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기 “최근에야 술맛 알았어요” [인터뷰]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인터뷰] 그를 처음 만났을 땐 해맑은 웃음을 짓는 고교생이었다. 그리고 8년 세월이 흘렀다. 지난 6월7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담백한 미소를 짓는 스물다섯 청년이 됐다. 8년이라는 물리적 시간 흐름 속에 열심히 노래를 부르던 그 고교생은 이제 남녀노소 전국민이 좋아하는 가수이자 연기자이며 예능인이 됐다. 그리고 CF계를 평정한 최고 스타로 부상했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몸에 배인 성실함과 겸손함이다.

“정말 오랜만에 하루 일정 없어 편하게 쉬라고 했는데 어쩔 줄 몰라 하더라구요. 그 모습보고 정말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어요”라는 이승기 소속사의 관계자 말을 듣는 순간 2004년 ‘내 여자라니까’를 부르며 가수로 연예계 첫발을 디딘 뒤 연기, 예능 등 다양한 분야의 전천후 엔터테이너로서 쉼 없이 달려온 지난 8년간의 스물다섯 청년의 삶의 문양이 그려지는 듯 하다. 바로 아름다운 스타 이승기다.

“연예인으로서 8년간의 삶이 길게 느껴져요.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연예인으로서 생활하면서 대중의 소중함을 알고, 연예인으로서 책임감도 더 많아진 것 같아요”는 이승기는 “연예인을 안했다면 평범한 학생 아니 취업을 못해 고민하는 청년이었을 것 같다”며 지난 8년간의 연예인의 삶에 대한 단상을 전한다.

드라마 <더킹 투하츠>를 끝내고 일본 활동과 런던 올림픽 성화 봉송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거나 예정돼 있는 이승기는 기대만큼의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지만 <더킹 투하츠>를 통해 연기자로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남자 주연만 결정되지 않고 다른 배역의 연기자분들이 모두 결정된 것을 보고 놀랐어요. 전 이재규 감독님을 너무 신뢰하기 때문에 제의했을 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더킹 투하츠>를 선택했어요. 이순재, 윤여정 선생님 그리고 하지원 선배님 같은 최고 연기자분들과 완벽주의자인 이재규 PD님과 함께 작업하는 그자체가 좋았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라는 이승기는 “전 드라마에 출연하면 극본을 쓰는 작가, 연출을 담당하는 연출자의 영역을 철저히 존중해요. 제가 맡은 연기에만 신경을 써요. 작가 선생님은 극본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이며 최종 책임자이고 연출 역시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며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말해준다.

이승기는 “예전에는 드라마 시청률을 많이 의식했는데 <더킹 투하츠>를 통해 시청률보다 드라마의 작품성과 완성도, 주제의식 그리고 연기자들의 면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어요”라며 웃는다.

<더킹 투하츠>에 대한 이승기의 언급은 가수로서, 연기자로서, 그리고 예능인으로서 성공한 보기 드문 만능 엔터테이너의 비결이기도 하다. SBS <강심장>의 박상혁 PD나 KBS <1박2일>의 나영석 PD 등 이승기와 작업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승기는 어린 나이에도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심이 굉장하다”고 말한다.



2004년 데뷔 때부터 지난 8년간 이승기와 함께 해온 권진영 후크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승기에게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으로서 스킬이나 테크닉을 가르치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예의, 사람의 도리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강조했어요. 대선배이자 스승인 이선희 씨도 이승기에게 그 부분을 많이 지도했지요”라고 했다.

자식을 가진 수많은 부모들이 이승기의 부모를 부러워한다는 말을 건네자 이승기는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외국 여행을 해 본적이 없어요.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고요. 정말 미안하지요. 여동생 공부가 끝나면 부모님 모시고 꼭 해외여행 한번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오늘의 이승기는 무엇보다 본인의 노력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부모를 비롯한 가족,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이선희, 권진영 대표 등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이승기 본인이 잘 알고 있다.

대중매체가 구축한 이미지와 실제의 간극을 채우지 못해 술에 의존하거나 마약에 빠져 몰락한 스타들이 적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 생활을 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이나 자세를 배우지 못해 인간관계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한 인기 연예인들도 많다. 또한 스타병에 걸려 거만과 유아독존식의 행태로 지탄 받는 스타도 있다.

이승기가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최고의 스타 그것도 아름답고 바른 스타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사랑을 받기까지 그 이면에는 수많은 고통과 아픔, 희생도 자리했을 것이다. “전 실제 제 모습이 아닌 것으로 대중매체의 이미지 조성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자연인 이승기의 모습을 대중매체에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저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이 때문에 실제 자연인 이승기와 대중매체의 이승기 즉 이미지로서의 이승기와의 간극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이미지와 실제와의 괴리나 간극에서 오는 고통이나 괴로움을 느끼지 않아요.” 이것은 스타 이승기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이자 이승기가 건강한 연예인 생활을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스물다섯 이승기는 스타다. 아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톱스타다. 어린 나이에 톱스타 반열에 오른 이승기가 스타병에 걸리지 않은 이유는 뭘까.

“주연으로 대접받고 대중의 환호를 한 몸에 받는 연기자나 무대에서 혼자 오롯이 관심과 박수를 받는 가수생활만 했다면 저 역시 나만 알고 함부로 행동하는 연예인병에 걸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예능을 했기 때문에 연예인 병에 걸리지 않은 것 같아요. 스포트라이트를 혼자서 받는 연기자나 가수와 달리 예능인은 아무리 톱스타여도 ‘One of Them’입니다. 예능을 하면서 스태프나 동료 연예인과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사람들 중의 한사람이라는 것을 체감해요. 그래서 유재석 강호동 선배님 같은 톱스타들도 늘 겸손하고 성실한 것 같아요. 저 역시 예능에선 One of Them입니다. 그리고 예능을 하면서 나이든 어른에서부터 어린 초등학생까지 만나면서 연예인 이기 앞서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도리나 자세를 배워요. 예능은 저에게 연예인병, 스타병에 빠지지 않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며 고교생, 대학생, 그리고 대학원생 생활을 병행해온 이승기, 그에게도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요. 제가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축구로 푸는 편이에요. 그리고 최근 술맛을 알았어요. 아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은 아니고요. 예전에는 일에 지치면 집에 빨리 가서 쉬려고 했지요. 사람들이 일을 한 뒤 힘든데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하는 것을 이해 못했는데 이제 알겠어요. 동료나 친구들하고 일 끝난 뒤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피로나 스트레스가 풀려요.”

그리고 차인표처럼 이승기 역시 스타로서 아름다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소년이나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소외계층 생활을 보여주는 KBS <동행>을 보면서 너무 가슴 아파 거액을 기부하고 ‘동행’행사에 참여해 힘든 이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것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 저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오늘의 이승기가 됐잖아요. 저를 있게 해준 사랑을 의미 있게 갚아야지요.”

데뷔시절 신인 때부터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스타가 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승기를 만나오면서 드는 생각 하나가 있다. 이승기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연예인으로서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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