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콘> 서수민PD, 어떻게 스타가 됐나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MBC, KBS 파업과 지난해 강호동에 이은 최근의 김구라 잠정은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예능 프로그램이 올 들어 총체적인 침체국면에 빠진 상황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며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KBS <개그 콘서트>다.

최신 웃음 코드와 예능 트렌드를 선도하며 예능스타를 배출하는 <개그 콘서트>는 개그맨들의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아무리 인기가 있는 스타라 하더라도 웃음을 주지 못하면 제작진에 의해 과감하게 코너가 폐지되고 신인이지만 신선한 웃음을 주거나 개그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독창성이 있으면 곧바로 기회가 주어진다. 제작진 뿐만 아니라 시청자 역시 웃음을 주지 못한 스타는 이내 외면하고 웃음을 주는 신인에게 환호를 보내 스타로 부상시킨다.

그런데 출연 한 번 하지 않고 시청자 눈길을 끄는 <개그 콘서트>의 스타 한 명이 탄생했다. 신인과 스타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개그 콘서트>에서 출연한번 하지 않고 대중의 관심의 중앙에 선 사람은 바로 <개콘>연출자 서수민 PD다. 서수민 PD는 이제 <개그 콘서트> 출연 개그맨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스타가 됐다.

근래 들어 예능 프로그램의 눈길 끄는 현상중의 하나가 바로 연출자, 작가, 카메라맨 등 스태프가 종종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이다. 특히 화면 뒤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출연자를 결정, 섭외하며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연출자가 프로그램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연출자를 활용하는 예능 프로그램 방식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던 예능 프로그램 PD가 화면을 통해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눈길을 끈 연출자는 바로 MBC 김영희 PD다. 김영희PD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 <느낌표!>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으로서의 연출 모습이나 지시, 개입 모습을 드러내 시청자들에게 연예인 출연자에게 맛볼 수 없는 신선감과 진정성을 주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동시에 연출자가 대중적 인기를 얻어 스타 반열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리고 현장성과 리얼함이 강조되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예능의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고정 멤버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유명세를 얻은 연출자가 바로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KBS <1박2일> 나영석 PD다. 이들은 연출력이 뛰어나 스타PD로 눈길을 끌었지만 이들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맹활약(?)을 펼친 것도 이들의 인기에 한몫했다. 하지만 고정멤버로 손색없는 역할을 수행한 두 스타PD의 프로그램의 출연을 둘러싼 활용방식은 차이가 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프로그램에 전면에 나서는 직접적인 출연뿐만 아니라 목소리 출연, 자막 출연이나 멤버들의 진행멘트나 애드립 등에 입체적으로 등장하는 다면적 활용의 본보기다. 반면 <1박2일>의 나영석 PD는 게임을 출제하거나 멤버들과 미션 대결 등 프로그램의 직접 출연이 주를 이룬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김태호 PD의 프로그램에서의 활용기법은 매우 다양하고 독창적이며 시청자에게 주는 존재감의 스펙트럼 역시 매우 폭넓다. 반면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에서의 활용기법은 직접출연이라는 단선적인 것이지만 시청자에게 주는 느낌과 인상, 존재감이 강렬하고 고정 멤버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연예인 멤버들이 하지 못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효과를 거뒀다.

김태호 PD나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의미, 그리고 무엇보다 리얼리티와 현장성을 배가시키는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



그리고 이제 <개그 콘서트>의 서수민 PD는 김영희, 김태호, 나영석 PD와 다른 방식의 프로그램의 활용방식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며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서수민 PD가 <개콘>에 출연한 개그맨 김준호 박영진에 등에 의해 1회성으로 호명되며 연출자로서의 존재감을 시청자나 외부로 노출됐다. 서수민 PD가 본격적으로 개그의 소재이자 출연하지 않지만 출연자 못지 않은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개콘>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서수민 PD 본인의 대중적 인지도를 상승시킨 것은 최고 인기 코너로 떠오른 <용감한 녀석들> 때문이다.

<용감한 녀석들>에서 신보라 정태호와 함께 힙합음악을 하는 멤버로 출연하는 박성광은 매회 연출자인 서수민 PD를 무시하거나 비난, 조롱하는 언급을 하며 큰 웃음을 주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서수민 PD는 프로그램에 얼굴 한 번 내밀지 않지만 출연 개그맨의 개그 소재로 활용되며 직접 출연하는 효과를 능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파업이 끝난 뒤 서수민 PD가 연출현장으로 복귀한 6월 10일 방송분에서 박성광 부분이 통편집 됐다. 그리고 6월 17일 방송분에선 “편집은 없다고 국장이 약속했다”는 정태호의 말을 듣고 박성광은 “지난 주 서수민 PD가 조연출 결혼식 날 신부보고 못 생겼다고 했다. 역대 <개콘> 감독들 다 감 없다고 했다. PD 중 자기가 제일 잘 나간다고 했다. 서수민 PD가 나영석 PD보다도 자기가 더 잘 나간다고 했다”고 서수민 PD를 웃음의 소재로 활용했다.



‘용감한 녀석들’ 시작이후 박성광은 “요즘 서수민 PD 외모가 논란이다. 쟁점은 '못생겼다 예쁘다'가 아니라, '못생겼다 덜 못생겼다'다. 닮은꼴 어플에서 사진을 입력해봤더니, 25세 여자도 정말 그렇지만, 1위는 염정아가 나왔다. 이건 반전이다. 그런데 2위는 오나미가 나왔다”는 등 서수민 PD의 외모에서부터 연출 방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개그로 소재화해 웃음을 줬다.

이 때문에 서수민 PD는 프로그램에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지만 출연자보다 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큰 웃음을 주는 기제 역할을 하며 <개콘> 인기에 당당하게 한몫하고 있게 된 것이다. 서수민 PD는 개그의 소재로 등장하지만 실제인물 그것도 개그맨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연출자라는 점에서 시청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또한 서수민 PD의 활용의 힘은 프로그램 밖에서 강력하게 전개된다. 이점이 서수민 PD와 다른 예능PD의 프로그램 활용의 큰 변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수민 PD와 박성광은 개그 내용을 가지고 트위터나 대중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서로 공방을 벌이며 두 사람과 <개콘>의 관심을 확대재생산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개그 콘서트> 안팎에서의 서수민 PD의 이러한 눈길끄는 활용으로 인해 서수민 PD는 <개콘>의 또 다른 스타로 부상한 것이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KBS, 엔터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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