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눈물 나고 있어요. 실제로 1위 한 건 아니지만 실제로 한다면 지금처럼 눈물이 많이 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장님이랑 우리 은희 누나에게 처음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려요. 사랑해요.”

- SBS <강심장>에서 유키스, 케빈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이번 주 SBS <강심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감동과 만날 수 있었다. “근데 아직까지 1등을 한 번도 못했어요. 너무너무 속상하고, 너무너무 화가 나고, 너무너무 부럽고 그래요. 그런데 제가 지금 울먹거리고 그러는 거는 1위를 못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앨범 하나하나 나오는 동안 이 아이돌들, 한류를 이끄는 가수들의 피땀이 생각나서 그러는 거예요.” 발단은 기획사 대표의 부인인 연기자 방은희의 이와 같은 가슴 짠한 하소연에서 비롯됐는데 데뷔 5년 차라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어느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도 1위의 영광을 차지해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는 아이돌 그룹 유키스, 그리고 자식 같은 그들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대모 방은희의 포한을 풀어주고자 감동의 자리가 가상으로 마련된 것.

그런데 MC 역할의 붐과 이특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1등을 호명하는 순간, 그때부터 벌써 울컥해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던 케빈이 마이크가 자신에게로 오자 마치 진짜 1위라도 한 양 울어버리지 뭔가. 이어서 어머니가 피나는 고생 끝에 성공을 이뤄낸 자식을 감싸듯이 방은희가 케빈을 보듬어 안으며 울음을 터트렸고 옆에서 지켜보던 박경림도 엄마의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느새 스튜디오 안은 감동어린 눈물의 도가니. MC 이동욱조차 눈시울을 붉혔으니 두 말하면 잔소리가 아닐는지.

수상을 했다 치고 소감을 미리 얘기해볼 기회를 갖는 일이야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이번처럼 당사자들은 물론 패널들까지 상황극에 몰입해 눈물을 쏟게 만드는 경우는 처음이지 싶다. 사실 구색으로 끼워 넣은 듯 억지스러운 가상 수상 장면이나 영상 메시지들은 이젠 너무나 식상하다고 여겼는데 역시 진심은 언제 어디에서든 통하는 모양이다.








실제로 1위를 한 건 아니지만 실제로 한다면 지금처럼 눈물이 많이 날 것 같다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 한 마디, 그리고 어느 수상 소감에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사장님을 향한 감사 인사. 짧고 흔하디흔한 소감에 불과했지만 거기에 담긴 마음만큼은 가짜가 아닌 진짜였기에 모두가 공감했던 것이리라.

유키스는 물론 아이돌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던 사람일지라도 그들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해왔는지, 얼마나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었으니까. 새삼 깨닫는 바, 진심이야말로 누군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이 분명하다. 화려한 수식어가 가득한 세련된 발언도 아니었고 섬광처럼 머리를 치는 명언도 아니었으나 만약 나에게 이번 주 강심장 우승 트로피를 건넬 권한이 주어졌다면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깜짝 손님 케빈을 선택했을 게다.

일일이 예를 들을 필요까지야 없겠으나 요즘 갈피를 못 잡은 채 방황하고 있는 토크쇼들이 오죽이나 많은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스페셜이다 특집이다 제목만 요란할 뿐 늘 그 나물에 그 밥이어서 보는 이를 답답하게 하는데 혹시 케빈이 보여준 감동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또한 지난 주 연기자 이기우를 위해 깜짝 등장하여 스튜디오 가득 활기를 불어 넣어줬던 그룹 씨스타, 그리고 이번 주 감동을 준 유키스까지, 모처럼 <강심장>에 불기 시작한 작은 변화가 반갑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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