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셰코> 하정석PD “시즌2 제작되면 반드시 생방송 도전” [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맛을 내는 능력은 타고나는 걸까, 노력의 결과일까? 인내심 하나로 이 자리까지 왔다는 심사위원 강레오 셰프는 뭐니 뭐니 해도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능력이든 노력이든 갖추고 있다한들 평생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도루아미타불, <마스터셰프 코리아>는 요리에 재능이 있고 누구보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 누가 과연 이 특별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선배 격인 심사위원 강레오 셰프와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 하정석 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대담: 하정석 PD 서병기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서병기 : 강레오 셰프는 방송활동을 별로 해보지 않았는데도 목소리에 힘이 있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요?

강레오 : 출연이 결정된 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감 있게 말 할 수 있도록 스피치 교육도 받았고 발성 연습도 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말수도 없는 편이라 하정석 PD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을 거예요.

정석희 : 강레오 셰프님은 본 프로그램과 <100일간의 이야기>에서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본 프로그램에서는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엿보인다면 <100일간의 이야기>에서는 부드럽고 자상합니다.

강레오 : 머리 모양에서 일단 차이가 나죠? (웃음) <100일간의 이야기> 때는 일 하던 중에 머리도 만지지 못하고 촬영을 했어요.

서병기 : 아, 레오 셰프님은 요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강레오 : 집이 남양주 구리인데 배, 황도 과수원도 있었고, 쌀, 무, 배추부터 가지, 호박, 오이, 참외 등, 별의 별 농사를 다 지었어요. 연탄, 석유도 저희 집에서 팔았었거든요. 그래서 일손이 많이 필요했는데요, 그 모든 인원의 식사를 준비 하려면 엄청나요. 함께 사는 아주머니들과 저희 할머니, 큰 어머니, 작은 어머니가 함께 식사 준비를 하셨죠. 저희 어머니만 공무원이셔서 음식을 안 하셨던 기억이 나요. 어릴 적, 저는 만두 만드는 게 특히 재밌었었어요. 송편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그러다보니 제사 때 큰 어머니께서 전 부치고 산적 만드는 일을 제게 시키셨어요. 지금도 제사상은 제가 거의 다 차려요. 큰어머니께서 제가 가면 참 좋아하시죠.(웃음)

정석희 : 요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거네요. 물론 그렇다고 다 요리에 관심을 갖는 건 아니겠죠.

강레오 : 맞아요. 자연스럽게 음식을 할 환경이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중3 때쯤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난 이제 뭘 하고 살지?’ 뭐 이런 거 말이에요. 당연히 부모님은 제가 공부를 하길 바라셨겠죠. 그렇지만 고1 때 요리학원에 다니고 자격증을 따서 고2 때부터는 일을 하기 시작했고, 고3 때는 이미 호텔에서 고기를 손질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열심히 한 결과 17-18초 안에 닭 한 마리를 손질 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군대에 다녀와서 바로 런던으로 갔어요. 여기 그냥 있다가는 평생 고기 손질만 하다 말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무작정 떠난 겁니다. 영국 관광 비자를 받고, ‘나중에는 파리로 가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런던에 갔어요. 그게 1997년도에요. 그 당시는 인터넷이 발달이 되지 않아서 직접 발로 뛰면서 일자리를 찾았어요. 처음엔 돈이 없으니까 학교에 들어가기보다는 일을 먼저 시작했어요. 물론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언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yes, chef!" 만 잘 하면 됐거든요. (웃음) 일반사람들이 쓰는 영어와 다른 키친 영어를 먼저 배웠어요. 말 한마디에 욕이 두 번은 들어갈 정도였어요. 남자들끼리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있으니 말투가 그렇게 거칠게 변하는 것 같아요.

서병기 : 언젠가 드라마 <파스타> 작가에게 들은 얘긴데요. 작품을 위해 온갖 종류의 레스토랑을 다 취재했다는데요. 이태리 식당이 그중 가장 역동적이었다고 하더군요.

강레오 : 맞습니다. 이태리 키친이 그런 면이 있긴 해요. 사실상 거의 모든 레스토랑 주방이 그런 식이지만요. 이태리 식당이 드라마로 쓰기는 제일 수월했을 거예요. 프렌치 키친은 워낙 복잡해서 전문적으로 알기 전엔 드라마로 만들기는 어렵지 싶어요.

서병기 : 주방 안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치열하더라고요. 군기가 세죠? 유럽 주방은 어떤가요?

