온 비타민C를 내보낸다. 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타민C 전도사들은 우리에게 몸에 넘쳐나고 넘쳐날 정도로 비타민C를 들이부으라고 권고한다. 오줌은 오렌지 주스 못지 않은 비타민C 음료가 된다. 쓸 양보다 열 배 이상 섭취해 오줌으로 내보내면 어디에 좋을까? 비타민C 성분이 모아져 배출되는 방광과 요로가 좋아질까?

폰 히르슈하우젠은 급성 비타민C 부족 문진표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 최근 몇 년 동안 집에서 으깬 감자 요리만 강제로 먹어왔다.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를 섭취한 적이 없다.
- 6개월 동안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 18세기에 살고 있다.

그는 이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급성 비타민C 부족이라며 독자에게 묻는다.

“이 항목에 해당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이 책을 읽을 수 있겠는가?”

고농축 비타민C 오줌 얘기는 오줌 요법 신봉자들이 반길 것 같다.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은행나무

칼럼니스트 백우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전문기자,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cobal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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