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도전>, 조속한 방송재개보다 더 중요한 것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파업이 끝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20대 친구를 만나 고민을 들어보는 거예요. 대한민국 5,000만 모든 국민이 가슴에 화를 안고 있는 것 같은데, 그 화를 어떻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지난 3월 4일자 한겨레신문 ‘조국의 만남’에서 앞으로 무엇에 도전하고 싶으냐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질문에 대한 MBC 김태호 PD의 대답이다. MBC 노조가 지난 1월30일 공정방송 요구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한지 8일로 100일째에 접어들었다. MBC파업사상 최장 기간의 파업이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태호 PD가 연출하는 <무한도전>도 14주째 결방됐다.

<무한도전>을 보는 시청자들 상당수는 “<무한도전>을 너무 보고 싶지만 파업의 이유에 공감하기 때문에 파업 끝날 때까지 참겠다” “파업이 빨리 끝나 <무한도전>이 조속하게 재개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강렬하게 피력하고 있다. 물론 파업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시청자는 파업을 풀고 <무한도전>을 즉각 재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 시청자는 파업 자체에 관심이 없기도 하다.

그런데 시청자의 의식과 태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사의 파업은 시청자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방송의 진정한 주인이자 방송의 존폐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공정한 방송에서부터 질 좋은 프로그램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작금의 MBC 방송은 어떤가. 뉴스 프로그램은 완전히 절단 나 보도 프로그램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이고 상당수 예능 프로그램은 재탕으로 일관하고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마저 방송사고가 일어나는 등 나날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등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 역시 망신창이가 되고 있다. 겨우 방송시간을 땜질하고 있는 식이다.

기자, PD, 아나운서를 포함한 언론인에게 있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은 아마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할 것들, 알리고 싶은 것들, 만들고 싶은 것들을 정치권력으로 인해 그리고 경제 권력으로 인해 제한받을 때다. 심지어 보도 하고 싶은 것, 제작하고 싶은 것을 부당하게 저지당했을 때 좌절감은 물론 언론인으로서의 존재감 자체를 상실하는 가장 큰 고통을 안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기자와 PD들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해 건강한 사회를 견인해야한다는 언론에게 부여된 의무를 망각한 채 권력의 안내견 더 나아가 권력의 응원단이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MBC 노조가 지난 1월30일 공정방송 요구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돌입한 파업 역시 이 같은 언론과 언론인의 의무․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 역시 “언론으로서 마땅히 다루어야 할 것을 못하게 하고, 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억압하려 하고 있어요” 라며 파업 동참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MBC를 시청해온 수많은 시청자들 역시 김태호 PD가 밝힌 파업의 이유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글이 아름답고 매끄러워도 소용없다. 해를 해라고 쓰고 달을 달이라고 써야만 명문이 된다. 해를 달이라고 쓰고 달을 해라고 쓴 글은 아무리 다듬어졌더라도 명문이 될 수 없다. 그것이 나의 문장론의 알파이며 오메가이다”라는 김중배 전MBC사장의 글에서 오늘의 MBC 파업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시청자들이 기자나 PD 등 언론인들이 해를 해라고 하려는데 못하게 하는 제도, 세력, 관계자에 대해 단호하게 퇴출명령을 내리면 된다.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가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시청자의 침묵은 짧게는 <무한도전>의 재탕을 계속 봐야하는 상황을 계속 유지시키고 길게는 해를 달이라고 하는 방송을 시청해야하는 상황을 영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파업이 조속히 끝나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국민의 화를 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수많은 시청자는 김태호 PD에게 국민의 화를 풀 기회를 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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