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레오 “주방에서는 저도 살벌합니다” [대담1]
- <마스터셰프> 하정석 PD, "대한민국에서 심사위원 세 분의 이름을 모두 아는 분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걱정 많이 했습니다."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세계 37개 국가에서 방송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의 한국판 올리브 <마스터셰프 코리아> 본선의 막이 올랐다. 엄청난 제작비와 물량, 인력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요리 서바이벌. 수천 명이 참가한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TOP 15’ 중 이미 두 명의 도전자가 탈락한 현재, 이 프로그램을 향한 기대와 관심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 제작진 하정석 PD와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주목받기 시작한 심사위원 강레오 셰프를 만나 프로그램 제작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하정석 PD, 서병기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석희 :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영국 샤인 인터내셔널(Shine International)의 <마스터셰프> 포맷을 들여와 방송하고 있는데요. <마스터셰프 코리아> 만의 특징이 있나요?

하정석 PD : <마스터셰프>는 37개국에서 방영이 되었습니다. 매년 전 세계 제작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회의를 해요. ‘올해는 어떤 것이 좋았다.’ 이런 식으로 의견을 주고받죠. <마스터셰프>는 포맷을 수입한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준수해야 하는 규정이 따로 없어요. 국가마다 문화가 다르고 음식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세트는 물론 미션이나 식재료도 모두 우리나라에 맞게 다 바꾸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제작자들이 보고 신기해하더라고요. 혹시 ‘미스터리 박스’의 경첩 부분을 눈여겨보셨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식 경첩을 달았거든요. 중국판 <마스터셰프>도 올해 안으로 제작될 예정이라는데 각 나라마다 어떤 특색이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죠.

강레오 : 인도 <마스터셰프>에는 커리만 나오더라고요. (웃음)

정석희 : 저는 <마스터셰프 코리아>라고 해서 고든램지 같이 독설을 퍼붓는 심사위원들이 나오려니 했는데, 아니었어요. 첫 회부터 심사위원들에게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제작진이 어떻게 이런 환상의 조합을 이뤄냈는지 궁금합니다.

하정석 PD : 저희가 열심히 설득하고 또 설득했어요. 강레오 셰프님은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는데 1년 반 넘게 졸랐어요. 김소희 셰프님은 다큐멘터리 촬영 때 만나 뵙고 염두에 두었다가 비엔나로 날라 가서 3일 정도 매일 같이 찾아갔어요. 한 마디로 들들 볶았죠. 아침, 점심, 저녁으로 레스토랑에 찾아 가서 밥을 먹고 진을 쳤어요. 한국 방송에 출연하실 이유도 딱히 없는 분이신데 결국 저희에게 손을 드셨죠.

서병기 : 심사위원 세 분의 구도가 여러모로 반전이었어요. 식상한 느낌이 들면 재미가 없는데요. 기존에 보지 못한 신선한 구도인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하정석 PD : 처음에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 심사위원들과 출연자가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이라서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강레오 셰프는 어느 정도 캐스팅이 결정된 상황이었고, 양식과 한식에 모두 능수능란한 셰프 한 분이 더 필요했어요. 김소희 셰프님은 바다 없는 비엔나에서 생선요리를 하고 계신데 직접 가보니 음식이 엄청 매운데도 외국인들이 맛있게 먹더라고요. 저 분이라면 한식과 양식을 아우르는 음식을 평가할 수 있겠다 싶었죠. 또 음식을 맛으로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숫자로 평가하는 심사위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푸드 마케팅 전문가 노희영 고문님이 적임자였어요. 한참을 설득하고서야 허락을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심사위원 세 분의 이름을 모두 아는 분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걱정도 많이 했었습니다.(웃음)

정석희 : 그 노력이 프로그램의 반을 이미 살려낸 셈이네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보고 듣고 실력을 판단할 수 있지만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직접 맛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순전히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믿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심사위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거죠. 그런데 강레오 씨는 원래 부드럽고 자상하세요? 비하인드 스토리 <마스터셰프 코리아 100일간의 이야기> (이하 <100일간의 이야기>)에서 보니 박준우 도전자가 살아있는 랍스타를 건드리지도 못할 때 화내지 않고 오히려 다독여주는 모습에 놀랐어요. 요리 프로그램의 셰프들은 대부분 그럴 때 불같이 진노하곤 하잖아요?

강레오 : 프로그램 촬영 현장은 주방이 아니니까요. 고든 램지만큼은 아니지만 주방에서는 저도 살벌합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열정을 가지고 출연한 건데 윽박지르면서 그 꿈을 꺾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직 전문 셰프가 될지 안 될지 확실치 않은 분들이기에 주방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대할 순 없었어요.



서병기 : 젠틀하면서도 강하고, 유하고, 이런 것들이 적절히 조화되고 있는데 그런 게 쉽지 않은 일이죠.

정석희 : 그래서인지 많은 어머님들이 사윗감으로 점찍고 계세요. 도전자 하정숙 씨뿐만이 아니라요. (웃음) 인간적인 심사위원 덕분인지 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따뜻함이 있더군요.

하정석 PD : 기획 단계 때부터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고, 정성껏 만든 음식을 사람들과 나누려고 하는 분들이 만들어나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도전자들에게 독설을 하거나 모욕을 주지 않으려고, 어떻게 보면 작정을 하고 시작했어요.

