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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장진, ‘월드 인베이젼’ 무너뜨릴까
기사입력 :[ 2011-03-22 13:26 ]


- 새로운 한주는 무주공산. 구 개봉작들 흥행 계속돼
- 3월25일~3월27일 예상박스오피스

[엔터미디어=오동진의 미리보는 박스오피스] 지난 주 예상 박스오피스 기사는 허점투성이, 오점투성이다. 왜 이렇게 시장상황을 모른담,이라는 핀잔을 들을 만 하다. 간신히 한가지 맞춘 것이 있다고 위안을 삼을 만한 일이 있다면 <킹스 스피치>가 아카데미 특수 효과로 인해 비교적 히트를 칠 것이라고 예상한 점이다. <킹스 스피치>는 개봉 첫주 누적관계 26만명선을 기록했다. 하지만 개봉관수는 385개로 비교적 많아 객석점유율이 그렇게 높게 나타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일종의 문예영화라면 문예영화로 인식될 수 있는 영국 전통 왕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정도라면, 향후 2~3주간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아카데미 시상식 ‘출신’ 작품인 <블랙 스완>이 여전히 300개 스크린을 웃돌며 15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킹스 스피치> 역시 그 뒤를, 적어도 반은 좇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블랙 스완>만큼은 아닐 것이다.

다소 의도적으로 기대와 희망을 품었던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는 속내로 예상했던 대로 흥행성적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아마도 임 감독 영화사상 역대로 이렇게 관객을 모으지 못하는 것도 드문 일일 것이다. 사람들이 자꾸 이 영화를 ‘한지 제작영화’로 생각하게 만든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마케팅을 한 장본인이 전주시였고, 이 영화는 전주시의 100% 지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물론 영화는 한지에 대한 얘기만이 아니다. 한지처럼, 세상의 모든 명품을 만드는 장인들의 예술세계를 그리는 영화다. 그건 임권택 본인의 얘기일 수도 있고 이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의 얘기일 수도 있다. 그만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좋은 향내가 배오 나오는 영화지만, 거기까지 느끼게 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다. 부디, 적은 수나마 오랫동안 극장가에서 남아 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월드 인베이젼>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것은, 그것이 외계의 것이든 그렇지 않든, 지금의 세계적 재난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일본에서는 지진과 원전 방사능 문제로 전국이 잿더미처럼 돼버렸다. 아프리카 리비아에서는 세계적 규모로의 확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인가에 의해 파괴돼 가는 시점에서, 그 무엇인가로부터 보호받고 또 우리 스스로 보호하는 길을 찾고자 하는 심정이 이 영화에 관객들을 쏠리게 하는 점이라고 한다면, 다소 과도한 분석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이번 주 역시 마찬가지다. <월드 인베이젼> 등 구 개봉작들이 더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는 이달 들어 가장 많은 편수의 영화들이 개봉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무려 13편이 뽑히고 있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소위 ‘듣도 보도 못한 영화’들도 상당수 차지한다.

<변절-반란의 시작>과 <패니 힐>, <실종:충격적 사실들>, <수영장> 그리고어린이 애니메이션 <지구대표 롤링스타즈> 등은 극장가에서 발품을 좀 팔아야 찾을 수 있는 영화들이 될 것이다. 이들 영화 외에도 방송 다큐멘터리로 이름을 알린 <아프리카의 눈물>을 비롯해 일본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태국 무술액션 <옹박:마지막 시선>, 청춘스타 박한별 등이 출연하는 한국영화 <마이 블랙 미니스커트> 등도 있다. <마이 블랙 미니스커트>는 한국영화임에도 개봉 전까지 정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 대신 눈여겨 볼 만한 영화는 네편 정도로 추려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멧 데이먼 주연의 영화 <히어 애프터>를 필두로 영국의 거장 마이크 리의 신작 <세상의 모든 계절>, 이란영화 <내 이름은 칸>이 뒤따른다. 한국영화로는 인기 감독 군에 속하는 장진 감독의 신작 <로맨틱 헤븐>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어떤 영화도 지금의 축 늘어진 듯, 그래서 활기를 띠지 못하는 흥행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는 기본적으로 매니아용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이후 거의 1년에 한편씩 영화를 내놓고 있지만 그의 올곧은 팬들만이 영화를 지키는 편이다. <그랜토리노>도 그랬다. <체인질링>, <우리가 꿈꾸는 기적:인빅터스>도 그랬다. 그는 절대적 거장이지만 흥행은 계속 하향세다. 이번 영화 <히어 애프터>도 전작들과 비슷한 운명을 겪을 것이다. <내 이름은 칸>은 정치적으로 매우 올바른 영화이고, 미국의 대 중동정책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 가를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수많은 영화 속에 ‘파묻힐’ 영화다. 단관 수준이어도 오래 버티기를 했으면 좋겠다 싶은 영화지만 냉혹한 시장이 얼마나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세상의 모든 계절>은 원제가 <어너더 이어>다. 칸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 일색이었지만 사람들은 마이크 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영화 역시 시장에서 끝까지 잘 버티기를 희망할 뿐이다.

문제는 장진 감독의 작품인데, 장진‘식’ 영화라는 점에서 흥행 기대치가 높은 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사회 등 영화를 공개하고 나서 분위기가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이야기꾼으로서 ‘번뜩이고’ ‘휘날리는’ 재주를 지닌 장진 감독의 작품치고 다소 범작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진의 영화까지 이렇다면 3월 마지막주로 가는 이번 주는 무주공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월드 인베이젼> <그대를 사랑합니다> <블랙 스완> 등 구작의 흥행행렬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사진=영화 ‘로맨틱 헤븐’, ‘킹스 스피치’, ‘월드 인베이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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