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극단의 김구라·김제동, 왜 예능에 필요할까?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양극단의 대조적인 면모를 보이면서도 상당히 공통점이 많은 김제동과 김구라. 예능스타, 김제동과 김구라,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방송에서 어려움을 겪다. 김구라는 최근 출연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해 모습을 감췄고 김제동은 출연 프로그램이 하나에 그치는 등 침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구라는 2002년 인터넷 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에서의 정신대 할머니와 관련 된 발언 음성파일이 최근 공개돼 비난이 쏟아졌다. 그리고 김구라는 문제의 발언에 대한 공식사과를 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MBC <라디오 스타>, KBS <불후의 명곡> 등 출연하던 8개 프로그램에서 전격하차 했다.

김제동은 故노무현 전대통령 영결식 노제 사회를 맡고 투표장려를 비롯한 사회적 실천과 발언을 하면서 KBS <스타 골든벨> MC퇴진, 녹화까지 마친 케이블 방송의 편성불발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하나둘씩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그리고 요즘 가장 핫이슈로 떠오른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김제동은 방송외적으로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성황리에 방송 밖 토크콘서트 무대공연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던 김제동은 이제 SBS <힐링캠프> 하나의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나설 뿐이다.

김구라는 1993년 SBS 2기 개그맨으로 출발했지만 개그맨으로 성공하지 못하며 오랜 무명생활을 하다 인터넷 방송 등에서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과 각종 비리에 독설을 퍼붓거나 막말 등으로 유명세를 얻으며 잡초같은 생명력을 키웠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지상파에 복귀해 독설과 직설의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했다.

김제동은 레크레이션 강사나 대학 축제, 기업 행사 진행자로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재야의 유명 진행자로 활동하다 2002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방송에 데뷔한 뒤 특유의 멘트 스타일로 스타덤에 올랐다.

외형적으로나 진행 스타일이 대척점에 가까운 김구라와 김제동은 많은 공부와 현상과 대상에 대한 타고난 분석과 정리력, 그리고 방송 밖 힘든 상황에서 터득하고 쌓은 탄탄한 진행 실력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보다는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예능 스타로 부상했다. 물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도 이들은 MC와 게스트 중 가장 뛰어난 멘트와 정리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비방송권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끈질긴 생명력과 특유의 경쟁력을 키우고 분석과 종합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해 1인자 MC로 자리를 잡은 김제동과 김구라는 정반대의 스타일로 한국 예능 프로그램 특히 토크쇼의 새로운 지평을 확대했고 두 사람의 존재로 인해 토크쇼의 표현방식과 수위, 토크의 전개 스타일와 포맷이 확장되는 긍정적인 결과가 초래됐다.

김제동은 폭넓은 독서와 오랫동안 행사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말로 사로잡는 값진 경험에서 나오는 상황과 대상, 인물을 정확하게 묘사하거나 포착하는 멘트와 풍부한 은유와 비유를 동원한 감성적 어법으로 감동을 주는 토크 스타일을 견지했다. 그리고 이러한 김제동의 스타일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 특히 토크쇼의 품격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와 시청자가 적지 않다.

또한 김제동은 예능인들의 웃음의 기제로 너무 자주 활용되는 은어와 비어, 막말, 독설, 외래어가 아닌 바른말과 고운말을 사용해 출연자나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웃음과 깊은 감동을 전해주거나 되새김질을 할 수 있는 의미를 전달해 예능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화했다.

“믹스와 매치는 즉 기존의 이질적인 아이템들을 뒤섞어 연결해 의외의 조화미를 내는 코디법이다. 믹스할 아이템도 많아야하고 매치는 직관이 뛰어나야한다. 토크에 있어 믹스와 매치는 비유와 묘사에 해당된다. 김제동은 믹스와 매치를 가장 잘 구사하는 방송인이다”라는 작가 김일중의 지적처럼 김제동의 멘트는 기가 막힌 비유와 묘사가 단연 돋보여 사람을 설득하고 공감을 유발하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한 토크 스타일과 함께 김제동이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바로 진정성의 토크가 힘을 발휘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그의 말이 감동을 주고 의미를 여운을 남기는 것은 바로 진정성이 담보 돼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예능과 예능인의 키워드가 진정성이 된 데에는 김제동의 역할이 적지 않다.



김제동과 다른 문양으로 한국 예능의 지평을 확장시킨 이가 바로 김구라다. 일부 전문가와 상당수 시청자가 김구라를 ‘막말’이라는 한마디로 규정하며 비난하는 것은 예능인 김구라의 일면만을 보고 다른 다양한 면을 보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구라는 대상과 현상에 대한 적확하면서도 논리적인 직설, 촌철살인적인 멘트 그리고 풍부한 자료와 사실을 예시와 근거로 하는 독설, 다수의 사람들이 체면과 내재화된 검열 장치에 의해 하지 못했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 것에 이르기까지 예능을 한 단계 진화시키는 무기를 내재한 예능인이다.

특히 김구라의 독설과 거침없는 언변은 단순히 독설을 위한 독설이 아닌 근거와 논리를 갖춘 날카로움이 있어 적지 않은 시청자가 공감을 했고 누구나 알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차마 표현하지 못한 것, 의식하지 못했지만 듣고 나면 속 시원함을 느끼게 만드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주철환 jTBC 콘텐츠 본부장은 “사실 눈 감고 들으면 김구라의 말은 독설보다 직설에 가깝다. 너를 낮추어서 내가 올라간다는 게 아니라 약점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의 가면을 벗겨 더불어 편안해지자는 게 최근의 ‘구라식’ 화법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김구라의 멘트와 화법으로 <라디오 스타> 같은 직설의 난장 토크쇼가 등장할 수 있었고 직설이 하나의 예능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토크쇼의 포맷이 확장하는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김구라는 막말이라는 오명과 비난 속에서도 그의 존재로 인해 예능의 표현수위와 소재를 확대시켰고 무엇보다 예능에 대한 과도한 도덕적 인식의 엄숙주의를 깨는 순기능도 했다.

김구라와 김제동, 두 예능스타는 분명 약점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정도로 미덕과 강점이 많은 뛰어난 예능인이다. 이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김구라는 방송을 중단했고 김제동은 침체를 겪고 있다. 이것은 분명 한국 예능의 손실이다. 김제동, 김구라가 자신들의 기량과 강점이 방송에서 제한 없이 발현된다면 그만큼 한국 예능은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김구라 김제동, 두 예능 스타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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