강레오 : 저는 군대 생활보다 더 힘들었어요. 하루에 열네 시간은 기본으로 일해야 했으니까요. 바쁠 땐 네 시간 자는 것도 어려웠어요. 아, 유니폼도 제 돈으로 사 입어야 했어요. 에이프런이나 행주도요. 칼은 당연히 다 자기 걸로 쓰는 거고요. 유니폼도 모두 반듯하게 다려 입어야했어요.

정석희 : 독설로 유명한 고든 램지 수하에서 요리를 하셨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셰프 피에르 코프만의 제자이기도 하시다고요?

강레오 : 처음 일하게 된 작은 레스토랑 셰프님께 요리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저를 좋게 보셨는지 시내에 있는 친구 분 레스토랑으로 보내주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장조지 레스토랑에서 사람을 구한 다는 얘기를 듣고 보내주셨고, 결국 그 곳에서 피에르 코프만 레스토랑에 소개시켜주셨죠. 한 곳에서 거의 1년-2년 반 정도 일 했었어요. 피에르 코프만은 23세에 미슐랭 3스타 셰프가 됐을 정도로 천재 요리사입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선생님들보다 요리를 잘 했고, 졸업하고는 왕족들을 위해서 요리를 했다고 해요. 하지만 코프만의 사부님이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그의 임종을 보지 못한 죄책감에 요리를 그만두시고 은퇴했는데 나중에 고든램지의 어필이 거슬리셨던지 다시 컴백하셨어요.(웃음) 코프만 셰프 밑에 2년 반 정도 있었는데 그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새벽 다섯 시부터 시작해 새벽 한시 까지 일했으니까요. 그 때는 그게 고생인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했어요. 머리가 좋았으면 일도 대충하고 요령을 피웠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타고난 것은 인내심 하나였어요.



하적석 PD : 강레오 쉐프는 ‘이건 음식이야, 이건 음식이 아니야.’라는 본인만의 확실한 기준이 있어요. 의외로 고집이 강한 사람이에요. 요리를 하는 이유도 소신도 분명했고요. 그게 강레오 셰프를 캐스팅한 이유에요. 자기 고집과 주관이 있는 사람이, 자기 음식에 대한 자존심을 가진 사람이 <마스터셰프>에 출연해야 시청자가 신뢰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보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기획 단계에서 여러 셰프들을 만나보았는데 그때, 그때 상황에 타협해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강레오 셰프는 달랐어요.

서병기 : 아, 합기도 유단자시던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강레오 : 태권도, 유도, 격투기를 모두 접해봤어요. 검도도 해봤고, 해동검도도 배워 봤고.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이 없을까 항상 생각했죠. 두바이에서 일할 때도 회전무술을 했고요. 런던에서는 유도 도장에 다녔고요. 데이트요? 사실 영국에서는 수도승처럼 살았어요. 너무 바쁘게 살았으니까요. 한국에 와서는 그래도 14시간 정도 일하니까 남는 시간에 데이트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러게 됐죠. 영국에 있을 땐 돈 쓸 곳이 없으니 자연스레 돈이 모였고, 그 돈으로 학비를 내고 학교에 다녔어요. ‘Westminster Kings way College’를 다녔는데 제이미 올리버가 저희 학교 선배예요.

서병기 : 음식은 그 나라 문화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요즘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에 가보면 음식의 양이 너무 적은 곳이 많던데요.

강레오 : 피카소처럼 추상화를 그리는 사람도 있고,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하는 그림도 있듯이 양을 조금 내는 사람도 있고 푸짐하게 주는 사람도 있고 그냥 다른 장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정석희 : 어떤 도전자가 우승을 할지, 기대되는 분이 있나요?

강레오 : 물론 실력도 중요하고 열정도 중요하겠지만, 상금을 받고 나서도 요리사를 계속 할 의지를 가진 사람이 우승 했으면 좋겠어요. 근성이 있는 사람 말이에요.

정석희 : 지금 방송을 보면 도전자들 간에 실력 차가 많아 보이는데요.

강레오 : 여러 미션을 거듭 하면서 쿠킹 클래스를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잘 하는 사람도 못하게 되고, 못하는 사람도 잘 하게 되고, 도전자들이 ‘이러다 나도 일등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서서히 하게 되었다고 해요. 우승에 대한 기대감과 의지가 더 커져가는 거죠. 상금 액수가 만만치 않잖아요. 조그맣게 레스토랑 하나를 차릴 정도의 금액이니까요.

하정석 PD : 사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이 재미있는 건요, 작정하고 들면 자신이 응원하는 도전자를 위한 맞춤 미션을 짤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웃음)

정석희 : 도전자들의 캐릭터가 우연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던데요? 그중 ‘박준우’ 도전자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캐릭터입니다. 나중에 요리 프로그램 패널로 참여해도 좋겠더라고요. 타짜라는 소리를 들었던 요리 복사의 달인 유동률 씨도 주목하고 싶어요. 요리를 배운 적이 없는 평범한 분이 그만큼 하기 쉽지 않은 거죠?

