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정 은퇴 9개월’ 강호동, 공백이 전혀 없다고?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최고 MC, 그것도 토크쇼의 명진행자로 평가받았던 주병진이 방송 6개월만에 MBC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에서 전격하차 한다. 토크쇼의 황제라는 명성을 가진 주병진은 12년만에 방송에 복귀해 지난해 12월 1일 첫 방송된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의 진행자로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변화된 대중의 취향과 예능 트렌드, 토크쇼의 진화를 담보하지 못한데다 이전의 모습에서 진일보한 차별화된 면모를 보이지 못해 방송 내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여기에 수시로 코너나 포맷이 바뀌며 토크쇼의 성격과 방향조차 상실한 뒤 2%대라는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그리고 토크쇼의 황제는 씁쓸하게 퇴장을 결정했다. 주병진은 지난 5월 21일 자진하차를 공식발표하면서 “MBC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를 그만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아껴주신 시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는 앞으로 새로운 방송환경과 시청자들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연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라는 하차 입장을 밝혔다.

주병진의 쓸쓸한 퇴장과 새로운 기대를 모으며 출발했던 톱스타 고현정이 나서고 있는 SBS <고쇼>의 의외의 고전, 그리고 KBS, MBC, SBS 방송 3사의 10여개의 토크쇼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침체를 보면서 퍼스낼러티 토크쇼와 집단 토크쇼의 진화를 이끌어왔던 강호동의 부재를 절감하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호동의 부재가 토크쇼의 침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기도 하고 일부 시청자들은 토크쇼의 난조와 일부 유명 진행자의 낮은 관심과 중도하차는 강호동의 진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강호동이 지난해 9월 잠정 은퇴선언을 하며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시청률에 대한 변동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강호동의 공백이 크지 않다는 단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강호동의 공백과 부재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 하락과 예능 프로그램의 완성도 저하, 그리고 유재석 등 일부 예능 톱스타의 인기 감소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MBC <무릎팍 도사>와 SBS <강심장>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토크쇼에선 강호동의 공백은 크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부재가 악영향을 미쳤다.

토크쇼의 승부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게스트, 토크내용, 토크 전달방식 그리고 진행자다. 특히 진행자는 게스트, 토크내용, 토크 전달방식 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토크쇼의 성격과 반응을 결정짓는 핵심 인자다. 뿐만 아니라 진행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대중의 취향과 기호, 예능과 토크쇼의 트렌드 등을 철저히 연구하고 대비해 토크쇼의 진화와 확장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



최근 들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토크쇼의 침체는 토크내용의 진정성 상실에서부터 천편일률적인 연예인 게스트, 구태의연한 토크 전달방식, 토크 내용은 없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토크방식 부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토크쇼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예능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나가는 진행자의 문제 역시 토크쇼 침체를 초래했다.

천하의 주병진이라고 할지라도 토크쇼 진행자로 복귀하며 대중의 취향과 기호, 변화된 예능 트렌드와 토크쇼 코드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했기에 토크쇼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노출시켰고 이것이 결국 시청자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저는 앞으로 새로운 방송환경과 시청자들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연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주병진의 하차 소감에 바로 복귀 실패의 이유가 숨어 있다. 단순히 착한 토크쇼의 콘셉트와 점잖은 말투로는 12년 전과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이는 요즘 시청자의 귀와 눈을 붙잡지 못한다.

오디션 형식이라는 독특한 토크 방식만으로도 <고쇼>가 눈길을 끄는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고현정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토크쇼 MC로서 개성과 토크쇼을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멘트와 진행 스타일이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고쇼>가 기대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주병진이나 고현정 뿐만 아니다. 집단 토크쇼 MC든 퍼스낼러티 토크쇼 MC든 토크쇼의 진행자 상당수는 토크쇼를 완벽하게 장악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끌어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게스트, 토크내용, 토크 방식을 제대로 살려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토크쇼의 진화는 고사하고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세출의 토크쇼 진행자 강호동의 존재를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강호동은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다른 진행자와 차별화된 진행 스타일과 개성 그리고 토크쇼의 프로그램의 지형을 확장하는 진행자 역할을 개척하며 예능의 진화를 선도해왔다.

강호동이 토크쇼 진행자로서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출연 게스트와 토크 내용에 따라 어투, 개그와 멘트의 비율, 밀고 당기는 강약 등을 조절하면서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토크내용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흥미나 볼거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와 힘을 바탕으로 한 강한 진행 스타일을 견지하면서도 분위기나 게스트에 따라 부드럽고 웃기는 진행 스타일 등 다양한 진행 스타일을 동원해 토크쇼 프로그램을 일사분란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이끌 뿐만 아니라 게스트들이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진행자로서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이나 예능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멘트 개발에서부터 몸개그, 그리고 진행 스타일을 늘 선도적으로 체화해 프로그램에 적용하며 매너리즘이나 진부함을 털어냈다. 대부분의 토크쇼가 출연자의 칭찬으로 일관하는 주례사 토크쇼로 전락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즈음 강호동은 <무릎팍 도사>를 통해 출연자를 찬사로 일관하는 주례사 토크쇼를 과감하게 버리고 직설과 우회의 어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시청자가 정말 알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이끌어낸 것은 단적인 예다.

무엇보다 토크쇼에서 천부적인 웃음과 관심 유발 포인트를 잡는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강심장>처럼 집단 게스트가 출연하는 토크쇼에서나 1인이 출연하는 <무릎팍 도사>에서 토크를 진행하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는 상황이나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도 이것을 웃음이나 관심유발 멘트나 상황을 연출해 웃음을 극대화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집단 게스트 중 출연 방송분에서 의외로 두각을 나타낼 경우 집중적인 조력을 해 더욱 큰 웃음을 유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선택과 집중의 진행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한 진행 스타일과 강점, 특성을 바탕으로 강호동이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 그것도 새로운 예능 지평을 확장해나가는 진행자로서의 면모는 시청자와 예능 트렌드, 프로그램, 시대적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상당수 시청자들은 화면에 드러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그리고 집요하게 예능에 대한 공부와 연구, 노력을 하는 예능인이 바로 강호동이다.

강호동의 부재가 이제 9개월째에 이른다. 그 9개월간의 예능계에서의 강호동의 공백은 실로 크다.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더욱 그렇다. 토크쇼의 황제라는 주병진의 초라한 퇴장은 역설적으로 강호동의 명성과 진가를 증명해준다. 이 때문에 수많은 시청자가 강호동의 조속한 방송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강호동은 시청자의 이러한 바람을 알까?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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