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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말 맛
기사입력 :[ 2012-05-03 16:10 ]


- 브랜드 만들 때 준첩어 원리를 적용해본다면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참 야물딱지게도 달리네.’ 내 앞에서 뛰는 단구(短軀) 여인의 주법을 보고 떠올린 말이다.

이 말이 또 생각을 낳았다. 우리는 말맛을 살리려고 말꼬리에 변화를 많이 준다. ‘야물딱지게’에 들어간 ‘딱’도 그런 예다. ‘야무지다’에 ‘딱’을 넣어 딱부러진 맛을 가미했다. ‘철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면 ‘철’이 아니라 ‘철딱서니’가 없다고 말한다.

말맛의 잔치는 준첩어(準疊語)에서 가장 화려하게 펼쳐진다. 첩어는 겹치는 말이다. 겹겹이, 줄줄이, 찰랑찰랑, 두런두런처럼 의태어와 의성어에 많다. 준첩어는 첩어에서 한 글자가 바뀐 단어를 가리킨다. 준첩어는 첩어보다 한결 세련된 느김을 준다. 네 글자와 여섯 글자 준첩어를 몇 가지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가시버시 갈팡질팡 곰비임비 그나저나 그럭저럭
눈치코치 뒤죽박죽 들락날락 들쭉날쭉 아기자기
아등바등 아롱다롱 아리까리 아옹다옹 안달복달
알쏭달쏭 알콩달콩 애면글면 어리버리 억박적박
얼기설기 이나저나 이도저도 이런저런 흥청망청

곤드레만드레 미주알고주알 어중이떠중이
이현령비현령 흥이야항이야 휘뚜루마뚜루

세계 모든 언어에는 첩어가 있고, 준첩어도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영어에도 첩어와 준첩어가 있다. 첩어는 예를 들면 bling-bling(번쩍번쩍)이 있다. 준첩어는 okey-dokey(오케이) topsy-turvy(뒤죽박죽) hodge-podge(뒤범벅) roly-poly(오동통하다) wishy-washy(흐리멍덩하다) flip-flop(표변하다) dingle-dangle(대롱대롱) 같은 단어가 만들어졌다. 프랑스 단어로는 콤시콤사(comme ci, comme __), 그럭저럭이 있다.

영어 준첩어는 그러나 한국어만큼 풍부하지 않다. 논문 ‘국어준첩어의 음윤교체현상에 대하여’(김성열,1985)이 조사한 결과 우리말 사전에는 준첩어가 110여개 올라 있다. 영어 준첩어는 위에 열거한 7가지가 전부다. 독자께서 이밖에 준첩어를 발견해 알려주시면 사례하겠다.

밤하늘에는 별도 총총, 우리말에는 준첩어가 첩첩. 우리말과 가장 가까운 일본어도 비슷할까? 이인영 외국어대 일본어과 교수는 “한 논문에서 준첩어 14개를 예로 들었다”며 “일본어 준첩어는 우리말보다는 적은 듯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몇 가지 예로 とたばた 도타바타(우당탕), きくしやく기쿠샤쿠(딱딱하다), あたふた아타후타(허겁지겁) 등을 들었다.

기자는 결론에 과감하다. 나는 한국어는 세계 언어 중에 준첩어가 가장 많다는 잠정적인 가설을 이 글에서 세계 처음으로 제시한다.

우리말 준첩어는 계속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듬뿍담뿍 같은 낱말이 추가됐다. 아직 사전엔 오르지 못했지만, 북엇국집 이름이다. 브랜드를 만들 때 한번쯤 준첩어의 원리를 적용해봄 직하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안티이코노믹스><글은 논리다> 저자 smitten@naver.com


[사진=네이버 블로그 '원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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