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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하차에 가려진 불편한 이면
기사입력 :[ 2012-04-18 10:40 ]


- 김구라 하차, 왜 참 거시기할까?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김구라가 방송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방송하차를 두고 말들이 정말 많습니다. MBC <라디오스타><세바퀴>, KBS <불후의 명곡2>,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 등 8개 프로그램 MC나 고정 패널로 활동할 정도로 최고 인기 MC 반열에 오른 김구라가 전격하차 한 것은 바로 10년 전 한 인터넷 방송에서 한 문제의 발언이 최근 공개돼 비난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2002년 인터넷 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에서 김구라가 2002년 1월 서울 천호동 일대 유흥업소 여성종업원 80여명이 경찰 단속에 항의한 것에 대해 “윤락녀 80여명이 (경찰을) 고소를 했는데… 고소한 것도 엽기적인 사실인데, 서울 수송동의 국가인권위를 상대로 해서 항의하고 데모질하고 그랬나봐.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 나눠 타는 거는 예전에 정신대라든지, 그것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 아닙니까”라고 말한 음성 파일이 최근 인터넷 게시판 등에 공개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방송퇴출 요구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구라는 지난 16일 tvN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하차 의사를 밝힌데 이어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의 발언에 대한 공식사과를 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방송중단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김구라는 “먼저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성숙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했던 시절에,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말했던 내용들이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입 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라고 사과한 뒤 “연예인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대중들이 TV에 나오는 제 얼굴을 볼 때마다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방송인으로서의 자격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오늘 이 시간부터, 저 자신을 돌아보고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며 전격적으로 방송 하차를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김구라의 방송의 하차 선언에 대해 예외적으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습니다. 김구라의 정신대 관련 발언에 대한 비판은 제기하고 있지만 방송활동 중단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고 찬반논란도 뜨겁습니다. 그리고 김미화 정찬 윤종신 등 동료 연예인들이 안타까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구라가 핫이슈로 떠오르며 방송활동 중단에 대한 논란이 폭발한 것은 발언 공개의 시점, 그리고 그 배경, 김구라 사태와 비교되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불공정성과 불법, 편법에도 불구하고 잘 먹고 잘사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반발, 김구라의 예능적인 역량과 그가 방송계에 미친 영향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김구라는 고통스러운 무명 밑바닥 생활을 딛고 방송에 진출해 독창적인 예능 트렌드를 이끌며 예능스타로 부상했습니다. 김구라가 맹활약을 펼치는 동안 10년 전 문제의 발언에 대한 대중과 대중매체의 문제 제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4.11총선 때 김구라의 통합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지지 동영상이 공개되고 일부매체가 김용민 후보 막말과 함께 김구라의 독설과 막말, 그리고 문제의 발언에 대해 집중 비판 했습니다. 이러한 시점과 배경 때문에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만 김구라의 방송 중단에 대해서는 의구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논란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김구라 방송중단 선언과 맞물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김구라의 막말보다 훨씬 사안이 중요하고 문제가 되는 성추행 의혹과 논문표절 의혹에 휩싸인 새누리당 김형태 당선자와 문대성 당선자의 태도에 대한 반발도 논란의 증폭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김구라는 자신의 10년전 발언 잘못으로 생존의 기반이자 존재의미였던 방송을 중단을 했지만 제수인 최모씨의 김형태 당선자의 성추행 주장 폭로가 이어지고 문대성 당선자의 석박사 논문이 표절이라는 학술단체협의회 주장이 제기되고 표절 아닌 복사수준으로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뿐만 아니라 IOC위원직까지 사퇴해야한다는 국내외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두 사람은 요지부동입니다. 이들의 행태에 대한 반감이 김구라 방송중단에 대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많고 잘못된 행태를 범했으면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먹고 잘사는 일부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불공정과 편법, 불법이 판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 역시 김구라의 방송 중단을 핫이슈로 떠오르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구라의 방송 중단을 안타까워하며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김구라의 예능인으로서의 역량과 그가 예능계에 미친 영향 때문입니다. 김구라의 진행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지만 김구라로 인해 예능의 인식과 지평이 확대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예능의 하나의 트렌드가 된 김구라의 독설과 직설에는 논리성과 촌철살인적 성격이 가미돼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구라의 독설은 단순히 독설을 위한 독설이 아닌 근거와 논리를 갖춘 날카로움이 있어 적지 않은 시청자가 공감을 했습니다. 또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차마 표현하지 못한 것, 의식하지 못했지만 듣고 나면 속 시원함을 느끼게 만드는 매력도 배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구라의 독설과 직설은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했고 예능에 대한 과도한 도덕적 엄숙주의를 깨는 기능도 했습니다. 대체불가능한 역할을 한 김구라의 존재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와 웃음의 코드, 소재가 확장되는 성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점도 10년 전 발언으로 방송중단 선언을 한 김구라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하나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김구라의 방송 전격 하차를 참 거시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구라가 한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아버지 제사 때 항상 다짐을 합니다. ‘내년 제사에도 당당하고 좋은 모습으로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노력 하겠다’고요. 진행자나 방송인으로 제 포지션닝이 되면 40대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방송을 오래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세상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이미지도 제고하고 신뢰도도 높이려면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김구라가 자신을 돌아보며 자숙의 기회를 가지면서 좀 더 열심히 공부해 방송에 복귀한 그날 한국 예능계에 다시 한 번 우뚝 서길 바랍니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tvN,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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