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혁재가 간과한 <무도>만의 웃음 기법, 그리고 팬덤은?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웃자고 한 소리겠지요. 그런데 엄청난 비난과 비판이 쏟아지는 등 열띤 반응을 초래했더군요. 그리고 저에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더군요. 이혁재 씨가 MBC <무한도전>의 파업 후 반응 변화와 수명, 멤버들의 인기도에 대한 언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구요. 결론부터 말하면 전 이혁재 씨와 생각이 전혀 다릅니다. 이혁재 씨는 토크쇼에 나와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구체적인 근거나 분석 없이 <무한도전>에 대해 한마디 툭 던지는 식으로 언급했기 때문에 반박하기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는 <무한도전>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먼저 이혁재 씨가 6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토크쇼 <노코멘트>에 나와 <무한도전에>에 대해 언급한 것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이혁재 씨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방송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인천 룸살롱 여종업원 폭행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프로그램 MC 박명수와 정준하가 출연하고 있는 <무한도전>에 대해 언급을 했습니다.

이혁재 씨는 “공백 기간 작은 아이템을 연구하진 않았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 트렌드가 보이더라. 여러분 머리 위로 수명이 보인다”고 말한 뒤 “이번 파업 때문에 <무한도전> 촬영이 중단되면서 결국 시청층이 떠나갔다. 파업이 끝나고 <무한도전>을 다시 한다고 해도 예전 시청률만큼 안 나올 것이다. (<무한도전> 수명을) 1년 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혁재 씨가 토크쇼에 나와 웃자는 생각으로 <무한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에 대한 엄청난 팬들의 관심, 파업이라는 힘겹고 미묘한 상황, 구체적 근거 제시 없는 황당한 단정적 예측, 이혁재 씨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촉발된 부정적인 이미지 등이 어우러져 수많은 시청자의 엄청난 비난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무한도전>은 공정방송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1월 30일부터 돌입한 MBC 노조 파업으로 지난 4월 8일까지 10주 째 결방되고 있습니다. 최장기 결방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무한도전> 팬들은 제작진과 노조의 파업 취지에 공감하며 방송 재개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태호 PD는 파업중인 지난 4월 5일 ‘짧은 안부인사’라며 유튜브를 통해 19분짜리 <무한도전 특별편>을 제작 공개해 <무도> 방송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우선 이혁재 씨가 말한 파업으로 촬영이 중단되면서 팬들이 떠나고 재개 되도 시청률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언급에 대해 제 생각을 말해보지요. <무도>팬과 시청자들은 이번 MBC 파업과 그 이유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해 시청층이 떠난다고 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내용과 상황이 이어지는 연속극과 달리 <무한도전>은 매회 아이템이 달라지고 전회와 연속성을 갖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일정기간 보지 않고 다시 시청해도 내용을 이해하고 웃는데 전혀 지장이 없기에 파업 때문에 예전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무엇보다 이혁재 씨는 지난 2005년 <무모한 도전>부터 형성된 <무한도전> 팬들의 성격과 열띤 팬덤을 간과하는 누를 범했습니다. <무한도전>팬과 시청자 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뭉친 팬들은 우리 방송환경에서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단순히 시청하는 일반 팬에서부터 <무한도전>에 관련된 UCC 등 콘텐츠를 만들어 관심과 애정을 확대재생산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서의 적극적인 팬까지 다양하고 굳건한 팬덤을 보이는 팬들이 있기에 파업이 끝난 뒤 재개해도 떠나는 팬들은 드물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매회 달라지는 아이템에 따라 새로운 시청층이 유입되는 특성이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혁재 씨의 <무한도전>의 언급한 부분 중 장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부분이 바로 <무한도전> 수명을 1년반으로 예상한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어떤 근거를 대지 않고 이야기 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예능의 트렌드는 급변하고 대중의 취향과 기호는 나날이 변하기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의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7년째 시청자의 열띤 사랑과 호응을 받아온 <무한도전>의 텍스트와 여정을 살펴보면 쉽사리 수명을 단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청률의 평가를 넘어선 한국 예능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는 장점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리얼 버라이어티 붐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수명이나 점차 짧아지는 예능 트렌드의 순환주기 조차 뛰어넘는 새로운 이정표를 새운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능 트렌드의 순환주기를 뛰어넘는 이유와 7년째 시청자의 환호를 받는 강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혁재 씨의 <무도> 수명 예상 언급에 대응할까합니다.

<무한도전>은 매회 다른 웃음을 줄 수 있는 독창적인 포맷과 방송 횟수와 상관없이 진부함에 빠지지 않는 장치들이 견고합니다. 특별히 고정된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 등 7명의 멤버가 매회 다른 아이템을 도전하거나 수행하며 웃음을 주는 포맷 때문에 아이템마다 반응의 차이는 나지만 매회 새로운 느낌을 받고 신선한 웃음을 줄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유재석등 출연진이 끊임없이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해 시청자의 반응 추락과 프로그램의 위기의 주범인 오랜 방송에서 초래될 수 있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7년째 호흡을 맞춰온 <무한도전>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정형돈 하하 길 등 출연하는 멤버들이 안주하지 않고 기막힌 조화와 캐릭터의 끊임없는 진화를 꾀하며 웃음을 주는 최강의 예능 군단을 형성했습니다.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은 방송을 거듭하면서 현실과 시대상황,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선도하는 캐릭터를 창출하고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토리를 창조하는 작가로서의 예능인의 면모를 보여 시청자의 흔들림 없는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편집, 패러디에서부터 사실주의적 표현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웃음 기법의 동원, 장르적 혼합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웃음의 기술들을 매회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웃음의 기법 자체가 매우 개성이 강해 쉽게 눈길을 끕니다.

여기에 <무한도전>은 단순한 웃음만을 전달하지 않고 웃음의 기제는 반드시 사회나 정치, 경제,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고 심오한 의미마저 전달해줍니다. 그것도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이 아닌 웃음으로 잘 버무려진 의미입니다. 이처럼 김태호PD 등 제작진은 <무한도전>을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하나의 작가주의적 예능 프로그램으로 구축했고 이점이 수명예측 조차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성별, 나이, 교육정도, 지역, 빈부, <무도>에 대한 지식정도 등에 따라 다양한 웃음과 의미의 해독을 할 수 있게 열려있고 다의적인 ‘무한도전’텍스트(프로그램 내용)를 제공하는 점도 <무한도전>이 예능 프로그램이 오래되면 시청자 반응이 떨어진다는 속설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줍니다.

“<무한도전>은 방송되는 동안 내내 위기론에 시달렸다”는 김태호 PD의 말처럼 그동안 <무한도전>은 수많은 사람들과 매체에 의해 위기라고 언급됐고 최고의 시청률 지점과 비교하며 인기 하락을 이유로 프로그램 존폐론까지 지적되는 상황에서도 7년 동안 <무한도전>만의 강점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혁재 씨, 이래도 파업으로 시청층이 떠나고 <무도> 수명을 1년 반으로 보시나요?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TV조선, 유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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