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 문제 해결 과정을 프로그램내에 녹여라

[서병기의 핫이슈] ‘나는 가수다’가 존폐위기에 빠졌다. 참신한 기획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왔다. 그 무리수는 기본 원칙을 져버린 것이기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우리가 얼마나 원칙을 잘 지켰다고 음악 프로그램 하나에 이렇게까지 원칙을 들먹이냐는 생각도 들지만 하여튼 잘못된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룰이 공정하게 적용되지 못했으니 보는 사람의 긴장감이 떨어져버렸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영희 PD는 “꼴찌를 하차시키는 것은 탈락이 아니라 다른 가수들에게 양보하는 것이고 기회를 주는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꼴찌가 나오자 단순 탈락 이상의 거대한 충격이 나왔다. 꼴찌 하고도 재도전 기회를 부여받아 논란에 휩싸인 김건모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남은 후배 가수들의 연쇄 하차가 쉽게 예견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가수가 탈락된 자리를 새롭게 이어받겠는가.

김건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꼴찌 발표를 들었을 때 내가 잘못한 느낌이 들더라. 다른 가수는 모르겠지만 마치 음주, 폭행 등 내가 불법적인 걸 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충격과 파장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7명의 가수들은 최하위를 탈락시키는 방식을 이해는 했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프로그램을 없애든지, 아니면 룰을 고쳐 받아들 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 긴장감은 유지시켜야 한다.

‘나는 가수다’에 대한 대중의 주된 정서는 “방식에서 무리가 있었지만, 김영희 PD를 교체시킬 필요까지는 없었다. 프로그램 폐지도 반대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경쟁을 실행시키는 과정에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나왔지만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노래 잘 하는 기성가수들이 초심을 담아 긴장하면서 열심히 부르는 최고의 무대에서 진정성과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언제 그런 최고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겠는가 하는 반응이었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아예 1위를 명예롭게 탈락시키자든가, 또는 꼴찌들을 퇴장시키지 않고 2부리그에 넣어 이들이 절치부심하는 걸 스토리로 보여주자는 등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5주 연속 1위에 오르면 골든컵을 주고 명예롭게 내보냈던 80,90년대 KBS ‘가요톱10’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1위 탈락은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나는 가수다’가 현재의 위기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점은 문제 발생과 해결의 과정을 프로그램 안으로 끌여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도 예능화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리얼예능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지금은 ‘나는 가수다’에서 하고 있는 경연(競演)보다 이 코너가 일으킨 파장이 대중에게는 더 큰 관심사가 됐다.

사실 김건모의 재도전 결정도 안했으면 가장 좋았지만 세대별 청중평가단 몇명 정도는 모아놓고 함께 의논하는 과정을 담아 이뤄졌다면 반발감이 덜했을 것이다. 자문위원들만 이야기하고, PD는 후배PD와 작가를 모아놓고 회의 한 다음 바로 결과를 던져서는 안된다. 자기들끼리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자체를 예능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그게 리얼 예능이다. 비난과 비판을 쏙 빼놓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가짜 예능이다. ‘무한도전’이 안웃긴다고 비난받던 정형돈에 대한 네티즌 반응을 그대로 수용해 오히려 장수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연말정산 뒤끝공제’ 등을 통해 그동안 지적된 문제들도 짚어봄으로써 시청자들도 프로그램 안에 들어가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었듯이 말이다.

‘나는 가수다’도 지금 생긴 문제들을 공론화해 시청자, 청중평가단과 함께 고민해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으면 한다.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이 진정성이다. 필요하면 일반인의 의견도 수렴하면서 룰을 바꿔나가면 시청자들도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가수다’를 살렸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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