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거리의 시청자 마음에 MBC파업 해법 있다!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공정방송 요구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돌입한 MBC 파업이 144일째를 맞는 지난 21일 낮 12시, 서울 홍대지하철역을 앞을 지나다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하나의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바로 ‘김재철 사장 퇴진 100만명 서명하기’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일반적인 서명 풍경과 사뭇 달랐습니다. ‘김재철 사장 퇴진 100만명 서명하기’는 서명을 권유하는 사람에 이끌려 서명하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서명을 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서명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절 알아본 한 대학생이 다가와 대뜸 “<무한도전>이 눈물 나게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서명 했습니다”라는 말을 건네더군요. 그 대학생의 말을 들으며 <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영 영화감독이 “<무한도전> 금단현상에 시달리지만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길고 먼 싸움이지만 의심하지 말고 끝까지 잘 해달라”라고 한 말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이어 연기자 차인표가 최근 MBC노조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파업을 통해 MBC에서 좋은 방송, 공정한 보도를 보게 되기를 원한다”는 언급도 다시 한 번 떠 올랐습니다.

“<무한도전>이 눈물 나게 보고 싶다”는 한 대학생 시청자의 간절한 심경이나 30도가 넘는 뜨거운 여름 날씨에도 조속한 파업 해결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들이 서명을 하는 것은 표현하는 문양만 다를 뿐 좋은 방송과 공정한 보도를 보고 싶다는 차인표의 심경과 다를 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조차 너무나 쉽게 확인된 시청자들의 이러한 간절한 바람과는 정반대로 MBC 파업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좋은 방송과 공정한 보도를 외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되고 파업에 참여한 최승호PD, 박성제 기자 등에게 직장인에게 사형인 해고 징계를 내리는 등 대량징계의 칼바람만이 횡행할 뿐입니다.

또한 MBC 각종 프로그램들은 갈수록 만신창이가 되고 있습니다. 6월12일 방송된 케이블TV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무한도전>을 빼고는 사실상 100% 정상화에 가깝게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적 같은 일이다” 라는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공표와 달리 MBC 뉴스 프로그램은 중요 뉴스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정도로 절단이 났고, 예능 프로그램들은 재방송과 허술한 제작으로 인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교양 프로그램 역시 땜질식 제작으로 프로그램 완성도가 파업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추락했습니다. MBC 프로그램의 총체적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노조원의 대량징계와 프로그램의 끝없는 추락이 이어지자 새누리당의 대권주자 가운데 한명인 이재오 의원마저 지난 6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MBC파업에 관여할 입장은 아니지만 무한도전 팬의 한 사람으로서 김태호 피디님이 연출한 무한도전을 하루빨리 방송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기 전에 김(재철) 사장님의 전향적인 결정이 있어야 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MBC파업에 대한 입장을 개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오죽했으면 여권 핵심인사마저 이같은 발언을 했을까요.

하지만 MBC파업은 해결의 기미는 고사하고 노조원들의 대량징계와 땜질식 프로그램 방송으로 일관하며 사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드디어 안방에 있던 시청자가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MBC의 공정방송과 좋은 프로그램 제작, 징계철회, 김재철 사장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길거리는 김재철 사장 퇴진 서명 열기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300여개 시민단체와 수많은 시청자들은 MBC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시민 무한도전× 2’ 집회를 21일부터 본격화했습니다. ‘시민 무한도전× 2’는 21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시민 2명부터 참여하는 2배수 집회로 22일 4명, 23일 8명, 24일 16명 등 매일 2배수씩 인원을 늘려 나가면서 시청자 집회를 벌이는 것입니다.

MBC 김재철 사장은 길거리에 나와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결단을 내렸으면 합니다. 그것이 바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MBC 파업사태를 해결하는 길이며 <무한도전>을 눈물 나게 보고 싶다는 수많은 시청자의 절절한 바람을 들어주는 길이기때문입니다.

서명을 정성스럽게 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훗날 역사는 2012년의 MBC 장기파업과 김재철 사장을 어떻게 기록할까, 그리고 <무한도전>을 간절하게 보고 싶다는 목소리를 냈던 시청자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할까를요.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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