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형, 왜 살아있는 연기 교과서일까
- 박근형, 연기자들에게 최고 스승인 두 가지 이유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요즘 단연 화제인 드라마는 SBS 월화미니시리즈 <추적자>다. 그리고 <추적자> 뜨거운 신드롬의 진원지는 손현주를 비롯한 출연 연기자들이다. 빼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캐릭터에 몰입시켜 때로는 가슴 아파하게하고 때로는 분노하게 만든다. 연기자들로 촉발된 <추적자>의 신드롬 중심에 박근형이라는 이 시대의 최고 연기자가 자리한다.

지난 3월이었다. 백성희 장민호 극장에선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오른 한 중견 연기자를 만날 수 있었다. 박근형이다. 오랫동안 살던 한가한 동네가 갑자기 관광지화 돼 이사를 가야하는 노인 장오역을 맡은 박근형은 연극 <3월의 눈>에서 대연기자 백성희와 연기호흡을 맞췄다.

강렬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극적인 갈등과 반전은 전혀 없었다. 잔잔한 일상으로 일관했지만 <3월의 눈>은 관객들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감동의 원천은 주연을 맡은 백성희와 박근형의 연기였다. 대사 사이의 침묵마저도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드러낸, 연기를 뛰어 넘어선 연기력으로 자극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그리고 5월이 끝나가는 지난 5월28일. 방송 전 시청자와 전문가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추적자>가 첫 방송됐다. 그리고 방송이 되면서 시청자와 전문가의 극찬의 행진이 이어지고 <추적자> 신드롬이 형성됐다.

<추적자>에 대한 극찬의 중심에 극중 한오 그룹 서회장역을 맡은 박근형이 있다. 박근형은 “욕봐라” 이 세음절의 대사로 전 국민을 분노와 공포로 전율케 하고 주름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자본의 무서운 위력을 드러내며, 눈빛 하나의 변화로 다정한 아버지에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딸과 사위의 삶까지 거래하고 권력까지 좌지우지하는 위악한 자본가의 야누스의 모습으로 돌변하는 연기력을 보여 <추적자>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로 하여금 “역시 박근형!”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연기자와 전문가 그리고 시청자와 관객이 가장 이상적인 연기로 꼽는 것은 바로‘연기를 하지 않는 연기’다. 연기의 방법론이나 연기력의 세기조차 뛰어넘는 연기를 하는 이가 바로 박근형이다.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연기를 하지 않는 최고 경지의 연기’를 위해 지난 50년 동안 치열하게 땀을 흘려온 연기자가 박근형이다. 그래서 수많은 시청자는 박근형과 <추적자>의 서회장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한다.

<눈의 꽃>처럼 일상성의 연기에서 <추적자>의 강렬한 카리스마 연기까지 항상 시청자와 관객의 기대 이상의 최상의 연기력을 보이는 박근형은 그 자체가 연기자들의 사표(師表)이자 연기 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탁월한 연기자로 평가받는 중견 연기자 김갑수는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연극할 시작할 때는 연기를 못했다. 그때 박근형 같은 좋은 선배의 연기를 관찰하며 열심히 배웠다. 박근형 선배의 연기를 옆에서 배우고 싶어 출연하는 작품에 작은 배역이라도 맡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박근형 선배는 나에게 연기 교과서나 다름없다”라고 말한다. 시청자와 관객에게 연기만으로 인간이 본능의 감정인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가슴과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연기자 박근형은 연기자의 최고 멘토인 것이다.

박근형이 연기자의 최고의 멘토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박근형은 누구보다 신인에서부터 스타에 이르기까지 동료 연기자들에게 열정적이고 진지하게 연기를 가르치는 연기 선배이자 선생이다.



“박근형 선생님이 드라마를 할 때 대사 하나하나에 대해 지적을 하고 혼냈어요. 어찌나 무서웠는지. 그러나 제가 잘 되라고 한 것이기에 이를 악물고 박근형 선생님이 지적한 부분을 고쳐나갔어요”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국내 각종 영화상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최고의 연기자로 찬사를 받은 전도연의 고백이다.

“박근형 선생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에요. 드라마 <불꽃놀이> 등에 함께 출연했는데 저를 비롯한 후배 연기자들에게 꼼꼼히 연기 지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왜 진작 뵙지 못했나 아쉬울 정도였어요. 연기자로서 가장 중요한 연기력 뿐만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태도까지 열성적으로 알려 주세요.” 연기자 박은혜의 선배 연기자 박근형에 대한 존경의 헌사다.

방송가에서 연기 조언과 지도로 정평이 난 연기자가 바로 박근형이다. 그는 전도연 원빈 같은 톱스타에서부터 김소연 같은 신인에 이르기까지 함께 출연하는 연기자들의 연기력에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조언하고 충고하며 연기력에 대해 열정적인 지도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일부 스타나 신세대 연기자들은 선배들의 연기조언이나 연기지도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스타들은 연기 조언이나 지도를 하는 중견 연기자와의 출연을 꺼려 빼어난 연기력의 중견 연기자들이 캐스팅에서 제외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자신과 동료 연기자의 연기에 대해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박근형은 “수천만명이 지켜보는 드라마에서 연기자의 연기력의 문제로 시청자들이 공감이나 몰입을 하지 못하고 드라마의 작품성이 추락한다면 연기자 자격이 없다. 그래서 조언과 충고 그리고 지도를 통해 문제 있는 연기자의 연기력을 발전시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동료 혹은 선배 연기자의 책무라 생각 한다”고 말한다.

장동건 송승헌 같은 톱스타에서부터 연기력 지적을 받는 스타 이연희, 아이돌 스타로 주연으로 나선 김재중, 수지 그리고 연기를 시작하는 신인에 이르기까지 연기를 업으로 하는 모든 연기자에게 박근형의 연기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최고의 연기 교본이자 교과서다. 또한 연기자에 대한 박근형의 연기지도는 최고의 연기자로 부상하는 중요한 원동력 역할도 한다. 연기자의 최고의 멘토, 박근형은 오늘도 수많은 연기자들의 진정한 도약의 의미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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