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예능 정치’라고 비난하는가
- <무릎팍도사>, 안철수 대권후보 만드나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직격탄] 정말 <무릎팍 도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대권후보로 만들까.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던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2009년 6월17일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 도사> 출연을 통해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그것도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감동과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면서. 방송 직후 <무릎팍 도사> 시청자 게시판은 뜨거웠다. 안철수 교수같은 사람이 정치에 나서기를 바란다는 의견에서부터 국가를 운영하는 CEO 즉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쏟아냈다. 일부 시청자는 대권후보로 나서라는 열렬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흐른 뒤 프로그램 게시판에서 “대권에 도전하라”는 시청자의 의견은 대선을 앞두고 거세지고 있는 안철수 바람 속에서 현실화돼가는 형국이다. 예능 프로그램<무릎팍 도사>의 대단한 위력을 대선 앞둔 시점에서 더욱 절감하게 된다.

의사에서 컴퓨터 백신 전문가로의 이색적인(?)변신과 안철수 연구소의 CEO로, 그리고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이상적인 롤모델로 일부 사람들에게 알려졌던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무릎팍 도사> 출연을 통해 대중적인 유명성을 확보하며 전국민의 시선의 중앙에 서게 됐다. 급기야 강력한 대권후보 중의 한사람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제 정치권과 언론에서 안철수 교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대권과 연결시키다보니 그의 언어는 뉴스가 되고 그의 행보는 핫이슈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교수가 19일 펴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은 불황의 늪에 빠진 출판계를 강타하며 상상초월의 엄청난 속도로 판매량 기록을 세우고 있다.

또한 침체에 빠진 토크쇼 역시 그의 출연으로 시청률이 치솟았다. 바로 대권후보로 나설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안철수 교수가 SBS 토크쇼 <힐링 캠프>에 출연한 23일 방송분은 고소영이 출연해 세웠던 자체 최고 시청률 13.2%보다 무려 5.5P% 상승한18.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월 출연했던 박근혜 새누리당 전비상대책위원장(12.2%)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10.5%) 방송분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시청률이다.

대담집 출간과 <힐링 캠프> 출연은 리얼미터를 포함한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안철수 교수 지지율 폭등으로 이어졌다. 국민과 시청자들 역시 안철수 교수의 <힐링 캠프> 출연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인간적인 안철수, 정치인으로서 준비된 안철수를 보게 됐다는 시청자들중 상당수는 이번 대선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안철수 교수가 출연한 토크쇼에 대한 상당수 시청자의 열렬한 환호와 반응의 정반대의 풍경도 있다. 안철수 교수의 <힐링 캠프> 출연과 시청자의 관심 폭발에 대해 일부 언론매체와 정치권, 미디어 전문가, 일부 시청자들은 ‘엔터테인먼트 정치’ ‘예능 정치’ ‘이미지 정치’라고 비판과 비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동아, 조선 등 일부 매체와 전문가들은 ‘보도도 아닌 예능프로에서 사실상 정치를 개시하는 건 적잖이 국민에게 불편하다’고 비판을 가하기도 하고 ‘대권주자들의 방송(예능 프로그램)출연이 정책경쟁보다 이미지 경쟁을 부추긴다’는 상투적인 지적도 하고 있다.



또한 ‘예능 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뉴미디어 시대에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며 예능 프로그램의 뿌리 깊은 편견을 드러내기도 한다. 김종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은 “예능 프로그램에 한번 나왔다고 지지율에 변동은 없을 것이다. 별 새로운 얘기도 없을 것이고 국민들이 대통령 감을 뽑는 데 기준으로 삼지도 않을 것이다”며 예능 프로그램 무효과론도 들고 나왔다.

정파적 입장이나 사상적 기조, 개인적인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안철수 교수의 <힐링캠프> 출연에 대해 쏟아낸 의견과 주장, 비판과 비난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문제 있는 시선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 수용자의 능동성과 역할에 대한 무시와 부정, 예능 프로그램의 효과와 영향력 간과 등이 담겨 있기도 하다. 웃기게도 ‘예능정치’ ‘엔터테인먼트 정치’를 과도하고 수선스럽게 비난하는 것 자체가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역설적으로 입증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의 일부에선 즐거움과 재미를 주고 의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존재한다. 도덕적 엄숙주의에 사로잡혀 예능 프로그램을 저질과 선정성의 등가물로 여기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흥미 위주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교양과 보도는 진중하고 예능은 가볍다는 이상한 이중적인 구분의 시선도 강하게 존재한다. 이런 시선의 연장선상에서 안철수 교수의 <힐링 캠프> 출연을 바라보고 비판을 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비하하며 무시하는 것은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미디어 텍스트 즉 그것이 뉴스보도 프로그램이든 시사교양, 토론 프로그램이든 그리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든 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상과 현실을 재구성한다. 단어 선택에서부터 카메라 각도, 편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를 거친 상징화된 재현인 것이다. 그 재현된 현실과 대상을 시청자를 비롯한 수용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하며 해독을 한다.



단순하게 미디어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수용자에서부터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가며 비판적 해독을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수용자의 스펙트럼은 넓고 수용자의 의미창출, 해독방식은 다양하다. <무한도전>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이는 재미를 맛보며 웃기도 하고 어떤 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의 문제, 소외된 계층, 환경문제 등에 고민을 하기도 한다.

안철수 교수의 <무릎팍 도사> <힐링 캠프> 출연을 통해 인간 안철수를 엿보는 사람부터 정치적 식견과 철학을 파악하는 시청자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시청자는 제작자와 출연자와 함께 의미를 산출하는 공동저자의 수용자들인 것이다.

또한 정치적 무관심을 개선하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것 중의 하나가 엔터테인먼트와 예능 미디어이며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는 중요한 정치 교과서 역할까지 수행한다. 특히 옳고 그름의 시시비비(是是非非)의 가치 판단보다는 좋고 싫은 호불호(好不好)의 감성적 취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젊은 수용자에게는 예능 프로그램은 사회화의 대리자 역할에서부터 정치적인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느낌표!> <칭찬합시다> 등 공익적 주제를 웃음으로 버무려 사회적 반향을 크게 일으킨 MBC 김영희PD는 “적지 않은 학자나 전문가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다. 웃음으로 버무린 의미 있는 소재나 메시지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수용을 한다. 예능 프로그램은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지만 아름다운 그리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수용자의 능동성, 미디어 환경과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간과 한 채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편견을 기저로 깔고 ‘예능정치’ ‘엔터테인먼트 정치’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무릎팍 도사>는 많은 국민이 못했던 안철수라는 인물을 광범위하게 알렸고 급기야 유력한 대권후보 반열에 까지 올려놨다. 이것이 단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대중문화전문기자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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