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엽, 어떻게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나
- 신동엽, 왜 여전히 최고일까?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그의 등장만으로 매번 웃음이 터진 적이 있다. 그의 출연 자체가 시청률 보증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웃음의 천재’ ‘최고 예능스타’라는 수식어가 그의 전유물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는 대중에게 강력한 웃음을 선사하지 못했고 그의 웃음의 무기는 새로운 웃음의 코드에 맥을 추지 못했다. 시청률 미다스였던 그가 맡은 프로그램이 반응이 저조해 프로그램 폐지가 속출하는 최악의 상황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 “한 물 갔다”라는 말들을 하기 시작했고 그의 앞에 붙었던 ‘최고 예능스타’라는 수식어는 유재석 강호동의 차지가 됐다. 한때 슬럼프에 있던 중견 개그맨 이경규 마저 화려한 부활을 하는데도 그의 재도약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적 도발이 시작됐다. 그가 대중의 웃음보를 강렬하게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예능의 최고스타로 부상하기시작 했다. 바로 신동엽이다.

2012년 들어 MBC파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예능 프로그램의 침체가 두드러지고 맹활약을 펼치며 대중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 새로운 예능 스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최고 예능 스타인 유재석은 SBS <런닝맨>에서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칠 뿐 MBC <놀러와> 등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연예대상 수상을 안겨주며 화려한 부활의 근거지 역할을 했던 KBS <남자의 자격> 부진으로 더 이상 도약을 하지 못하는 이경규, 강호동의 부재 속에 힘이 약화된 이수근 등 예능 스타들의 활약도 기대 이하였다.

예외가 있었다. 신동엽이다. 최악의 예능 침체기였던 올 상반기 신동엽은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대중의 관심의 중앙에 서게 됐다. 신동엽은 1991년 개국과 함께 특채된 SBS에서 <토요일 7시 웃으면 좋아요>를 비롯한 예능,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안녕하시렵니까?” “제가 여기 앉아도 되시렵니까?” “하늘땅 별땅 각개 별땅!” 어법에 맞지 않는 말로 단번에 시선을 끈 뒤 스타덤에 올라 2002년 KBS연예대상 1회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까지 KBS, MBC, SBS 방송 3사의 최고의 예능스타로 군림하며 구가했던 인기를 최근 다시 재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MBC <나는 가수다>의 아류라는 오명을 쓰고 금세 막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짙었던 KBS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는 출연자와 관객,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며 능수능란하게 진행하는 MC 신동엽의 뛰어난 능력으로 <나가수>의 차별화에 성공하며 원작 <나가수>를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토크쇼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일반인들이 출연해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KBS <안녕하세요> 메인 MC로 나서 이경규 김제동 한혜진의 SBS <힐링캠프>와 유재석 김원희의 MBC <놀러와>를 누르며 토크쇼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또한 강호동 이승기의 뒤를 이어 맡은 SBS <강심장>은 이전 MC들과 확연하게 다른 진행 스타일을 선보이며 또 다른 <강심장>의 모습을 시청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3월 이효리 탁재훈 유진 등과 함께 초창기 MC를 맡았던 KBS <해피투게더> 10주년 기념 방송에 나와 특유의 깐죽 되면서 야한 멘트로 출연자와 MC 그리고 브라운관 너머의 시청자들을 초토화시켰다. 또한 6월 23일 tvN 'SNL코리아2(Saturday Night Live Korea2)' 5회 방송에 호스트로 출연해 색드립과 특유의 섹시 개그로 ‘19금 개그’ 신드롬을 일으켜 안방과 예능 프로그램 판도를 흔들었다.

시청자는 다시 신동엽의 등장만으로 웃음을 짓게 됐고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탄탄한 환호를 받아 인기 프로그램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리고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한 ‘19금 개그’ 개척자이자 선도자로 나서며 예능 코드를 확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역시 최고의 예능스타’라는 수식어가 신동엽 이름 앞에 다시 붙기 시작했다.

최근 6~8년 동안 강호동 유재석이 양분한 예능판도는 신동엽에겐 침체를 의미한다. 그 침체의 원인은 사업과 실패라는 사적영역에서의 일과 리얼 버라이어티 등 대세로 떠오른 예능 트렌드 등에 밀렸기 때문이다.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과 <남자의 자격>, SBS <패밀리가 떴다>로 대변되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초강세 상황에서도 신동엽은 자신만의 특유의 진행 스타일과 개그연기 등으로 일관해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의 인기 하락 속에 신동엽만의 특성과 색깔, 정체성이 잘 배어 있는 진행스타일과 성인 개그 등이 다시 빛을 발한 것이다. 시청자와 대중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웃음의 무기를 지키며 진화시킨 것이 바로 신동엽의 화려한 부활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신동엽은 파격과 의외성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말재주와 대상과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기막힌 애드립, 그리고 파격과 과장의 액션 등을 주조로 하는 개그연기 등 예능인으로서 팔색조 능력을 갖춘 예능스타다.

예능인 중에는 동냥을 받는 사람이 거지에게 동냥을 주는 것처럼 일상성 속에서 순간의 파격과 반전을 통해 사람들의 예상과 관습적인 인식의 허점을 찌르며 웃음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파격으로 시작해 파격으로 끝내며 웃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신동엽은 멘트에서부터 개그연기에 이르기까지 그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파격에서 시작해 파격으로 끝내며 웃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신동엽의 말재주 역시 과장된 어투와 액션에 기반 하지만 그 속에는 엉뚱함과 파격이 늘 담겨 있다. 그리고 그의 멘트와 개그에는 특유의 능글맞음이 깃들어 있다. 툭 말을 던져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해놓고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는 듯 뻔뻔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는 코드는 신동엽만의 전매특허 웃음의 무기다.

신동엽의 파격과 과장의 멘트와 개그, 연기는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웃음을 주고, 엉뚱함과 능청스러움, 능글맞음은 여유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잠시 쉬며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야한 색드립과 섹시 연기는 부자연스럽게 은폐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웃음으로 건강하게 해소시켜준다.

21년 동안 대세를 따르기 보다는 자신만의 특유의 색깔과 스타일을 견지하고 진화시키며 대중의 웃음보를 시도 때도 없이 터트린 신동엽이 다시 최고의 웃음꾼으로 우리 곁에 굳건하게 서 있다.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KBS, SBS,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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