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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2>, 女아이돌이 기쁨조인가
기사입력 :[ 2012-05-11 13:01 ]


- <청춘불패2>, <무한도전>의 규칙을 차용하라

[엔터미디어=듀나의 TV낙서판] “도대체 왜 <청춘불패>를 보나요?”라고 누군가가 물어서, “습관이죠.”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왜 <청춘불패>라는 시리즈를 따라가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되지 못한다.

도대체 왜 시작했을까? 그건 나에게 이런 여성 멤버 위주의 버라이어티 쇼에 대한 끊을 수 없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혹시 앨리슨 벡델이라는 미국 만화가를 아시려나 모르겠다. 이 사람은 만화가로도 유명하지만 (기회가 되면 <재미난 집>을 한 번 도서관에서 찾아보시기 바란다) 벡델 테스트라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벡델 테스트는 할리우드 영화 세계에서 여성 캐릭터가 활용되는 방식을 저울질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1)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같이 나오는 장면이 있어야 하며, (2) 그 장면 안에서 둘이 서로에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3) 그 소재가 남자가 아닌 다른 것이어야 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여러분이 알면 놀랄 것이다. 남자들로 바꾸면 당연한 상황들이 여자들에게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여자 주인공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연애를 하지 않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나는 이게 비정상인 게 오히려 이상하다. 보통 사람들에게 연애는 드라마나 영화가 주장하는 것처럼 중요하지 않으며, 세상에는 신경 쓰고 집중해야 할 다른 일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과연 사람들이 그렇게 드라마에서 로맨스를 원하긴 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과 관객들이 그렇다고 서로에게 최면을 건 건 아닐까? 그 과정 중 수많은 이야기 재료들이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 실제로 내가 최근에 본 몇몇 드라마들에서 연애는 그냥 장애였을 뿐, 스토리 전개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고, 시청자들도 그걸 알았다.

<청춘불패>와 같은 여성 멤버 위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도 비슷한 것이다. 나는 여자 멤버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이 연애가 아닌 다른 것을 열심히 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 이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이런 멤버 구성의 프로그램에서는 이럴 때가 가장 재미있다. 여러분은 이를 실생활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비슷한 나이의 한 무리 여자애들이 가장 재미있을 때는 남자들에게 신경 쓰지 않을 때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때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는 성을 바꾸어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에서도 여성 게스트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대부분 낮은 평가를 받는다. 이는 성적 질투와는 별 관계가 없다. <무한도전>의 팬들은 성비가 비교적 고르기 때문이다. 여성 게스트가 등장하는 순간 남자들은 익숙한 패턴에 빠지며 행동을 제한한다. 말 그대로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여성 게스트들이 재미있는 경우는 그들이 ‘여자’처럼 굴지 않고 남자들 역시 그들을 ‘여자’로 취급하지 않을 때이다. 그렇다면 왜 이 규칙을 <청춘불패>에 적용하지 않는가. 어차피 역학 관계는 똑같다. 여성 멤버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면 여성 주도로, 여자들의 이야기로 만들라.



이는 이야기의 보고이다. 소위 말하는 아이돌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을 커버하는데, 이 나이 또래 여성들의 모임은 엄청난 에너지와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이건 심심하지는 않다. 이들을 똑바로 보고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온갖 재료들이 다 생길 수 있다. 사실 많은 걸그룹들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겉으로 드러나며 소비되는 예쁘장함이나 섹시함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룹 내의 역학관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이다.

