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규의 ‘부치지 않은 편지’, 노무현이 어때서?
- 대중들에게 획일적인 해독을 강요할 순 없다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풀잎은 스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애절한 바이올린과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의 조합에 탁하지만 강한 박완규의 목소리가 얹힌다. 그리고 이내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이 쏟아진다. 27일 방송된 MBC <나는 가수다>에서 박완규가 부른 ‘부치지 않은 편지’에 대한 청중, 시청자, 네티즌들의 반응의 문양과 스펙트럼은 뜨겁고 광범하다.

그리고 그 반응의 주조 키워드는 노무현과 광주민중항쟁 그리고 김광석이다. 어떤 이는 노래를 들으며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인간 세상을 꿈꾸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했다. 일부는 민주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산화한 광주민중항쟁의 잔영이 떠올라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리고 척박한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고 잃어버린 희망과 꿈, 사랑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영원한 가객이자 ‘부치지 않은 편지’ 원곡을 불렀던 故 김광석이 그리워 눈시울을 붉혔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

다양한 의미의 해독과 반응을 불러일으킨 <나가수> 박완규의 ‘부치지 않은 편지’는 정호승 시인의 시에 작곡가 백창우가 곡을 붙였고 김광석이 부른 노래다. 김광석의 유작 앨범인 ‘가객: 부치지 않은 편지’에 수록됐으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제가로 사용돼 수많은 대중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바 있다.

박완규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들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고 광주민중항쟁을 연상하고 그리고 故김광석을 그리워하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쏟아진다. 노래를 너무 작위적이고 억지스럽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좌파와 연관시켜 이 노래에 색깔론을 연계시키며 비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노래는 노래일뿐이다”라며 사회적 맥락을 배제하고 음악으로만 평가하라고 점잖게 타이르는 사람들도 있다.

박완규의 ‘부치지 않은 편지’에 대한 대중의 반응과 이 반응에 대한 비난 그리고 비난에 대한 재반박, 박완규 측의 해명 등 노래 한곡이 초래한 파장과 논란은 참으로 크다. 그리고 대중음악을 비롯한 대중문화 텍스트에 대한 대중의 해석과 의미창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나 노래,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문화 텍스트는 획일적인 의미를 드러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답처럼 정해진 하나의 고정된 해독도 단호하게 거부한다. 또한 대중문화 텍스트는 텍스트의 하나의 메시지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 열려있는 텍스트로 각기 다른 대중에 의해 다양한 해독이 가능한 것이다.



대중문화 텍스트는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가 텍스트에 녹아 있겠지만 작가의 의도가 작품 해석의 전지전능한 유일한 준거는 될 수 없다. 작가가 시나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텍스트의 의미를 만들기도 하지만 대중 역시 의미를 만들거나 해독하는 또 다른 주체이다. 이 때문에 대중은 대중문화 텍스트의 의미의 또 다른 저자라고도 한다.

대중은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텍스트에 대해 자신의 삶과 경험, 가치관, 교육, 지역, 연령, 젠더, 사회와 국가 등에 따라 다양한 문양의 해독과 의미창출을 한다. 영화나 음악, 드라마 등 대중문화 텍스트를 어떤 이는 순응적으로 해독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저항적 해독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는 대중문화 텍스트를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등 컨텍스트와 연계해 해석하기도 하고 일부는 감독 작가 가수 연출자 연기자 등 창작자의 창조적 열망, 제작자의 이윤추구행태, 그리고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대중의 욕망과 연관시켜 해독하기도 한다.

물론 대중문화 텍스트의 미학과 완성도를 가장 우선시해 해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다양한 해석과 해독, 의미 창출은 대중문화 텍스트를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보게 만든다. 하나의 정답 같은 해독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획일적인 해독을 강요하는 사회나 사람은 대중문화를 죽이는 가장 위험한 주범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정치철학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곡으로 활용된 것을 들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은 분명 박완규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해독하는 방식과 문양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민주화에 관심과 열정을 쏟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리고 김광석의 삶과 음악, 그리고 그의 음악적 성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은 ‘부치지 않은 편지’의 각기 다른 의미창출을 할 것이다.

<나가수> 진행자이자 박완규와 함께 무대에 설뿐만 아니라 김광석의 노래를 자주 부르는 이은미는 “원곡(부치지 않은 편지)을 불러준 김광석이 이슬 같은 것이었다면 박완규는 가야금의 선율”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물론 다르게 해석하는 대중, 시청자 그리고 네티즌은 존재한다.

당신은 어떻게 해석을 했는가?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그리고 박완규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풀잎은 스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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