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건에 대한 기대와 우려, 왜 그런 것일까?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장동건이 돌아왔다. 그를 연기자로 그리고 스타로 만들어준 TV 드라마에 12년 만에 복귀하는 것이다. 2000년 <이브의 모든 것> 이후 충무로로 건너가 영화에 전념하며 오롯이 영화 배우로만 살았던 장동건이 5월 26일부터 방송되는 SBS <신사의 품격>으로 탤런트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12년 사이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 드라마 제작환경에서부터 연기자로서 장동건의 위상과 자연인으로서의 장동건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이브의 모든 것>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장동건은 20대였고 미혼이었다. 당시 “열심히 하겠다”며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하던 장동건은 이제 국내외 높은 인기를 얻은 스타이자 40대 기혼,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당일치기식 열악한 제작환경은 개선되지 않았지만 촬영기기, 영상기술 등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스태프의 낮은 인건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스타들의 출연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았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자의 인식과 드라마에 대한 평가, 반응 양태도 크게 변했다. 가장 큰 시청자의 변화는 스타가 출연했다고 ‘묻지마 시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라마 스토리의 독창성, 내러티브의 개연성, 연기자의 연기력, 편집과 영상의 완성도 등 다양한 드라마적 요소들을 냉정하게 평가한 뒤 드라마를 선택,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발달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시청자들의 인식변화로 단순히 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끝내는 수동적 시청자가 아닌 드라마 평가에서부터 연기자의 연기력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능동적 시청자들이 급증했다.

시시각각 드라마나 연기자들에 대한 수많은 반응과 평가들이 시청자 게시판에서부터 관련 기사의 댓글에 이르기까지 홍수를 이룬다. 과거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의 이미지나 평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쳤던 일부 대중매체의 보도는 시청자로 대변되는 수많은 집단지성의 힘 앞에서 예전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환경의 변화는 12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장동건에 대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나 반응을 초래할 수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방송된 <아테나>로 1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스타 정우성은 캐릭터 소화력에서부터 연기력에 이르기까지 연기자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시청자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반면 <뿌리 깊은 나무>로 16년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한석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종이라는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진정성 있는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으며 SBS 연기대상까지 수상하는 성공적인 드라마 복귀를 했다.



오랜만에 복귀한 정우성과 한석규에 대한 이 같은 시청자의 양극단의 평가와 반응의 준거점은 연기자의 스타성이 아니라 연기력과 캐릭터 창출력 및 소화력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동건은 톱스타다. 그리고 12년만에 복귀하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파리의 연인>에서 <시크릿 가든>에 이르기까지 근래 들어 최고의 히트 드라마 행진을 펼치는 김은숙 작가-신우철PD, 스타 콤비의 작품이다. 거기에 김하늘, 김수로 등 함께 출연하는 연기자 또한 호화 출연진이다.

이 때문에 장동건과 주연으로 나서는 <신사의 품격>은 방송 전부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방송 전 열띤 관심은 방송 후 돌변할 수 있다. 더 뜨거운 열기의 반응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비판과 비난, 외면으로 반전될 수도 있다. 장동건의 12년만의 드라마 복귀에 대한 시청자의 열기와 냉기를 좌우하는 것은 순전히 <신사의 품격>의 드라마적 재미와 완성도 그리고 장동건 등 연기자의 연기력 등이다.

특히 시청자의 눈길을 강력하게 사로잡고 있는 주연 장동건이 어떠한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승패에서부터 장동건 이라는 스타의 상품성 상승과 하락 여부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며 중년에 접어든 남녀들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문양의 사랑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신사의 품격>에서 독설과 까칠한 성격을 가진 건축가 김도진 역을 맡아 12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장동건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한다.



왜 그런 것일까. 장동건은 1992년 MBC 탤런트 공채로 연기자로 나선 뒤 1993년 <우리들의 천국>을 통해 청춘스타로 비상한 후 1994년 트렌디 드라마 <마지막 승부>로 최고 인기 스타로 부상했다. 연기자로 데뷔한지 2년 만에 그 누구도 이의 제기 할 수 없는 빼어난 외모와 출연한 트렌디 드라마의 성공,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해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 연기자로서 성공을 발판으로 충무로에 진출해 1997년 <홀리데이 인 서울> 등으로 영화배우로서 발을 디뎠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연기자로서 한 단계 도약했고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흥행배우로서 면모도 굳혔다. 한류스타답게 할리우드 진출, 한중프로젝트 영화 출연 등 활동의 영역도 넓혔다.

하지만 톱스타 장동건도 약점이 있다. 이 약점 때문에 12년 만에 복귀하는 드라마에서의 장동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존재 하는 것이다. 장동건은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배역에서 스타 장동건이라는 강렬한 존재감이 배어 있어 시청자나 관객들이 캐릭터 몰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대중에게 인정받고 환호를 이끈 스타성에 비해 연기력은 일정부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개봉 전 최대 관심작으로 화제를 모았다가 흥행 참패뿐만 아니라 작품성에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던 대작 <마이웨이>는 스타 장동건의 연기력에 대한 현주소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감정과 내면연기에서부터 연기의 세기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문제점을 보여 장동건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마이웨이>에서 캐릭터 준식보다는 스타 장동건만 보였다고 말하는 관객이 많은 것은 장동건의 연기력의 실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장동건이 2000년 <이브의 모든 것>에 출연할 때와 2012년 <신사의 품격>이 방송되는 현재의 상황은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인터넷과 디지털기기의 발전 그리고 수용자의 수준과 인식의 변화로 인해 전국민의 연예기자화, 시청자의 비평가화가 진척된 2012년 오늘은 연기자에 대한 평가나 반응은 본질적이고 냉정하게 그리고 다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타라는 이유로 결코 부족한 연기력이 용인하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는다.

12년 만에 복귀한 장동건은 과연 어떠한 성적표를 거두게 될까. 한석규의 드라마 복귀의 영광을 이을까, 아니면 정우성의 실패를 재현하게 될까. 수많은 시청자의 관심사중 하나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화앤담픽처스, CJ엔터테인먼트,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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