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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제조기’ 김은숙 작가에게 무슨 문제가?
기사입력 :[ 2012-06-08 13:04 ]


- <신사의 품격>, 왜 외면 받을까?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히트 드라마 제조기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보노라면 떠오르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2012년 대한민국 사회를 적시하는 두 개의 수식어다. 인구 20%의 부와 행복을 위해 나머지 80%의 빈곤과 비참을 강제하는 ‘20대 80 사회’, 그리고 ‘1%의 탐욕 그리고 99%의 분노’라는 양극화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재벌 2세와 가난한 영화학도의 사랑을 다룬 <파리의 연인> 에서부터 <프라하의 연인> <시티홀> <온에어> 그리고 재벌 2세 백화점 사장과 빈곤한 스턴트우먼과의 사랑을 그린 <시크릿 가든>까지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현실에선 기적에도 바라지 않는 재벌 2세로 대변되는 1%의 대표주자와 가난한 스턴트우먼 혹은 영화학도로 상징되는 99%의 인물이 만나 자본과 학력, 집안 등 조건을 뛰어 넘는 진정한(?) 사랑을 펼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드라마는 1% 혹은 20%의 부유층의 화려한 세계가 주류를 이루고 80% 혹은 99%의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은 부의 위력을 더욱 부각시키거나 조건 없는 사랑의 극성을 드러내는 기제로 활용될 뿐이다. 이들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을 주제로 내걸고 있지만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드라마 전편을 가로지르며 시청자에게 강력하게 소구하는 것은 자본의 위대함과 힘이다.

<프리라이더>의 저자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시크릿 가든’을 포함한 한국 재벌가와의 사랑을 다른 드라마가 온갖 세금 탈루와 공적자금 유용 등 추악한 일들을 저지른 무임 승차자, 일부 재벌들을 미화해 이들에 대한 폐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마취효과가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을까.

또 한 번 스타 작가와 연출자인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의 드라마가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그 드라마에는 1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톱스타 장동건, 김하늘 등 화려한 연기자들이 주연으로 나서고 있다. 바로 SBS <신사의 품격>이다. 방송 전 시청자의 관심이 높았던 <신사의 품격>은 방송을 시작하면서 트렌드를 이끄는 힘도,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도, 캐릭터의 매력도 그리고 그동안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보였던 시청자들의 뜨거웠던 반응도 이전의 작품만 못하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40대 중년의 네 남자의 빛깔 다른 4가지 사랑을 다루며 중년 남성판 ‘섹시 앤 시티’를 표방한 <신사의 품격>이 방송 초반이지만 김은숙 작가의 이전 작품에 비해 반응과 화제가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러티브와 캐릭터의 부조화, 4명의 주인공이 이끄는 스토리라인에 대한 산만함과 몰입도 약화, 매력적인 트렌드나 캐릭터의 부재, 작가의 감각적 대사의 진부함 노출, 장동건 등 일부 연기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기력 등 <신사의 품격> 내적인 문제들도 저조한 반응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주소비층이자 드라마의 화제와 관심의 확대재생산 기지 역할을 하는 10~20대의 40대 중년 남성의 로맨스를 그린 <신사의 품격>에 대한 공감부족에 이은 시선 끌기 실패 등도 <신사의 품격>이 김은숙 작가의 이전 작품에 비해 관심과 화제의 폭발력이 떨어지고 시청률과 반응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너무나 상투적이며 강렬하게 드러나는 ‘20 대 80의 사회’‘1% 대 99%’ 양극화중 20 혹은 1%의 자본의 화려한 위력도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도 <신사의 품격>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 제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축사무소 소장, 변호사, 카페 주인 등 분명 우리사회의 20%에 속하는 40대 중년의 4명의 남자 주인공, 김도진(장동건) 임태산(김수로) 최윤(김민종) 이정록(이정혁)이 펼쳐 보이는 삶과 생활, 그리고 사랑에 대해 현실 속 중년들은 개연성과 현실성의 부재로 인해 공감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보며 고단하며 팍팍한 현실을 잠깐 이나마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지도 못한다. 현실 속 중년들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신사의 품격>의 제작발표회가 있을 즈음 하나의 흥미로운 설문조사 자료가 보도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496명을 대상으로 ‘푸어족 체감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다. 전체 응답자중 70%에 가까운 68.1%가 ‘난 푸어족(가난한 사람)이다’라고 답했고 30~40대 중년 직장인은 내집 마련과 자녀교육비로 빚을 졌고 30대는 한 달 평균 68만원, 40대 이상은 84만원의 부채를 상환하며 등골이 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열심히 해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 푸어족,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대출상환과 주택가격의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우스 푸어족, 급증하는 결혼비용으로 결혼하자마자 가난해지는 웨딩 푸어족, 출산과 육아에 과도한 지출로 인한 베이비 푸어족들이 중년층사이에 넘쳐나는데도 40대 중년이 주인공인<신사의 품격>에는 이러한 현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소비에서부터 사랑에 이르기까지 현실성을 상실한 고답적이고 상투적인 전문직 종사자의 클리셰만이 횡행할 뿐이다.

<신사의 품격>에 대해 10~20대 젊은 시청자들은 소재나 캐릭터가 관심권과 트렌드를 벗어나 흥미나 관심을 잃었고 30~40대 중년들은 자신들과 너무 먼 20%만의 리그들이 화려하게 펼쳐져 공감이나 재미를 느끼기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정교한 판타지가 펼쳐져 팍팍한 현실과의 비교 없이 오롯이 드라마에 빠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의 문제이자 시청자 반응의 현주소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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