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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연예인 자살공화국이 됐나
기사입력 :[ 2012-06-16 13:05 ]


- 연예인 자살 급증세,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 연예인 자살, 앞으로가 더 문제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또 안타까운 죽음이 많은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한 무명 신인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KBS 에 주인공 친구역으로 출연했던 정아율이 스물다섯 젊디 젊은 나이에 연기자로서 꿈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12일 서울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수많은 대중매체는 정아율의 자살원인을 우울증에서부터 돈문제, 생활고, 무명연예인의 현실과 고통 등을 꼽는 추측성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정확한 자살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그녀가 페이스북에 남긴 “사막에 홀로 서 있는 기분. 열아홉 이후로 쭉 혼자 책임지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내 방에서 세상의 무게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공포가 밀려 온다”는 글만이 그녀의 심경을 어렴풋하게 엿보게 할 뿐입니다.

그동안 연예인의 자살은 외국의 특수한 사례로만 여겨질 만큼 우리와는 무관한 국내 연예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인식돼왔습니다. 대중문화 초창기였던 1926년 ‘사의 찬미’를 불러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성악가 윤심덕이 연인 김우진과 현해탄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996년 가수 서지원(20)이 2집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자택서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고 같은 해 영원한 가객, 김광석(31)이 자살해 대중과 연예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 자살은 우리사회에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예외적 사건에 속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5년 2월 22일 스타 이은주(25)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라는 메모를 남기고 자살한 이후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이 계속 이어져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은주의 자살이후 가수 유니, 안재환 등 수많은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박용하 최진실 같은 톱스타에서부터 정다빈 최진영 같은 유명 연예인, 장자연을 비롯한 신인탤런트, 그리고 정아율, 유주, 한 채원, 박혜상 같은 무명 연예인 등 수많은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1월20일 전남 순천에서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연예인 지망생인 고교생 김모양(18)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그야말로 연예인 지망생에서부터 톱스타에 이르기까지 충격적인 연예인의 자살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수많은 연예인들의 자살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연예인 지망 열기는 상상을 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케이블TV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 참가 신청자만 197만명에 이르고 연예인이 아닌 연예인이 되기 위한 연습생을 선발하는 유명 기획사 오디션도 수만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은 이제 일상의 풍경이 됐습니다. 방송 연예과, 연극영화과, 실용음악과 등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대학 관련학과는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은 학과라는 표현은 이제 진부한 것으로 전락될 만큼 확고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한민국은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연예인 지망생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연예계와 대중문화 시장의 수요 인력에는 한계가 있는데도 방송사나 대학, 기획사 등은 꿈을 실현하라며 묻지마 연예인의 지망 열기를 고조시키는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연예인들의 비극적인 자살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오로지 연예인 지망생의 꿈을 내세우며 이윤창출에 직결되는 연예인 지망 열기를 고조시킬 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방송사에서, 기획사에서, 길거리에서 화려한 연예인의 꿈을 광고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연예인 지망생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대중과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연예인의 자살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 이제 연예인 자살공화국으로 변화하는 끔찍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연예인의 자살 역시 자살률 높은 우리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요. 한국의 2010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 세계 2위이고 하루 42명이 자살하는 셈입니다. 끔찍한 대한민국의 현실이지요.

왜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연예인의 자살이 이제는 일반적인 현상이 돼버린 걸까요. 왜 최근 들어 한국 연예인들의 자살이 줄을 잇는 걸까요. 연예인의 자살을 초래한 원인은 사업실패, 생활고, 가정불화 등 개인적인 신상의 문제에서부터 연예기획사의 실태, 연예계와 대중문화 산업적 메커니즘의 특성, 연예인의 직업적인 특수성, 연예인을 수요 하는 대중매체의 현황과 문제, 연예인을 소비하고 소구하는 수용자의 행태와 인식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가수 지망생 김모양의 자살처럼 연예인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과 연예계 데뷔할 수 없다는 불안한 미래 등이 자살원인으로 작용을 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자살,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출연기회나 무대에 설 기회조차 잡지 못하며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고통스러운 현실에 좌절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무명, 신인 연예인들, 그리고 성상납 강요, 폭행 등 연예계의 부조리와 병폐에 고통 받다 죽음을 선택한 장자연 같은 일부 연예인의 자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라는 메모에서 알 수 있듯 우울증의 고통에 시달렸던 이은주나 악성루머와 악플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은 톱스타 최진실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연예인들의 추정되는 자살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물론 이는 추정 되는 자살 원인 일뿐 정확한 자살원인은 아닙니다.



연예인의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 등이 원인일 수 있지만 대중문화 시장과 연예계 구조, 그리고 연예기획사 등 스타시스템의 문제 등 구조적인 부분과 연예계의 특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기 절정의 톱스타에서부터 단역, 무명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연예인은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음반 등 매작품의 흥행 성공여부에 따라 몸값과 인기도가 달라집니다. 이윤 창출에 올인 하고 있는 상당수 연예기획사가 연예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보다는 오로지 보다 많은 수입창출에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연예인의 소외감과 우울증 등 정신적, 육체적 질환으로 이어지면서 연예인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연예계의 특성상 스타급 연예인들은 인기 부침에 따른 위상과 활동, 대중의 시선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이것이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화려한 꿈을 꾸며 연예인 지망생과 연예계 데뷔 신인 연예인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대중문화 시장의 한계로 인해 꿈을 펼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생활고와 불안한 미래에 대한 초조감을 겪으며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 이들 중 일부가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예인과 스타 같은 유명 인사들의 자살에는 유명성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유명도나 인기를 얻지 못해서 생긴 좌절, 대중의 인기와 관심 그리고 엄청난 수입창출로 해결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문제 등이 관련돼 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또한 장자연의 유서에서 밝혔듯 신인이나 연예인들에게 가해지는 성상납, 부당한 계약과 공정하지 못한 출연관행 등 연예계의 각종 병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대중매체와 연예기획사, 연예인에 의해 구축된 이미지와 실제 자연인으로서의 삶과의 간극과 괴리로 인한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고통, 예술적 한계와 능력의 한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대중의 근거 없는 비난과 악성루머의 유포도 연예인의 자살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일거수 일투족이 대중과 대중매체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들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이나 육체적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이것이 종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충격적인 삶의 종지부를 찍는 비극적인 선택에 이르게 하기도 합니다.

‘연예인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의 표현이 일반화될 정도로 연예인 지망생에서부터 톱스타에 이르기까지 연예인의 자살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우리사회의 대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예인 자살 사건이 일어날 때만 정부나 연예계 종사자나 일부 관련 단체들의 요란한 일회용 전시성 대책의 목소리만 난무합니다. 그뿐입니다. 실질적인 제도나 대책 실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현재에도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연예인 자살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이것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최근 들어 연예계에 데뷔하는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들이 점점 어려져 초중고생 때 연예계에 데뷔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회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교육받거나 습득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오로지 가수나 연예인이 되기 위한 테크닉이나 스킬 숙지에 올인 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많습니다.

인간존재에 대한 튼실함이나 정신적인 건강함을 유지하며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리 잡기위한 소중한 교육이 생략된 채 오로지 연예인과 스타 되기에 올인 하며 살아온 어린 연예인들은 인기하락 등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연예계에 활동할 기회를 잡지 못하는 좌절을 맛 봤을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현재보다 훨씬 많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연예인 자살은 앞으로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며 그래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마이네임이즈 엔터테인먼트, MBC, 영화 <오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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