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의 진화 없는 연기는 시청자에 대한 배신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기사들을 읽다가 정말 기자들이 드라마를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연기자의 연기력에 대해 극찬으로 일관한 기사들이었는데요.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쉽게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 많더군요. 드라마 재방송까지 다시 봐가며 연기력에 대한 상찬의 주인공을 면밀하게 분석을 했는데도 좀처럼 기사 내용을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극찬한 연기 부분이 오히려 비판을 받아야한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러다 약속이라도 한 듯 토씨와 표현까지 똑같은 기사를 몇 개 읽으면서 보도자료를 그냥 옮겨 적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표현과 내용, 제목까지 똑같을 리 만무하잖아요.

바로 MBC 새 주말드라마 <닥터진>의 김재중에 대한 연기에 대한 평가입니다. 물론 연기력 분석의 초점이나 연기력의 구성요소 중 비평의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연기자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재중은 연기에 대해 10여개 매체에서 똑같은 표현으로 극찬을 했던 내용과 정반대의 빈약한 연기력을 노출했습니다.

일본 무라카미 모토카의 만화 <타임슬립 닥터 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닥터진>은 2012년 대한민국 최고 의사가 시공간을 초월, 1860년 조선시대로 옮겨가 환자들을 치료하며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을 담은 판타지 메디컬 드라마 입니다. 이 드라마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송승헌, 그리고 박민영 이범수 등과 함께 김재중이 주연급으로 출연합니다.

김재중은 가수로 활동하다 2009년 이형민 PD가 연출한 TV영화 <천국의 우편 배달부>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 국내 시청자들에게 연기자적 존재감을 각인시켰지요.

그리고 5월26일 시작된 <닥터진>으로 사극 연기에 첫 도전하게 됐습니다. 김재중이 <닥터진>에서 맡은 캐릭터는 안동김씨 노론벽파 실세 좌의정 김병희의 서자 출신 종사관이자 여자 주인공 홍영래(박민영)의 정혼자인 김경탁역입니다.

김경탁역을 맡은 김재중의 연기력에 대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해 작성한 기사 중 정말 수긍할 수 없어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26일 첫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에서 김재중은 확고한 신념과 뚜렷한 소신을 지닌 캐릭터 김경탁을 연기 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변신” “지난 1,2회에서 김재중은 캐릭터에 빙의 한 듯 종사관의 근엄함과 정혼자를 향해서는 한 없이 따듯한 모습 등 김경탁의 복잡한 심경을 다양한 눈빛 연기로 표현해 극의 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 “김재중은 송승헌을 참수하기 위해 대립하는 장면부터 사극의 고어체와 호령하는 발성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사극 연기에 성공적으로 안착”부분입니다.

연기자는 연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극중(드라마, 영화, 연극) 캐릭터의 삶을 살면서 시청자나 관객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람이 연기자입니다. 그런데 모든 연기자가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기위해서는 캐릭터에 대한 진정성을 부여하고 그리고 캐릭터를 표정, 목소리, 몸짓, 신체의 자세, 신체의 운동 같은 정교한 연기력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어야합니다.

즉 빼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진정성 있는 재현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캐릭터의 진정성이 없을 때 그리고 연기력의 문제점이 노출될 때 시청자나 관객은 감동을 받는 대신 드라마나 영화를 외면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많은 연기자들이 오랜 기간 캐릭터의 진정성과 연기력을 위해 발성훈련에서부터 감각 및 상상력 훈련, 관찰과 분석 훈련, 동료 연기자와의 연기조화 연습 등을 하며 엄청난 땀을 흘립니다.



<닥터진>의 김재중은 <보스를 지켜라> 때 드러났던 연기의 가장 기본인 발성과 발음에서부터 부실한 연기력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감동보다는 오히려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닥터진>의 김재중 연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기의 가장 기본 요소인 대사의 진실 된 전달을 위한 발성과 자연스러운 어조의 부족함입니다. 감정과 상황, 전개내용이 오롯이 대사나 어조에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야하는데도 그렇지 못해 감정과 대사가 따로 노는 것에서부터 감정과 상황, 상대 배우에 대응하지 못하는 단선적인 대사연기, 그리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불명확한 대사발음까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재중이 박민영, 김응수 등 다른 연기자와의 연기를 할 때 홀로 튀어 보이고 단독신에서는 캐릭터에 몰입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또한 서자출신의 신분적 상황, 아버지나 정혼자 그리고 세상에 인정받고자 하는 야망과 승부욕, 정혼자를 놓고 의사 진혁(송승헌)과의 벌이는 애정의 삼각관계 등 다양한 감정선이 얽혀있고 극도의 내면의 연기가 필요한데 연기의 세기가 부족해 단조로운 연기로 일관하다보니 캐릭터의 진정성이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 디테일한 연기로 감정의 동요나 심리변화를 정교하게 드러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두루뭉실 하면서 흉내내는 듯한 과장된 연기스타일을 견지해 시청자들이 공감이나 감동을 유발하는데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좋은 연기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배역에서도 자신을 맞출 수 있어야하며 모든 행동을 믿을만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해 TV화면 너머의 시청자에게 진정한 감동을 줍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연기자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추락시키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습니다.

이제 <닥터진> 초반입니다. 김재중이 방송이 되면서 이러한 부족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연기자로서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그런데 김재중과 기획사, 그리고 그의 팬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부족한 연기력은 강력한 팬덤으로도, 찬사로 일관하는 보도자료로도, 그리고 기획사의 막강한 홍보력으로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김재중 자신이 연기력을 위해 노력하고 연습하며 흘리는 땀만이 부족한 연기력의 문제를 극복시켜준다는 사실을요.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