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은 웃자고 한 마디 던지는지 몰라도...
- 미디어․연예인의 장애인 희화화의 심각한 병폐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2002년 어머니 틀니를 해주기 위해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40대의 한 지적장애인의 모습이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지적장애인은 2003년 2월 KBS <인간극장-맨발의 기봉씨>를 통해 삶과 생활이 소개돼 수많은 이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 2006년 영화 <맨발의 기봉이>가 제작돼 많은 관심을 촉발시켰다. 바로 어머니에게 효도하기위해 마라톤을 한다는 지적장애인 엄기봉씨다.

이후 수많은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등도 앞 다퉈 기봉씨를 휴먼 드라마 주인공 만들기대열에 합류하며 기봉씨의 상업화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기봉씨를 홍보에 활용하거나 대중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가로채는 탐욕스러운 작태까지 보였다.

2007년 3월 27일 MBC 'PD수첩-맨발의 기봉이, 그 불편한 진실'에서 수많은 대중매체가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던 엄기봉씨의 가려진 불행과 이면을 드러냈다. 엄기봉씨의 후원금을 둘러싸고 기봉씨는 어머니와 생이별해야했고 어려움을 겪게 된 불편한 진실이 'PD수첩'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PD수첩' 보도를 기점으로 앞다퉈 아름다운 감동의 주인공으로 떠받들던 대중매체들에서 기봉씨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그 자리를 방송에서 기봉이를 흉내 내며 웃음을 주는 연예인들이 차지했다.

대중매체 특히 TV방송은 엄기봉씨의 휴먼스토리를 통해 미담의 영웅 만들기를 통해 시청자에게 자극적 감동을 이끌어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급급했던 것에서 기봉씨 모습을 흉내 내거나 패러디 혹은 희화화의 소재로 활용해 웃음을 주는 무개념의 극치의 행태로 전환한 것이다.

KBS <해피투게더> 5월 30일 방송분을 보자. ‘죽마고우’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는 아이비 오윤아 이지훈 강타가 출연했다. 엽기사진으로 눈길을 끈 아이비에게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다시 한번 우스꽝스러운 엽기표정을 주문했다. 박미선은 사과를 먹었는데 독이 들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상황을 아이비에게 표정으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 발생했다. 이지훈은 “근데 기봉이야”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이어서 진행자들이 오윤아에게 엽기표정을 부탁했고 이때 역시 이지훈은 “이걸 누가 보고 캐스팅할지 몰라요. <맨발의 미봉이>나올지 몰라요”라는 멘트를 했다.



그동안 방송에서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영화 속 주인공 기봉씨의 모습 혹은 <인간극장> 등 방송에서의 보여졌던 엄기봉씨의 모습을 희화화해 흉내 내거나 심지어 개인기로 선보이는 행태를 서슴지 않고 행한 것이다. 이는 곧바로 시청자 특히 초중생 등 어린 시청자들의 흉내 내기 등으로 이어지는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미디어와 연예인들이 기봉씨를 희화화의 소재나 웃기는 멘트의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가 장애인등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회 내에서 이들의 위치가 달라지고 이들에 대한 사회와 대중의 시선도 결정된다. 이 때문에 엄기봉씨 같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는 미디어 텍스트 제작 과정에서 최대한 보호되고 또 존중되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미디어나 일부 연예인들은 장애인을 보호하거나 존중 하기는 커녕 희화화의 소재로 활용해 웃음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장애인의 어려운 현실과 실태를 그대로 대중과 시청자에게 알리고 사회적 문제와 책임을 적시하며 장애인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는 TV 프로그램은 좀처럼 만날 수 없다. TV 등 미디어가 장애인에 대해 드러내는 지배적 이미지나 관습적 서사를 보면 장애인을 도움이나 동정을 받아야할 대상이나 타자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 예능 프로그램이나 코미디에서 일부 연예인들은 장애인을 희화화 해 장애인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일부 미디어와 연예인의 문제 있는 행태는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차별, 편견을 보편화 혹은 일상화시키는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문제와 병폐를 개선하는데 큰 장애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위해 제발 기봉씨를 희화화하는 멘트나 행태는 사라져야한다. 이제 더 이상 기봉씨를 웃음거리로 전락시켜 욕되게 하지 말자.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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