서병기 : 심사위원들이 그 많은 음식을 어떻게 다 드실 수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거부감이 드는 음식도 있었을 텐데요.

강레오 : 참가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만든 음식인데 먹지 않기는 좀 그렇고요.(웃음) 제가 먹어 보고 도저히 아닌 것 같은 음식은 남은 두 분께 드시지 말라고 살짝 말씀드렸어요. 저 뿐 아니라 먼저 다른 심사위원들도 그렇게 하셨죠. 예선 때는 시식은 하지 않았지만 도전자 470분을 모두 만나 뵈었어요. 근성이나 열정이 말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전달이 되잖아요. 사실 조리 과정을 표현하는 것만 들어봐도 제대로 하는지 못하는지 판단이 되거든요. 그 다음 본선에 진출한 백 명이 넘는 참가자가 만든 음식은 모두 맛을 보았죠. 도전자들의 개인적인 사연에도 모두 귀 기울였고요. 하지만 아무리 사연이 안타까워도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앞치마를 드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 남아있는 도전자들보다 더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분들도 많았지만 실력이 부족했기에 탈락하셨죠.

정석희 : 첫 미스터리 박스 미션에서 1등을 한 ‘윤아름’ 도전자가 다음 미션의 재료인 갖가지 면을 도전자들에게 배당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참 재미있고 인상적이었어요. 외국인 도전자 달라스에게 보도 듣지도 못했지 싶은 쫄면을 준다던지, 그런 것들은 의도된 건가요?, 우연히 얻어 걸린 건가요? (웃음)

하정석 PD : 일부러 기획한 장면은 아니었어요. 연출자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재밌게 나왔죠.

정석희 : 음식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를 보면 노력하는 사람과 타고난 미각을 가진 사람이 경쟁한 끝에 결국 노력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결론이 나잖아요. 마스터 셰프 도전자들도 그렇게 양분화 되는 것 같았어요. 타고난 사람과 노력하는 사람, 과연 어떤 사람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시나요?

강레오 :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엔 이기겠죠. 하지만 다들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고, 음식에 대한 감각은 모든 도전자가 어느 정도 다 가지고 있어요. 각 미션마다 일등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해요. 일등을 했던 출연자가 다음 미션에서 꼴찌를 하기도 하고요. 도전자마다 각자 좋아하는 음식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처음에는 레스토랑을 경영하거나 전문적으로 음식을 공부한 도전자와 그렇지 않은 도전자 간의 실력 차이를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난 현재, 도전자들 간에 기량차이가 거의 없어요. 계속해서 클래스를 통해 배우고 있고, 여러 종류의 레스토랑을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정석희 :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언제나 시간이 지나면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참가자가 생기게 되더라고요. 저는 아무래도 여자여서인지 ‘TOP 15' 중엔 ‘오보아’ 도전자나 ‘하정숙’ 도전자를 응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도전자가 있으신가요?

하정석 PD : 저 역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은 하정숙 도전자였는데 지난 주 탈락하셨죠. 잘하는 분이신데 안타까워요. 낯선 미션이라든지 시간 제약 같은 것들이 지나치게 스트레스로 다가오셨던 모양이에요.

정석희 : 하정숙 도전자의 탈락, 아쉽습니다. 1, 2회 때 도전자들이 앞치마를 가지고 뛰어나오는 순간 마치 제 일인 것처럼 가슴이 찡했거든요. 특히 평생 한 번도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던 여성들이 앞치마를 받고 뛸 듯이 기뻐하실 땐 울컥하기까지 했죠. 그런데 줄줄이 모두 떨어지시니 심사위원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보기엔 음식들이 맛있어보였거든요.

하정석 PD : 그렇죠? 그 장면, 사실 저도 편집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강레오 : 아무래도 어머님들은 긴장감과 시간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원하는 음식을 못해내시는 것 같아요. 나중엔 아예 포기한 채 음식을 내오시더라고요. 음식을 정말 잘하는 분들이시라는 건 잘 알지만 공정히 심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김혜숙 도전자의 애탕과 대구 가지 꼬치구이는 정말 맛있었어요.

서병기 : 그렇군요. 도전자 개개인의 사연이라든가 캐릭터는 생존과 무관하네요.

강레오 : 흥미롭고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라고 합격시켰다면 ‘사유리’씨도 있어야하고 ‘오종석’씨이나 ‘하정숙’ 어머니도 남아있어야 하겠죠. 기억하시나요?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참가한 ‘고혜승’ 도전자, 그만큼 가슴 절절한 사연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3억이란 상금이 걸려있기에 공정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석희 : 마스터키친은 굉장히 으리으리한 반면 연남동 숙소의 소탈함은 반전이었어요. 타 프로그램의 숙소들이 세련된 인테리어의 펜션 같은 곳이었던 데 비하면 말이죠.

하정석 PD : (웃음) 지금 옮긴 숙소는 굉장히 좋은 곳이에요. 도전자들의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담아내고 싶어서 처음에 그런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하정석 PD와 강레오 셰프와의 대담은 2편으로 계속 됩니다)

대담 : 서병기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유리나
사진 : 전성환, 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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