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있는 시상, 시상식과 스타를 모두 죽인다!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최우수연기상이 뭘까요? 간단하지요. 한 해 동안 방송된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지요. 그렇다면 SBS <뿌리 깊은 나무> 한석규, KBS <공주의 남자> 박시후, MBC <최고의 사랑> 차승원, KBS <브레인> 신하균, MBC <해를 품은 달> 김수현 중 누가 제일 연기를 잘 한 걸까요?

아마 시청자나 전문가들 상당수는 이들이 연기를 잘해 서열화하기 힘들지만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뿌리 깊은 나무>의 한석규와 <브레인>의 신하균 중 한 사람을 첫 손가락에 꼽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최고의 사랑>의 차승원, <공주의 남자>의 박시후,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 순으로 순위를 매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더군요. 바로 지난 26일 열린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의 TV부문 심사위원들이었습니다. 백상예술대상 심사위원들은 상당수 시청자와 전문가들이 5명의 후보 중 최하위로 꼽은 김수현을 1위로 꼽아 TV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자상을 시상했습니다.

이것은 누가 봐도 문제 있는 시상이라고 생각됩니다. 48회 백상예술대상은 TV 14개 부문, 영화 11개 부문 등 모두 25개 부문의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TV부문 대상은 SBS <뿌리 깊은 나무>가, 영화부문은 <범죄와의 전쟁>이 차지했고 TV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최고의 사랑>의 공효진,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부러진 화살>의 안성기, 여자 최우수 연기상 영화 <댄싱퀸> 엄정화가 수상했습니다. 무난한 수상자 선정이라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아니 심사위원들만 제외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수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김수현의 TV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시상식 전체의 공정성과 권위마저 몰락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스타 김수현을 추락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대종상 대한민국영화대상 KBS, MBC, SBS 등 방송3사 연기대상, 백상예술대상, 대중문화예술상 등 대중문화 관련 시상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보하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상은 문화상품의 흥행으로 대변되는 상업성으로만 치닫는 문제와 부작용을 완화시키며 문화작품의 완성도나 문화적 의미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의미가 있습니다.

뿐만 대중성과 인기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는 연예계에서 연기력과 가창력이라는 연기자와 가수의 본질적인 실력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을 만들어 연예계와 대중문화계 그리고 대중문화의 질적인 발전을 도모해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대중문화상은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음악 등 문화상품과 연예인, 스타의 대한 품질과 실력을 인증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물론 대중문화상이 이 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의미가 살기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공정한 수상자 선정이 전제가 돼야합니다. 만약 잘못된 수상자 선정으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 대중문화상 역할은 고사하고 상의 권위의 몰락으로 대중의 비웃음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대중이 진정으로 수상한 스타나 사람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박수를 보내는 대신 비웃음과 비아냥 그리고 비난을 쏟아낼 것입니다.



“상이란 어떤 상이건 마땅히 받을만한 사람에게 주어져야지, 공정하지 않으면 그건 그 상을 타는 사람에게도 모욕이며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는 작가 김수현의 말처럼 공정하지 못한 상은 수상자에게 모욕을 초래하고 무엇보다 대중의 반감과 비난을 불러와 스타의 상품성와 대중성, 스타성이 추락하게 됩니다.
공정한 수상자 선정이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명쾌하고 쉬운 작업입니다. 주최 측과 심사위원들은 다른 것을 고려하거나 감안하지 않고 상의 타이틀에 부합하는 사람이나 작품을 선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최우수연기상의 경우, 정말 한 해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로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 연기자를 뽑으면 됩니다. 연기상의 가장 강력한 판단근거가 되는 연기력을 평가하는 부분은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매체 즉 영화, 연극, 텔레비전 드라마 연기 스타일이 다르고 캐릭터 연기 스타일 역시 캐릭터에 자신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유형과 캐릭터로 온전히 들어가는 유형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좋은 연기력의 연기자는 어떤 캐릭터에도 자신을 맞출 줄 알아야하고 모든 연기를 믿을만하고 자연스럽게 표출해 브라운관과 스크린 너머의 시청자와 관객에게 캐릭터의 진정성을 전달해주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러한 연기력을 평가하는 기준요소로 표정, 목소리, 몸짓, 신체의 자세, 신체의 운동으로 캐릭터를 잘 창조하고 재현하는지 여부, 대사의 전달을 위한 뛰어난 발성, 진실 되고 자연스러운 어조, 시청자와 관객을 흡인할 수 있는 배우와 캐릭터 매력 등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연기력의 평가기준으로 볼 때 한석규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기에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인간의 얼굴을 한 세종의 모습을 백성을 위한 문자창제를 둘러싸고 사대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기막히게 창조해냈습니다.

신하균 역시 <브레인>에서 30대 초반 신경외과 의사로 가난한 집안, 내세울 것 없는 가족, 그리고 아버지 죽음을 둘러싼 트라우마, 탐욕의 의사들과 경쟁 속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 등이 어우러진 상황을 이강훈이라는 캐릭터에 잘 살려냈지요.



한석규는 미세한 눈 움직임 하나에도 감정을 전달하는 정교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신하균은 배우로서 좋은 눈을 가져 카멜레온적인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한석규, 신하균 두 사람 모두 사건의 갈등과 대립적인 인물과의 대결의 폭이 큰데도 감정의 고저를 잘 조절하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습니다.

반면 <해를 품은 달> 김수현은 이훤이라는 캐릭터 창조에서 발성, 표정, 액션의 연기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발성과 연기의 세기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해 내밀하고 정교한 감정선을 살리지 못하고 대립의 갈등의 강도를 잘 드러내지도 못했습니다. <해를 품은 달>의 엄청난 인기와 이훤이라는 치명적일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으로 김수현의 문제 있는 연기력이 부각이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시청자와 전문가들이 한석규 신하균을 제치고 김수현에게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비판을 하는 것입니다. 최우수연기상 수상은 김수현의 연기력을 인증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수상으로 인해 김수현의 연기력의 문제점에 대한 적나라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의 수상 공정성 문제제기로 김수현의 스타성과 상품성, 대중성에 흠집이 생기고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잘못으로 김수현의 스타성이 추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은 최우수 연기상이 아니라 인기상이 더 어울리는 상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KBS,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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