그런데 <청춘불패 2>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이해할 능력이 없는 것 같다. 2시즌 초반에 자그마치 세 명이나 되는 ‘삼촌팬’을 진행자로 투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은 한 무리의 젊은 여자들을 모아놓으면 당연히 그것을 남자들, 그것도 아저씨의 눈으로 봐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시선을 고정해놓아야 그들은 그 때서야 이야기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요새 한국 연예계에서 ‘삼촌팬들’처럼 과하게 부풀려진 존재는 없다. 물론 젊은 아이돌 여자아이들의 팬질을 하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은 많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팬덤 안에서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게 비중이 큰가? 그들에게 아부하면 앨범이라도 몇 장 더 팔리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심지어 걸그룹의 경우에도, 언니팬들이나 이모팬들이 더 힘도 세고 비중도 크다. 이런 식으로 아이돌들의 팬질을 집중적으로 하는 쪽은 대부분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건 모두가 안다. 남자 아이돌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모두가 삼촌팬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며 그것이 일종의 의무가 된다.

그 이유는 하나뿐이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은 젊은 여자 연예인들은 나라의 기둥을 짊어진 나이 지긋한 남자들의 기쁨조로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보다. 당연히 이 한심한 ‘삼촌팬’ 프레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종류 걸그룹 프로그램의 최악은 괴롭기 짝이 없었던 <꽃다발>이다. 젊은 여자 연예인들을 나이 지긋한 패널들 앞에 세워놓고 재롱을 떨라고 협박하는 걸 구경하는 게 오락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자체가 그들이 자기가 만든 프레임 안에 얼마나 함몰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청춘불패 2>가 시간대를 옮긴 뒤 ‘삼촌팬’ 두 명을 정리하고 김신영을 끌어들였을 때, 나는 그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삼촌팬’ 프레임은 흐릿해졌고 김신영은 그 나이 또래 여자애들과 비교적 잘 어울리는 진행자다. 하지만 기대는 잠시. 지금 <청춘불패 2>는 심지어 바닥을 쳤다고 믿었던 몇 주 전보다 못하다. 어떻게 이렇게 바닥을 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땅굴을 팔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얼핏 보면, 가장 큰 문제점은 심야 안전지대에서 보호받았던 공익 교양 오락물에서 시청률을 신경 써야 하는 오락물로 변하면서, 지나치게 쉬운 길을 택했다는 데에 있다. 이들은 게임을 도입했고, 매주 게스트를 불렀으며, 가학적인 벌칙을 마련했다. 이러면 ‘맨날 일만 하는’ <청춘불패>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이 프로그램의 성격과 개성을 구축하는 데에 도대체 어떤 도움이 되는가? 게임은 바쁜 아이돌들을 부르지 않아도, 꼭 대부도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무나 불러 스튜디오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바쁜 아이돌들을 대부도까지 데려가 그 안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게스트는 재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게스트는 캐릭터 구축이 되어 있을 때 조미료 맛을 내기 위해 가끔 불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청춘불패 2>는 게스트 뒷바라지를 하느라, 아직까지 멤버 캐릭터 구축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청개구리처럼 최악으로 지적되는 것만 골라서 하는 셈이다.

여기서 다시 <청춘불패> 1시즌을 돌이켜보자. 엄청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완전한 성공작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만의 분명한 성격이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무시할 수 없는 성과도 있었다. 그건 <청춘불패>를 기획한 사람들이 뭔가 독창적이고 엄청난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청춘불패>에서 제작진이 일부러 집어넣고 만들었던 것 대부분(특히 게스트!)은 시리즈의 재미에 별다른 도움도 되지 않았다.

시리즈의 재미는 그들이 방치해둔 빈 틈 안에서 멤버들 스스로가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찾아내고 무대가 되는 유치리 안에 자신들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나왔다. 아저씨 냄새 풀풀 풍기는 촌스럽고 진부한 기획의 시리즈를 거기까지 끌고 간 건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친교의 힘이었다.

<청춘불패 2>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잘라내고 최악의 것만 남겨놓았다. 아이들은 게임하고 벌칙 받느라 바쁘고 대부도는 그냥 사라져버렸다. <청춘불패> 브랜드를 정의하는 모든 것이 파괴된 것이다. 슬슬 과연 이 프로그램이 올바른 사람의 손에 있는지 의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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