강레오 : 그렇죠.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그런데 ‘박준우’ 도전자는 알고 보면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이에요. 방송에는 시니컬한 모습만 비추어지는데 카메라 밖에서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면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고, 또 참 잘 하기도 하고요. 머리도 좋고 순간 대처능력도 뛰어납니다. 화면 안에서는 근성이 없어 보이지만 ‘양파 썰기 미션’을 통과한 걸요. 방송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무려 네 시간에 걸친 작업이었어요.



하정석 PD : 인문학과 음식에 대한 강의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와인 강의도 하고요. 언제 강의도 한 번 들어보고 싶었어요.

정석희 : 강레오 셰프가 도전자의 합격여부를 정하기 전에 가족들을 모시고 오라고 했던 장면은 제작진과 상의된 건가요?

강레오 : 제가 <마스터셰프> US 편을 10번도 넘게 본 걸요.(웃음) 박성호 도전자 같은 경우에는 어머니께서 너무 반대를 하신다기에 아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한 번 드시게 해보고 싶었어요. 심사위원 셋은 내심 이미 모두 다 합격을 줬거든요. 어머니가 자식을 인정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들어서 모시고 오라고 하고 음식을 다시 만들어서 어머니께 드시게 했었어요.

정석희: 박성호 씨는 명문대 진학을 포기해도 좋을 정도로 요리에 소질이 있는 건가요? 저도 부모인지라 그 어머님의 심정이 백번 이해가 되던데요.

강레오 : 네, 학생이 그 정도면 참 잘 하는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더 잘 할 것 같아요. 명문대를 나온다고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요즘 촬영이 없을 때는 성호 진로 상담을 해줘요.

서병기 : 유일하게 살아남은 외국인 도전자 달라스는 한국에 사나요?

하정석 PD : 네, 김해에 살고 있고요. 원어민 강사를 하다가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나오려고 관두었다고 해요.

정석희 : 저는 오보아 도전자를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웃는 얼굴도, 말투도 참 사랑스러운 아가씨더군요. 강레오 셰프와 사랑에 빠지는 결말이라면 참 좋을 텐데요. 떨어뜨리지 마세요!

강레오 : 1등을 시키고 3억을 반으로 나누자고 졸라야겠군요.(웃음)‘

정석희 : 오보아 도전자에게도 진로 상담을 해주고 계신가요?

강레오 : 네, 진로상담은 도전자 전원에게 해주고 있어요. 그런데 오보아 씨는 그때마다 매번 잠을 자고 있어서. (웃음)

서병기 : 제작진 입장에서는 꽃미남 오종석씨가 살았어야 더 좋지 않았을까요? 첫 번으로 탈락시킨 심사위원들이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정석 PD : 그렇긴 해요. 근데 탈락한 날의 요리, 제작진으로서도 할 말이 없었어요. 그 친구가 8월에 데뷔한다고 하던데 프로그램에 끝나기 전에 데뷔하면 저희는 더 좋겠죠.(웃음)

강레오 : 하정숙 도전자는 팬 카페도 생기셨던데요? 동네에서 가끔씩 요리 강의도 하신대요.

서병기 : 하도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까 <마스터셰프 코리아> 또한 유행에 편승한 후발 주자가 아닐까 우려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듭니다. 제작진이 의도한다고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심사위원끼리의 갈등은 없나요?

강레오 : 전혀 없어요. 의견 충돌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게 기분 나쁘거나 하지는 않아요.

서병기 : 방청은 할 수 없나요?

하정석 PD : 오픈 스튜디오를 한번 하긴 했습니다. 사실 파이널만큼은 생방송을 하고 싶었어요. <마스터 셰프> 중 생방송을 한 곳이 이스라엘 밖에 없더라고요. 파이널을 네 시간 반 동안 특별 편성해서 방송 했던데 그보다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여건 상 안 될 것 같고요. 시즌 2가 제작되면 꼭 해보려고요.

서병기: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나온다고 해서 새롭게 해야 된다, 무조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비슷한 내용도 잘 연출만 되면 호평을 받고 끝날 수 있거든요. <마스터셰프 코리아>를 시청하며 도전자들에게 감정이입도 되고, 요리라는 것도 알게 모르게 배우게 되고, 이런저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스타가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하여 점점 스타가 되어가는 느낌이 좋습니다.

대담 : 서병기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유리나
사진 : 전성환, 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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