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가수다’, 한 달동안 쉬지 말고 해야할 일

[서병기의 핫이슈] MBC ‘나는 가수다’가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4월 한 달 동안 수술해서 5월초쯤 새로운 방송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새롭게 바뀐 ‘놀러와’의 신정수PD를 비롯한 제작진이 문제가 된 포맷을 고쳐 재정비하려면 쉽지 않은 문제들이 앞에 놓여있다.

이참에 폐지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존속을 바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24일 6,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67.1%가 ‘나는 가수다’를 계속 시청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가수다’가 청중 판정단의 결과를 따르지 않고 재도전이라는 새로운 룰을 추가하며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었음에도 ‘나는 가수다’의 재 시청의사가 높게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가수협회 회장인 태진아도 25일 문화관광부 주최로 열린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더 빨리 생겨야 할 프로가 이제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연하는 후배가수들에게 순위 신경쓰지 말고 특집 프로그램 한다고 생각하고 즐기라고 얘기했다”면서 “(신문을 보고) 혹시 폐지되지 않을까 싶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가수인 김창렬도 이 자리에서 “‘나는 가수다’를 좋게 생각했다”면서 “진짜 실력있는 가수가 노래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며 봤다”고 말했다.
 
‘나는 가수다’를 없애라는 사람도 있고 살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실력이 있지만 잊혀져가는 실력파 가수를 재활용하는데 크게 성공했다. 이것만도 대단하다. 이소라 박정현의 노래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수시로 흘러나왔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도 불려졌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나는 가수다’의 포맷이 독했다고 한다면 그 부분을 고치면 된다. 프로그램이 긴장성이 떨어지는 않는 수준까지는 개편 가능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최고의 가수가 긴장하면서, 그리고 열심히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자 감동을 받았고 진정성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가수다’는 내용 못지 않게 이 프로그램이 야기시킨 파열음과 파장도 대중의 큰 관심사가 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나는 가수다’는 이 상황 자체를 프로그램내로 끌여들여야 한다. 리얼 예능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시청자(의 반응)와 실제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과정과, 제작진이 새롭게 정비하는 그 과정도 찍어 리얼 예능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수술을 하고 회복실에 가서 입원실에 있다 퇴원하는 과정을 그려줬으면 한다. 좌절과 심기일전, 재기는 대중문화의 매력적인 코드들이다.

‘나는 가수다’는 최근 생긴 문제점들을 공론화해 시청자, 청중평가단과 함께 고민해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으면 한다.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이 진정성이다.

꼴찌를 한 김건모에게 부여한 재도전은 가수들이 결과(김건모 탈락)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제작진끼리 급히 모여 구수회의를 한 후 급작스럽게 내려진 조치다. 완전히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룰을 바꿨다는 느낌을 주었다. 시청자와 청중평가단은 배제됐다. 

한번 큰 실수를 했으니 이제부터 그렇게 안하면 된다. 한 원로가수가 가수들을 저런 식으로 순위를 매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누구도 한 적이 없는 프로그램 포맷을 우리가 기획하고 개발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지금은 음악은 듣는 시대가 아니다. 누구는 음악은 예능의 종속시대라고 한다. 라이브 음악프로그램 MBC ‘수요예술무대’를 5년만에 다시 올리려고 하니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로 보내버렸다. 정통 라이브 음악프로그램은 없어지거나 대부분의 사람이 자고있는 새벽 1시에 시작한다. 이제 라이브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가수도 몇 명 안된다고 한다.

음악에 비음악적 요소가 결합돼 소비되는 시대, 가수들은 이를 어디까지 허용해줄 것인가? 지금은 라디오 시대도 아니고 음악만으로 안된다는 데 대다수가 동의한다. 음악에 스토리나 캐릭터, 예능적 장치가 결부돼 소비되는 걸 씁쓸하다고만 볼 필요가 없다. 어느 정도까지는 가수들이 적응해야 한다.

비디오 가수도 겸해야 하는 MTV 시대가 열렸을때 가요계는 지각변동이라고 했다. 여기서 가장 잘 적응해 살아남은 자가 마이클 잭슨이다. 남이 따라올 수 없는 춤을 개발한 것이다. 이때 자존심 타령을 했던 가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음악과 예능에 있는 비음악적 요소를 무조건 분리시킬 필요가 없는 시대다. 전체가 이미지로 소비되기도 한다. 나는 아이유가 기타를 튕기는 모습, 그 자체가 너무 멋있다. 그런데 그 곳이 한창 수다를 떨던 ‘라디오스타’나 ‘강심장’이면 어떻고, ‘놀러와’면 어떤가?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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