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재․패티김이 일깨워준 스타의 진정한 가치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스타는 누구일까. 인기와 흥행성, 끼, 외모, 실력(가창력, 연기력),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가지는 연예인을 일반적으로 스타라고 지칭한다. 스타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 소비를 창출하는 묻지마 팬을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사회와 시대, 대중에게 소구하는 이미지를 견지하고 대중의 세계관 등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서 ‘스타’는 조금만 인기가 있으면 붙여지는 흔해 빠진 수식어로 전락해 스타라는 수식어의 진정한 가치를 담보하는 연예인을 찾기란 참으로 힘들다. 기획사의 막강한 마케팅과 대중매체의 열렬한 지원 아래 높은 인기를 얻지만 실력 즉 연기력이나 가창력이 부족해 진정한 스타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말뿐인 스타들이 부지기수다. 그리고 스타에 자리에 올랐지만 자신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자존감을 지키지 못해 초라하게 추락하는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

‘스타’라는 수식어가 결코 허언(虛言)이 아닌 그 수식어의 진정성을 담보한 두 명의 스타가 있다. 56년째 연기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연극,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순재(76)와 54년째 최고의 가수로 최상의 공연을 펼쳐왔던 패티 김(74)이 바로 그들이다.

두 스타가 최근 다시 한 번 대중에게 스타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운 면모를 일깨워줬다. 이순재와 패티김 두 스타의 행보는 이제 연예계를 넘어 대중에게 조차 하나의 의미 있는 사표(師表)로 다가간다.

최근 상연된 연극 <아버지>에서 공연도중 세트에 부딪혀 많은 피가 흘렀다. 함께 공연하던 연기자들은 연극을 중단하고 흐르는 피를 닦아주려 했지만 연극의 흐름과 관객의 몰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부상을 당한 채 연극을 끝까지 마쳤다. 이순재다. 이순재와 함께 이연극에 출연했던 후배 연기자 정선아는 “오늘(4월22일) 피가 줄줄 흐르는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공연을 마치신 이순재 선생님. 아직까지도 심장이 덜덜 떨린다. 커튼콜 뒤 선생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내 심장에 영원히 머물 것 같다”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연극 때 부상당한 눈으로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 열연을 펼쳐 수많은 시청자에게 숙연한 감동을 줬다.

“연기자가 어떤 상황에서도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은 관객과 시청자에게 한 어길 수 없는 약속이다.” 지난 2008년 모친상을 당한 당일 공연예정이었던 연극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연극을 마친 뒤 빈소로 돌아간 이유를 묻자 이순재로부터 돌아온 대답이었다.

최근 전격 은퇴선언을 발표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던 슈퍼스타 패티 김은 50년 넘게 무대에 섰지만 여전히 떨린다며 공연 3시간 전에는 밥도 먹지 않고 무대에 대비한다고 했다. 최선의 노래와 무대를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이 패티 김의 대중에게 대한 단 하나의 소임이라고 했다.

“나는 무대에 설 때 권투선수 같은 기분으로 선다. 무대는 내 링이다. 권투선수들이 링에 오르면 3분이 주어진다. 3분 내에 KO를 시키느냐 혹은 당하느냐가 정해지고 쉰다. 노래도 3~4분이다. 그 노래 한 곡에 내가 저 사람들을 KO시켜서 내 사람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사람들에게 당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마음으로 항상 무대에 선다” 지난 7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 패티 김이 한 말이다. 노래 하나에 죽기 살기로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고 했다.



이순재는 56년 동안 혼신을 다하는 최선의 연기로, 패티 김은 54년간 영혼과 열정을 담은 최상의 노래로 그들을 있게 해준 대중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대중은 이들의 연기에, 노래에 혼이 담겨 있고 그래서 무한 감동을 받는다고 평가한다.

“드라마 현장에서 먼저 촬영을 요구하는 등 단 한 번도 특별 대우를 바라지 않았다. 촬영장에 가면 나는 한사람의 연기자 중 한사람일 뿐이다”는 이순재와 “무대는 대충이란 있을 수 없다. 대중이 만족하지 못하고 내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면 그 공연은 실패다. 실패하는 공연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연습밖에 없다”는 패티 김. 이 두 스타는 활동무대는 다르지만 자신을 있게 해준 대중을 하늘처럼 떠받들며 늘 최상의 연기와 음악을 선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너무 많이 닮았다.

또한 두 스타의 유사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스타로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은퇴에 대한 입장이다. 수많은 스타들이 진정 물러날 때를 몰라 대중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고 추악하게 몰락하고 있다. 하지만 패티 김과 이순재의 은퇴에 대한 생각에는 자존감 있는 스타의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와이의 저녁노을을 바라보는데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고 황홀했다. 서서히 햇빛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저 노을처럼 모두의 기억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자고 결심했다”는 패티 김은 “옛날과 똑같이 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 지금도 1974년에 발표한 ‘사랑은 영원히’라는 곡의 고음을 원키로 부르고 있다. 고음을 완벽히 부를 수 있을 때 떠나고 싶었다”고 최근 선언한 은퇴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그녀는 덧붙였다. “언제 은퇴했는지 모르게 서서히 사라지고 잊혀 지는 것은 패티김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대사 암기력에 문제가 생겨 NG를 반복적으로 내면 그때가 은퇴할 시기다. 나의 문제로 다른 연기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제까지 연기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한 이순재의 단호한 대답이다.

진정한 스타라고 대중이 평가하는 패티 김은 26일 경북 안동 공연을 시작으로 데뷔 55주년을 맞는 내년까지 가수인생을 마무리 짓는 은퇴기념 투어 <이별콘서트>를 끝으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대중 곁을 떠날 예정이다. 그리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이 시대 최고의 연기자, 이순재는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연극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순재와 패티 김, 이 두 거성(巨星)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대중문화 지평은 확대됐고 대중은 감동과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향후의 의미있는 좌표를 삼을 수 있게 됐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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