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성상납…연예인이 뭐길래?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 어쩌다 ‘연예인 지망생’ 연관검색어가 ‘성폭행’ 됐나!

또 터졌습니다.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에 ‘성추행’, ‘성폭행’, ‘성상납’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이제 조건반사식으로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을 떠올립니다. 맞습니다. ‘또’ 라는 수식어의 내용은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입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5월 8일 연예인이 되겠다며 연예기획사를 찾은 연예인 지망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획사 대표 박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0월 가수 지망생(20)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 지망생 6명으로부터 보증금 명목으로 1인당 200만원에서 2000만 원씩 대출을 받게 해 55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박씨의 친척인 조직폭력배 A모씨도 여성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또”라는 대중의 반응이 채 식기도 전에 서울용산경찰서는 5월 9일 브리핑을 통해 연예인 고영욱이 지난 3월 30일 자신의 오피스텔에 연예인 지망생 미성년자 A씨(18)를 불러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술을 먹인 뒤 강간한 혐의와, 지난 4월 5일 같은 장소로 A씨를 데려와 간음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영욱은 경찰이 주장하는 성폭행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미성년 연예인 지망생과의 성관계 부분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4월 13일 유명기획사 대표 장모씨가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한 연습생 등 연예인 지망생과 신인연기자 등 11명을 집단성폭행 한 혐의로 구속돼 엄청난 충격을 준 데이어 장씨와 친분이 있던 30대 가수 A씨도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리고 이어 tvN 주부 노래 오디션 ‘슈퍼디바 2012’에 출연한 이모씨가 14년 전 가수로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었지만 소속사 관계자가 성상납을 요구해 힘든 시절을 보냈다는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이제 “연예인을 시켜주겠다” “연예인으로 성공시켜주겠다”며 신인 연예인과 연습생,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성추행, 성폭행, 성상납 등 추악한 성범죄는 이제 대중의 뇌리에 흔한 일로 자리 잡을 정도입니다. 어쩌다 연예인 연습생 혹은 지망생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성추행, 성폭행, 성상납이 뜨는 지경까지 이르렀을까요.



◆ 대한민국은 연예인지망생 공화국, 그 현실은?

도대체 연예인이 뭐길래 이처럼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오랫동안 끊임없이 벌어지는 걸까요. 연예인은 어린이 청소년이 되고 싶은 희망 직업 1순위에 오른 지 이미 오래입니다. ‘슈퍼스타K3’라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우리 인구의 4%에 달하는 200만명 가까이가 참가 신청을 하고 연습생을 뽑는 유명 연예기획사 오디션 경쟁률이 1만대 1에 달해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대학의 실용음악과 연극영과는 50~500대 1의 경쟁률로 대학 내 최고 입학 경쟁률을 보이고 매년 방송연예과, 연극영화과 등 연예관련 학과 학생들이 1만여명씩 쏟아져나옵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연예인 지망생의 상당수가 연예인 특성과 연예계 현실, 그리고 대중문화 시장규모 등을 제대로 파악한 뒤 자신의 적성과 실력, 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연예계를 지망하기 보다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가 집중조명 하는 화려한 스타의 일면만을 보고 연예계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개성을 살릴 수 있고 대중의 조명을 받는 등 화려하고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 연예인이 되고자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스타가 될 수 없는 연예계 특수한 상황’이 수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을 연예계로 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연예계는 실력만 있으면 스타가 되는 스포츠계와 달리 마케팅, 이미지 조작, 운, 기회, 시대적 트렌드, 외모, 실력 등 등 유명 연예인과 스타가 되는데 다양한 변수가 작용합니다.

연예계에선 실력만 있다고 무조건 스타가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변수와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나보다 외모나 끼, 실력이 떨어진 저 사람도 스타가 되는데”라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이것이 일정정도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을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돈을 잘 벌고 화려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연예계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해에 드라마나 영화 한편 출연하지 못해 생계 위협에 시달리는 연기자들이 부지기수이고 음반을 내도 팔리지 않고 무대에 설 기회조차 힘들어 주린 배를 움켜쥐는 가수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물론 연예계 진출 자체가 매우 힘들지요. 오랜 기간 연기나 음악에 대해 교육받고 훈련을 해도 연예인으로 데뷔조차 못하는 사람이 엄청납니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홍수를 이루지만 이들을 수요 하는 방송, 영화, 무대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연예인 지망생 공급은 넘쳐나지만 이들에게 제공되는 기회는 너무나 한정돼 있기에 연예인이 되는 것 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 왜 연예인 지망생 대상 범죄 근절되지 않나?

1990년대 들어 연예기획사가 연예인 자원 발굴에서 교육, 데뷔, 관리까지 스타 시스템의 주체로 자리 잡으면서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연예기획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연예기획사는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범법자에서부터 연예산업에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까지 어중이 떠중이 모두 할 수 있습니다.

체계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연예 전문가와 발굴, 교육시스템을 갖춘 연예기획사는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상당수가 영세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유명 기획사 조차 철저하게 공개적이고 투명한 교육시스템이나 운영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무소불위의 절대적 힘을 가진 기획사 대표의 폭행 등 불법적 행태가 자행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영화나 드라마 등 캐스팅 시스템이 후진적인데다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 이다 보니 실력보다는 인맥이나 특정 기획사 소속 유무가 캐스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연예인 등용문 채널 역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실력 있는 연예인 지망생들조차 출연기회를 잡기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과 이유로 일부 연예인 지망생들은 몸과 돈을 주고라도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기회를 잡으려는 그릇된 인식과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넘쳐나는 무자격 연예산업 종사자들은 절박한 연예인 지망생의 꿈을 악용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우월적 지위를 갖는 연예기획사 대표 중 일부는 신인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일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인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정부나 국회, 그리고 관련단체들의 무대책도 연예인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근절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충격적인 사건이 또 일어나자 문화관광부 등에선 발 빠르게 ‘연예매니지먼트산업 선진화방안’을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충격적인 성범죄 등이 일어나고 여론이 들끓으면 정부나 국회에선 대책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2009년 3월7일 술접대, 성상납 강요, 폭행 등 한국 연예계 병폐를 적시한 충격적 문건과 함께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는 한 많은 절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장자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화관광부, 국회에선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발표만 했을 뿐 법과 제도마련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무성의한 정부 대책 역시 연예인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추악한 범죄를 근절시키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연예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법과 제도의 보완, 불법적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범법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연예산업 강력퇴출 외에 연예인 과잉 공급의 문제에 대한 개선, 연예인과 연예계에 대한 지망생들의 체계적인 교육실시, 일부 연예인 지망생과 연예인, 그리고 연예계 종사자, 연예인 수요자의 일그러진 인식의 전환이 뒤따라야만이 끊이지 않는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추악한 범죄를 근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연예인’이라는 단어의 연관검색어로 ‘성폭행’‘성추행’‘성상납’이라는 범죄 용어가 뜨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연예인이 되고 아이돌을 꿈꾸는 지망생과 연습생이라면 대부분 성 상납을 고민합니다”라고 말하며 힘겨워하는 한 10대 연예인 지망생의 고민도 사라질 겁니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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